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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망생 성실장 Jul 20. 2024

나의 꿈은, 파리바게뜨 샌드위치

남편이 꿈을 물어보았다. 어느 책에서 읽었는지, 남들이 꾸는 꿈이 아니라, 생각만 해도 설레는, 심장이 두근거리는, 진짜 꿈을 찾아 목표로 해야 한단다. 

처음에 나는 "주 3회 필라테스하고, 연기 수업 들으면서, 이화여대 여성학과에 들어가서, 여성학을 공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편이 "진짜 설레는가? 생각만 해도 두근거리는가?"라고 재차 물었다.

처음에는 "그럼 진짜 좋을 것 같아. 멋지잖아. 늙어서 공부하고, 내가 늙어서 페미니스트 강사가 되면 좋잖아."라고 대답했는데. 남편이 고개를 저었다.


"너는 몇 년 동안 이화여대 여성학을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실제로 공부를 안 하잖아. 

맨날 유튜브로 내성발톱 자르는 거나 보지. 

여성학, 페미니스트 책을 읽지도 않고, 몇 개 사기만 했지. 하고는 싶겠지. 기회가 되면 당연히 즐겁게 공부할 거야. 하지만 기회를 잡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지 않잖아. 늙어서 정말 밤 새서 공부하는 것을 웃으면서 할 수있어? 지금 평생교육사 공부도 어거지로 하면서. 

여성학 공부를 하고 싶다고 할 때, 네 눈은 반짝이지 않아. 그냥 멋있겠다. 라고 막연히 생각하는 거야


진짜 100억 부자가 되면, 정말 하고 싶은 그런 설레는 꿈을 말해봐"


진짜 돈에 구애받지 않고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정말 정말 생각만 해도 설레는 꿈이라

겉멋 든 꿈이 아니라, 진짜 내면의 욕망이라


"밥을 안 하는 삶. 내가 좋아하는 샌드위치를 삼시세끼 매일 '사 먹는 삶'

매일매일 파리바게뜨 가서, 모든 빵을 한 번씩 다 사 먹어보는 삶. 파리바게뜨 너무 좋아.

아침마다 파리바게크 샌드위치를 커피랑 배달시켜 먹고 싶어.

그리고 모든 밥을 다 샌드위치로 해결하면 더 좋고, 파리바게뜨 샌드위치는 진짜 너무 비싸. 그래서 항상 사 먹고 싶었는데 못 사 먹었어. 

아.. 아침마다 파리바게트 샌드위치가 대령해 있다면 진짜 좋겠다"


"바로 그거야. 지금의 그 반짝이는 그 눈빛 너의 진짜 꿈은 파리바게트 샌드위치인 거야.

내가 100억 부자가 되면, 파리바게뜨 하나 차려줄게"


"아니 아니, 차리는 건 싫어, 그럼 맛없을 것 같아. 나는 단골 파리바게트를 정해서  VVIP가 되고 싶어. 그게 진짜 부자 같아. 진짜 진짜 부자. 돈 계산 안 하고 파리바게트 빵을 사 먹는, 매일매일 사 먹는 부자.

아침마다 필라테스 갔다가, 파리바게트 들려서 샌드위치랑 커피 사 먹고, 서점이나 극장에 갔다가. 낮잠 자고, 주 2회는 연극수업, 주 2회는 여성학 수업 듣고 밤에는 소맥 하면서 넷플릭스 보는 삶 캬~ 죽인다"


남편은 "결국 너의 꿈의 핵심은 매일 파리바게트 샌드위치를 매일 먹는 것이구나. 내가 100억 부자가 되면, 이루게 해 줄 께. 그러니 내가 우리 가족이 부자가 되도록, 오늘도 열심히 밤 3시까지 일하자. 내 꿈은 부자가 돼서 너 파리바게트 편하게 갈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라고 했다. 




나는 파리바게트가 좋다. 뚜레쥬르도 좋고, 동네 빵집도 좋고 다 좋은데

유독 파리바게트는 뭔가 크리스마스 잔칫상 같은 느낌이다

파란색 간판과 주황빛 조명과 빵냄새와 예쁘게 진열된 빵들도 좋다. 

간판만 봐도 유복하고 행복한 함께 하고 싶은 즐거운 대감집처럼 보인다.

파리바게트가 누군가에게는 그냥 그런 프랜차이즈일 뿐이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아는 제일 비싼, 그리고 가봤기에 만족도가 확실한 곳이어서일지도 모르겠다.

어느 순간 빵 몇 개만 담아도 만원이 훌쩍 넘는 금액 때문에 이젠 자주 못 가서일까.

더 그립고 그립다. 

특히 파리바게트 샌드위치는 몸에도 좋을 것 같고, 진짜 맛있어 보이는데, 너무 비싸다.

밥 한 끼 값인데 국밥만큼 든든하지는 않다. 

나에게 샌드위치는 배는 안 부른 맛있는 간식이기에 선뜩 그 값을 내고 사는 것이 주저된다. 


먹고 싶은데, 돈 생각해서 참는 종목이 유달리 파리바게트 샌드위치인 것이다.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으려고 시도한 적이 있다. 

빵, 토마토, 치즈, 햄, 양상추, 피클, 올리브오일을 대량을 사다가 며칠 해 먹었는데

은근 손이 많이 가고, 내가 만든 것은 바로 먹는 것이 아니라 좀 지나서 먹으면 맛이 없고 눅눅해지고,

무엇보다. 돈이 많이 들었다.

특히 양상추는 금방 시들기 때문에, 조금씩 사서, 빨리 먹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되더라......

그리고 

솔직히 "내가 만든 것도 맛은 있지만. 사는 거랑 맛이 다르다. 엄마의 김치찌개가 진짜 맛있지만. 김치찌개 전문점의 매력은 또 있는 것처럼, 카테고리가 다른 것이다"

물론 만드는 것도 귀찮고 


그래서 나에게 가장 사치는 "매일매일 샌드위치를 사 먹는 것" 이 되었다.

그것이 내가 현재 가장 설레는 꿈이 되었다. 


부자가 되어,

매일매일 밥 짓는 것에서 해방되고 

매일매일 각자 가족들이 좋아하는 것을 사 먹으며 알아서 끼니를 때우는 삶

( 지금처럼 저렴한 라면과 햇반과 밀키트, 치킨, 피자가 아니라, 비싼 건강식으로 ) 

매일매일 아침마다 파리바게트 샌드위치 ( 지겨워지면, 다른 고급 샌드위치로 바꿀 수도 있는 ) 그런 부자의 삶


그것이 현재 내 목표가 되었다.


좀 창피하지만

내 솔직한 꿈이다. 

매일 매일 파리바게트 샌드위치를 종류별로 다 사먹는 것

그리고 그 꿈을 위해, 오늘도 토요일도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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