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은빼고싶지만떡볶이는먹고싶어
나의 소울푸드는 팥죽이다.
팥을 삶아 으깨어 거르기까지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만 먹을 수 있는 팥죽을 나는 전복죽, 소고기죽보다 더 좋아한다.
24절기의 스물두 번째 절기로 일 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인 동지에는 늘 엄마가 끓여준 팥죽과 동치미를 먹어왔다. 그래서인지 동지만 되면 팥죽 끓이는 구수한 향이 코끝을 맴돈다. 한 해 건너뛰고 팥죽을 안 먹으려 해도 내내 머릿속에 남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꼭 먹고야 만다.
재작년에는 ‘본죽’ 팥죽으로 대신했고, 작년 동지는 건너뛰어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팥죽을 먹어야 허전함이 메워질 거 같아 쇼핑몰을 뒤져 엄마가 끓여준 팥죽과 비슷한 맛의 팥죽을 주문했다. 그런대로 먹을만했고 개미 눈곱만큼 그 허전함이 메워졌다.
몇 년 전, 냉동실에 있는 팥으로 엄마가 했던 방식을 기억하며 팥죽을 만들었다. 엄마처럼 팥을 거르면 일이 많아져 팥을 믹서기에 갈아버렸다. 팥 껍질 때문에 내가 원했던 팥죽은 아니었지만, 그런대로 먹을만했다. 팥죽을 제대로 끓여 먹으려면 공이 너무 많이 들어가 팥밥만 자주 해 먹을 뿐 팥죽 끓일 엄두는 나지 않는다.
많이 아프면 꼭 팥죽이 생각난다. 한 그릇 먹어야만 툭 털고 일어날 수 있을 것 같다. 팥죽에 담긴 엄마 손길이 그리워서인지 아플 때 먹는 팥죽은 허해진 몸과 마음을 어루만져준다.
동짓날에 팥죽을 쑤어 먹는 이유는 팥의 붉은색이 귀신을 쫓아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내가 아플 때마다 먹는 팥죽은 아픈 후 쇠해진 기력 때문에 일어나기 힘든 몸과 마음을 엄마 손길로 끌어 올려주는 해서 꼭 먹게 된다.
어릴 때부터 잔병치레가 많은 막내딸한테 미음을 끓여 주시던 그 따뜻한 손길이 아플 때면 더 그리워진다. 정성 가득 끓여주신 팥죽을 나도 언제 한번 제대로 끓여 볼 날을 꿈만 꾸어본다.
글,그림/강희준작가 (30여권이 넘는 그림책의 그림을 그리고 지금은 글과 그림을 잘 쓰고 그리는 사람으로 거듭나려고 매일 읽고 쓰고 그리는 사람, 대표작 <구방아, 목욕가자 (권영상동시집, 강희준, 사계절)> <떴다! 지식탐험대> <떴다! 지식탐험대-환경(개정판), 환경용사, 지구를 살려라 김수경 글/강희준 그림, 시공주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