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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망생 성실장 May 29. 2024

희곡낭독모임 1 - 아이아스 ( 소포클래스)

참 나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내가 소포클래스 책을 읽으리라곤 상상도 못 했다.

아니

소포클래스 작품이 "한글"로 책으로 있는지도 몰랐다. 

그런 내가 소포클래스의 아이아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다니!!



몇 달 전, 노래 모임에서 도망치듯 뛰쳐나온 이후

페미니즘 독서 모임에 가입은 했지만. 도무지 시간이 안 나고, 책을 제대로 읽지를 못해서 ( 독서하는 능력 상실 ㅠㅠ )로 한 번도 오프라인에 가지 못 한 이후,

어떻게 알게 된 동네의 "회곡 낭독 모임"이었다.


희곡을 읽다니?

예전에 문예창작학과 전공생이었을 때. 한 학생의 작품을 함께 읽고 합평을 하던 수업이 있었다.

그때 소설 / 시 / 희곡 등을 낭독해 본 적이 있었긴 했다.

하지만. 그 외에는 이런 시간이 있으리라곤 생각해 본 적 없다.


다 같이 소리 내서 책을 읽는다면, 끝까지 읽을 수 있겠다. 쇼호스트, 성우 등을 아주 잠깐 호기심에 공부했던 기억이 떠올라. 연극하듯 희곡을 읽으면 진짜 재미있겠다 는 생각에 냉큼 모임에 가입을 했다. 


그리고 첫 모임에서는 "헤어질 결심"을 읽었었다.

영화도 안 봤고, 내용도 모르고, 당연히 대본집은 읽지도 않았지만

그냥 막무가내로 참가해서 읽는 시간이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었고, 유익했으며, 내 "지적 허영심"을 채워주었더랬다. 


그날 결심했었다. 

한 달에 1회는 무조건 모임에 함께 하겠다고. 

그리고 가능한 날짜를 봤는데. 이게 웬걸! "소포클래스?" 이름만 들어본 기원전 작가의 작품을 읽는다고?

솔직히 너무 두려웠다. 헤어질 결심 같이 내가 들어본, 현대극을 읽고 싶었다.

아무리 희곡이라지만, 고전도 아니고 고대 문학에 가까운 작품을 읽을 자신이 없었다.

막 무식한 것 티 날 것 같고......


그래도 모르겠다. 한글을 읽을 줄 아니 일단 가보자 하는 마음으로 

( 도무지 다른 날은 시간이 안되었기에) 

일단 갔는데.


와~ 생각보다 엄청 재밌었다.


***

내가 이해한 아이아스는 다음과 같다. 


아이아스 란 작품은 

트로이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데.

그리스 연합군의 위대한 장군이 죽었는데. 그의 유물을 누가 가지는지 ( 그 영웅의 대를 누가 잇는지 ) 논쟁이 터진 것을 배경으로 한다.

아이아스는 신의 운명을 안 믿고, 신은 다른 나약한 자들이나 도우라며, 자기는 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위대한 장군의 죽음의 유물을 누가 가지느냐에 대해 인간들이 논쟁으로 결정이 나지 않자. 신들의 개입으로 아이아스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그 위대한 장군의 유물을 주게 된다.

이에 격분한 아이아스는 같은 그리스 연합군이지만, 자기 것이라고 생각했던 자리를 빼앗아간 이제는 적이 된 진영으로 쳐들어 가려고 한다. 이에 아테나 신은 아이아스가 가축과 가축들을 지키는 자들을 아이아스가 죽이려고 한 적으로 착각하여 가축과 가축들을 죽이게 만든다. 


아이아스는 그냥 죽이는 것이 아니라, 정말 잔인하게 도륙을 내버리는데

정신을 차린 뒤, 자기가 그냥 살 명분이 없다고 생각해서, 자살을 한다. 

이때 그의 동생이 "예언자가 빨리 형을 지키라고 해서 달려왔다. 예언자가 오늘밤만 넘기면 다 괜찮아질 것이라고 말하라고 했다며" 형을 찾아오지만. 이미 형은 죽은 뒤였다. 


사실 트로이의 전쟁이란 배경을 잘 모르면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있었고

그리스 신에 대한 개념도 알아야 하는 등 

배경을 모르고는 절대로 쉽게 이해되지 않는 내용일 수는 있지만

소리 내어 차근차근 읽다 보니 "트로이 전쟁을 잘 몰라도, 그리스 신에 대해 잘 몰라도"

당사자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어떤 심경으로 대사를 읊는지 이해는 충분히 갔기에

전문가처럼은 아니겠지만. 독자로서는 충분히 감상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여러 생각이 들었지만

결국 이 작품의 핵심은 인간의 운명은 신이 정하는 것인가. 인간이 정하는 것인가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 밤을 넘기면 살 수 있을 것이다. 즉 오늘 너는 죽을 수도 있다"라는 예언까지 생각한다면

아이아스는 결국 신의 뜻대로 움직인 것이겠지만

자신을 등 돌린 신들에게 "끝까지 너의 뜻대로만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다. 죽음으로 나의 의지를 알리겠다"라는 뜻으로 아이아스의 행위를 생각한다면 

아이아스는 (인간은) 본인이 운명을 만드는 것일 게다.


나는 이 작품은 인간은 결국 신의 뜻대로 움직인다는 것을 말한다고 생각한다. 

운명이란 "그 죽음까지도" 결정한 것일 것이다.


그리고 때로는 살면서 "어쩔 수 없지"라는 한 마디로 큰 위안을 삼을 때가 많으니까.

그리고 내 운명은 열심히 살고, 가족을 위해 살 운명이야 라는 믿음으로 나 스스로가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으니까


어릴 때는 엄마라는 이름으로 내 삶을 포기한 안타까운 주부라는 주인공에 매우 감정이입을 했었는데

지금의 나는

애를 낳는 순간 전혀 힘들지 않고, 전혀 고민하지 않고

당연히 애를 위해 사는 삶을 사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애를 낳은 순간부터 어떻게 애엄마가 내 삶을 우선으로 하지? 그게 가능한가?라는 생각이다.

그것이 엄마의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운명론자가 된 것이다. 

비록 어떤 신이 내 운명을 주관하는지는 모르겠지만


****


다음 작품은 또! 소포클래스 작품이다. 

이번에는 두렵지 않고 기대된다.

재미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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