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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망생 성실장 Oct 20. 2024

한강이 노벨상을 타도, 내 딸이 소설가 되는 것은 싫다

예술가가 되지 못한 나는 내 딸들이 종목을 망라하고 아티스트 및 그와 연관된 직업을 갖는 것을 반대한다. 

예술가, 특히 전업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본인의 육체와 정신을 모두 갖다 바치면서, 가족들의 뒷받침과 좋은 인연들과 하늘이 내리는 기회까지 다 있어도 스타가 될까 말까 한 길이기에

꿈을 이루는데 실패한 나는 딸이 작가의 길을 걷는 것을 반대한다. 


딸은 8살에 작은 대회에서 시로 장원을 탄 것과 함께 시인인 할머니의 칭찬 폭풍 속에서 은언중에 소설가, 웹툰작가, 시인 등의 꿈을 갖는 것 같다. 인스타보다는 나을 것 같아서 열어준 블로그에 소설을 올리며, 또래의 예비 소설가들과 교류도 하시고, 마포구 신문에 어린이 기자로 활동도 하고 있다. 


주변에서는 소설가를 꿈꾸던 엄마와 시인인 할머니까지 있으니, 딸이 글에 소질이 있고 꿈을 갖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 글을 잘 쓰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이냐, 칭찬해 주고 응원을 해줘라라고 말을 한다.

심지어 이번에 대한민국의 한강 작가가 노벨상을 탄 것을 보고, 

친정 언니는 "우리 조카가 나중에 노벨상 타면 상금이 13억이래. 재능 있는 우리 조카 잘 밀어줘"라는 말까지 했다.


한강의 노벨상은 어마무시하게 대단하다. 한강을 보며 더욱더 "나도 할 수 있어!"라고 굳게 다짐하는 소설지망생도 있을 것이다. 정말 그 마음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하지만, 실패한 만년 지망생인 나는 

내 딸만은 예술가가 안되기를 바랄 뿐이다. 


한강처럼 대단한 작가는 별도로 태어나는 특별한 존재이고

평범한 나에게서 태어난 내 딸은 그런 천재가 절대 아님을 잘 알기 때문에


혹시나 내 딸도 나처럼 실패할까 봐, 십여 년 전 굶어 죽은 시인처럼 될까 봐

내가 한강 작가의 부모님처럼 이 분야를 잘 아는 것도 아니므로 

전폭적으로 밀어줄 자신이 없기에

예술가의 고민의 고통을 어떻게 덜어줄 자신도 없기에

내 딸의 꿈을 지지해 줄 수가 없다


누군가가 도전을 고민할 때

성공한 사람은 도전하라고 하고

실패한 사람은 하지 말라고 한다던데


진심으로 실패한 나는 내 딸의 꿈을 말리고 싶다.


그런데... 그래놓고

막상 딸아이가 힘들고 괴로워서 나에게 넋두리를 하면

"말로 하면 낙서인데 글로 쓰면 예술이 되니, 글로 써봐라"라는 조언을 하고 앉았다. 

블로그에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말리지도 않고

딸아이가 소설을 쓰고 읽어달라고 하면, 칭찬 반, 지적 반으로 

지지도 반대도 아닌 어정쩡한 태도를 보여준다.


예술은 무엇이 그리 매력적이기에, 완전히 거부하지 못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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