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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망생 성실장 Jun 28. 2024

240627 - 17번째 진료

막 기분이 좋은 것도 이상하더라구요 

무슨 조증같이 기분이 괜히 좋아서 생각해보니 아... 약을 며칠 안 먹었구나 싶더라구요.

지난주에 진료를 못 와서 약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얼른 왔어요. 


그리고... 자꾸 남편이 밉고 옛날 생각이 또 나데요.

남편이 나에게 미안해하고 고마워해야 하는데, 안 했던 것이요. 

그렇게 힘들때는 하나도 안 미안해하고 쬐끔 고마워하더니

이제 내가 남자들처럼 일하고, 돈 버는데 도움이 된다 싶으니

이제야 미안해하고 고마워해하는게......

안하는 것보다는 낫다지만

왜이렇게 밉고, 이제와서 뭐 어쩌라고 싶고 

내가 베베 꼬인 것을 알긴 알아요.....


이것도 약을 안 먹어서 그런가봐요.


의사 선생님은 "다 그렇죠 뭐, 약을 좀 더 세게 드리겠습니다. 꾸준히 잘 드세요" 라고 말했다. 




며칠 약을 등한시했다.

당뇨약도 그렇고, 정신과약도 그렇고

정말 미친듯이 힘들고 바쁘다보니 약을 챙기는 것을 자꾸 잊은 것이다. 


그래서 그런가.

다시 예전처럼 욱하는 증상이 시작되었다.


가만히 있으면, 다시 추석과 설날의 스트레스가 스멀스멀 올라오고 

이제와서 너무 잘해주는 남편이 고마우면서도 가증스럽게 느껴지고 

이젠 연락도 자주 안하는 시댁 식구들 미웠던 것들이 막 떠오르고

그러다가 돈 좀 벌면 좋아서 헤헤대고.....


그러다가 오늘 간만에 남편이랑 악! 소리를 지르며 싸웠다.

갑자기 퇴근 30분 전에 이일저일이 밀려들어와 정신이 없는데

남편이랑 합이 잘 안 맞았던 것이다.

내가 화가나서 소리를 질렀는데

남편도 똑같이 내가 뭘 잘못했냐고 소리를 질렀다. 

소리를 지르면서 싸우다가


금방 남편이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받아주기 싫었지만. 안 받아주면 어쩔 것인가 싶어 사과를 받아주었다.

얼레벌레 지금은 또 평온한데......


며칠 약을 안 먹었다고 바로 이렇게 진료 받기 전으로 돌아가는 게 무섭다.

그리고 너무나 다행히 아이들에게는 욱하지 않아서 너무나 감사하다


정신차리고, 약을 열심히 먹기로 또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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