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주말에 퀵을 보낼 일이 있었다. 퀵 기사님을 주차장에서 뵙는데, 택배차였다. 남편이 "아이고, 주중에 택배 하시고, 일요일에 또 퀵을 하시는 거세요? 대단하시네요"라고 말하니, 기사님이 환하게 웃으며 말씀하셨다.
"며칠 전에 애가 태어났어요. 열심히 일해야지요."
남편과 나는 축하드린다고 행복하시겠다고 힘나겠다고 덕담 비슷하게 대답을 했다. 기사님이 떠나고, 남편과 나는 기사님네 가족은 진짜 잘 살 것 같다고 보기 좋다는 말을 나누었다.
며칠 뒤, 또 퀵을 보낼 일이 있었다. 기사님이 올라오셨지만, 생각보다 무거워서, 같이 카트에 물건을 싣고 지하주차장까지 걷게 되었다. 그 짧은 순간에 기사님은 우리 물건을 알아보셨고, 어쩌다 보니 기사님께서는 현재 대학교 강사일도 하지만, 몇 달 전 애가 태어나서, 부업으로 퀵도 하신다고 말씀하셨다.
그분은 "애가 태어나니 많은 것이 바뀌더라고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나는
"우리 남편도 똑같아요. 기사님처럼 지금도 강의하면서, 이렇게 사업도 하고 있어요. 애 낳으면서 다 바뀌었지요. 다 똑같아요. 언제든지 오시면 특별히 싸게 잘 제공해 드릴 테니 편하게 연락 주세요"라고 대답했다.
아기 낳고 투잡 쓰리잡을 하는 기사님도 대단하지만, 그 와중에 영업까지 하는 나도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부모의 악착같음이란......
암튼, 아이를 낳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애를 낳으면, 애 입에 밥 넣어주고, 깨끗한 옷 입히고, 가능하면 좋은 집에 살게 해주고 싶어서,
자존심이고 체면이고 뭐고 다 던져버리고, 투잡 쓰리잡을 하면서도 열심히 살게 되는 것 같다.
원래 열심히 잘 살았던 사람은 하던 대로 살면 되겠지만
나처럼 대충 살았던 사람은 정말 각성을 하고 진심으로 열심히 제대로 살도록 만들어주기에 정말 대단한 것 같다
"행복한 집은 모두 비슷하고, 불행한 집은 갖가지 이유로 불행하다"라고 톨스토이가 말했었다.
땀을 닦으며 "애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됐어요"라고 말하는 어딘가에서 봤을 법한 그 모습 하나로
그가 진짜 앞으로 열심히 살겠구나. 그 집 아이는 행복하겠구나라는 것을 짐작하게 해주는 것 같다.
밤낮없이 주말 없이 일하는 부모님들 모두 파이팅! 응원해주고 싶은 주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