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은 빼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살도 빼고 싶고 떡볶이도 먹고 싶고
중년이 되면 나잇살 때문에 살찌우는 음식을 멀리하라는데 살을 보태주는 떡볶이도 끊기 힘든 음식 중 하나이다.
원래 떡볶이는 내 최애 음식 순위에 없었다. 떡볶이를 좋아하는 작은 언니가 자주 시켜 먹는 것을 보면서 그 가격에 그 맛이라면 나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은 쓸데없는 자신감으로 떡볶이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떡볶이를 만들 때 다시마와 멸치로 육수를 내면 더 깊은 맛과 감칠맛이 돌아 꼭 육수를 낸다. 육수가 팔팔 끓기 시작하면 둘 다 건져내고 고추장과 고춧가루를 풀어 떡볶이 국물을 만든다. 물에 담근 떡을 건져 같이 넣고 끓이다 떡이 익어갈 즈음 듬성듬성 썰은 대파와 어묵을 넣고 떡과 어묵에 양념이 배일 때까지 중간 불에서 국물을 조금 졸아들게 끓인다. 올리고당으로 단맛을 조절하면 끝인데, 늘 2% 부족한 맛 때문에 다시 배달시켰다.
왜 늘 2% 부족한 맛이 날까를 고민하다 내린 결론은 MSG 맛은 천연재료가 따라갈 수 없음을 깨닫고 그냥 마음 편하게 떡볶이 양념이 들어있는 제품을 구매하기로 했다. 기본 재료인 양념장과 떡볶이만 들어있어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추가해 맛과 내용물을 푸짐하게 만든다. 먼저 다시마와 기본 양념장을 끓이면서 고춧가루와 고추장을 더 추가해 국물을 만든다. 물에 헹군 떡과 고래사 어묵과 대파를 넣고 한참 끓이다 짜장 가루를 넣어 짜장 떡볶이로 변신시킨다. 기본양념이 달달해서 올리고당은 패스하거나 맛에 따라 조금 추가하기도 한다.
냉장고 재료에 따라 양배추가 있으면 채 썰어 넣기도 하고 잠들어 있는 깻잎을 깨워 마지막에 기분 내키는 대로 뜯어 넣으면 유명 맛집의 깻잎 떡볶이를 만들 수도 있다. 치즈떡볶이가 먹고 싶으면 가스레인지에서 프라이팬을 내리기 전 치즈를 몇 장 올리면 된다.
떡볶이에 대한 추억은 중학교 하굣길, 교문 앞 떡볶이집에서 사방으로 풍겨져 나오는 떡볶이 냄새가 생각난다. 하루쯤 그냥 지나치려 해도 금방 끓이는 떡볶이는 냄새는 자연스럽게 우리를 떡볶이집으로 데려왔다. 그 당시 다른 떡볶이집에서는 보지 못했던 곱게 채 썰은 하얀 양배추가 들어간 떡볶이는 신기하기만 했다. 양배추 때문인지 국물이 텁텁하지도 않고 짜지도 않아 국물까지 마시고 나면 중학생인데도 시원하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무엇에 홀린 듯 주문하고 떡볶이를 담아 주시는 사장님의 손에 주목했다. 속으로 하나만 더, 하나만 더하면서 입으로는 ‘많이 주세요.’를 외치며 해맑게 웃었다. 100원어치를 주문하면 한 사람 먹을 양을 담아 주셔서 국물까지 마시고 나면 적당히 배가 불러왔다. 고추장 맛으로 알싸해진 혀는 50원짜리 ‘깐돌이’ 하드로 달래며 150원으로 친구와 집에 가는 길이 늘 즐거웠다.
저녁 무렵 반찬도 없고 밥, 국, 반찬을 새롭게 만들어야 할 때 손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는 떡볶이의 매력을 너무 늦게 알아버려 속상하지만, 지금이라도 알아서 그나마 다행이다. 배달 떡볶이보다 집에서 해 먹는 떡볶이는 무한 변신이 가능하고 내가 만든 음식에 특히 애정이 많아 더 맛있는 것 같기도 하다.
떡볶이에 내가 넣고 싶은 대로 무얼 넣어도 맛있게 먹어주는 언니가 있기에 오늘도 떡볶이에 무얼 넣어 먹을까 하는 고민이 즐겁기만 하다. 늘 맛있지 않냐고 강요하는 물음에 언니는 늘 ‘응 엄청 맛있어.’하며 맛나게 먹는다.
‘맛있지. 맛있지 않아? 이번엔 짜장 가루를 듬뿍 넣었더니 어릴 때 먹었던 춘장 떡볶이 비스므리하게 된 거 같지 않아?’
무한 변신이 가능한 떡볶이를 갱년기와 함께 알아버려 나의 뱃살과는 언제쯤 이별하게 될지 잘 모르겠지만, 떡과 양배추 양을 동일하게 넣어 먹음으로 다이어트에 대한 짐은 조금 내려놓고 맛있게 먹는다.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라는 하얀 거짓말을 믿으며…
글,그림/강희준작가 (30여권이 넘는 그림책의 그림을 그리고 지금은 글과 그림을 잘 쓰고 그리는 사람으로 거듭나려고 매일 읽고 쓰고 그리는 사람, 대표작 <구방아, 목욕가자 (권영상동시집, 강희준, 사계절)> <떴다! 지식탐험대> <떴다! 지식탐험대-환경(개정판), 환경용사, 지구를 살려라 김수경 글/강희준 그림, 시공주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