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은빼고싶지만떡볶이는먹고싶어
콩나물국은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이제 콩나물국은 끓이지 말아라”
남편의 이 한마디에 기분이 확 상했다. 나는 콩나물국을 못 끓인다. 내가 하면 콩나물의 비릿한 맛이 나고, 심심하다 못해 맹탕에 가까운 국이 된다. 나라고 왜 좋은 멸치를 가득 넣은 말간 육수를 내어 보지 않았겠는가, 담그기만 하면 천연 MSG가 되는 다시마 육수 왜 내어보지 않았겠는가, 김혜자 배우님의 ‘이 맛이야’와 빅마마 님의 ‘얼마나 맛있게요’라는 말을 절대 믿고, 두 분의 섬섬옥수로 만든 제조 다시팩도 넣어봤다.
결과는 이 맛은 그 맛이 아니었고, 얼마나 맛없게요 라는 말만 되뇌게 되었다.
김치를 좀 넣어보지 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것도 해봤다. 하지만 내가 하면 방금 전까지 천혜의 맛을 자랑하던 아삭아삭 유산균 터지는 소리까지 들리는 생글생글한 김치도 갑자기 쉬어빠지고 (여기까지는 괜찮다) 군내가 나 먹기 힘든 김치 콩나물국의 주재료로 변신한다.
급기야 몇 년 전 우리는 결론을 냈다.
콩나물국은 집에서 먹지 않는다.
아니 콩나물국 그게 뭐 그리 대단한 국이라고 이럴까 싶지만 그래도 요리 부심과 음식 집착이 있는 나에게 콩나물국이 주는 이 열패감은 나라를 잃은 슬픔과도 감히 비견할 수 있다.
어떤 일이건 문제가 있으면 해결책이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숙취로 몹시 괴로웠던 날, 라면도 내 속을 달래주지 못했고, 순댓국도 내 속을 여며주지 못했던 그런 날이었다. 이런 날, 콩나물국 한 그릇 쭉 마셨으면 원이 없겠다는 소리없는 아우성이
내 안에서 용트림을 하던 날이었다.
우리는 둘이 먹다가 하나가 빈정이 상해 무시한 콩나물국, 그것도 국밥의 형태가 아주 빼어나게 잘하는 집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오픈은 항상 이른 아침이라 콩나물국이 가장 절실한 주말 아침이면 우리는 그곳에 들러 세 식구가 한마디로 하지 않고 각자 한 뚝배기씩 해치워낸다.
콩나물국이 먹고 싶거나 전날 숙취로 괴로울 때 아침이 하기 싫을 때 우리는 매번 그곳을 찾는다. 여기를 알게 된 후 우리 가족 중 누구도 나에게 콩나물국에 대한 빈곤함을 토로한 일도 없고, 세상 쉽다는 콩나물국을 못 끓인다는 열패감에 젖어들지 않게 되었다.
살면서 잘 못하는 것이 있다. 죽어도 안 되는 부분 분명 있다. 게다가 그것이 남들이 다 쉬워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그것을 취약한 부분, 약점이라고 부른다, 나는 그걸 못해, 그 부분에 약해라는 말로 그것을 아예 패스 하거나 엄청난 노력으로 평균 정도의 수준으로 올리려고 한다. 하지만 약점을 약점으로 인정하고 못하는 것을 못하는 것으로 인정하면서 그것을 대체할 나만의 대안을 찾아보는 것 어떨까 잘하는 것만 열심히 해도 24시간이 모자라니 말이다.
글/이윤영 작가<어쩌면 잘 쓰게 될지도 모릅니다> <글쓰기가 만만해지는 하루 10분 메모글쓰기> <10분 초등완성메모글쓰기> 등의 책을 쓴 20년차 방송작가, 에세이작가
그림/강희준 작가 <구방아, 목욕가자> <떴다! 지식탐험대> <난 한글에 홀딱 반했어> 등의 책에 그림을 그린 일러스트작가이자 매일 글쓰고 그림그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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