살은빼고싶지만떡볶이는먹고싶어
김밥은 나의 소울푸드다
기분이 우울한 날, 누군가가 미치게 보고 싶은 날 나는 김밥을 싼다. 김밥은 참 신기한 음식이다. 별것 아닌 재료들도 김밥에 들어가는 순간, 맛난 그것이 되니 말이다. 냉장고에 아무렇게나 돌아다니고,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재료들도 김이라는 든든한 방패막이가 생기면 어느새 최고의 음식이 된다.
가끔 내가 아무것도 아닌 존재처럼 느껴질 때 냉장고 속을 탈탈 털어 지지고 볶고 무친 후
그 재료들을 한 곳에 집중적으로 쌓아올린 후 돌돌 말아본다. 그러면 어느 새 나를 짓눌렀던 일들도 별 거 아닌 일이 되고 나도 꽤 근사한 사람이 되어 있는 것마냥 기분이 좋아진다.
살면서 그런 날이 있다.
내가 너무 하찮고 별 볼일 없는 사람처럼 느껴질 때, 그런 날은 든든하게 나를 위해 김밥을 싸보자.
우린 그렇게 하찮은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먹어보면 금방 알거다.
오늘은 그래서 김밥을 싸야겠다.
글/이윤영 (<글쓰기가 만만해지는 하루 10분 메모글쓰기>, <어쩌면 잘 쓰게 될지도 모릅니다>, 방송작가, 매일 글쓰고 메모하는 사람)
일러스트/강희준 (<구방아, 목욕가자> 작가, 30여 권이 넘는 그림책의 그림을 그리고 지금은 글과 그림을 잘 쓰고, 잘 그리는 사람이 되려고 열심히 매일 그리고 쓰는 사람)
이윤영 작가의 브런치 주소는 아래입니다.
https://brunch.co.kr/@rosa0509/2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