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가 되었다
"요즘 며느리들은 고속도로 휴게소에 시어머니가 준 김치를 버린다더라. 너도 버릴 것 같으면 가져가지 마라"
"요즘 며느리들은 시어머니가 못 찾아오게 어려운 영어 이름 아파트로 이사간다더라"
요즘 며느리들은 ... 그렇다던데....
그런 말을 시어머니께 들을 때면, 처음에는 "아이고 그런 사람들이 일부있겠지요. 제 주변에는 없어요" 라고 변명아닌 변명도 하다가. 지금은 그냥 입을 닫고, 그런가부다 하고 만다.
나는 살가운 며느리는 절대 아니지만, 그 정도로 못되게 굴지는 않는데. 그걸 또 내입으로 말하면서 내 잘못도 아닌데 변명하기도 싫고, 제가 더 잘할께요 라는 빈 말은 절대 하기 싫으니까. 나는 지금 충분히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말이다.
그런데,
바로 저 대사를 내가 어제 직원들에게 했다.
인터넷에서 어떤 신입 직원이 "저는 연봉 조금 받으니까, 조금 일하겠습니다" 라고 말을 했다는 것을 보고,
우와... 우리 직원들도 이런 마인드면 진짜 화날 것 같고, 우리 직원들이 이런 엄한 사상을 주입받기 전에 선수를 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출근하자마자 둘을 앉히고 꼰대 회의를 시작했다.
일단, 둘 다, 큰 연봉은 아니지만, 다른 동종업계의 초봉 연봉으로 봤을 때, 충분히 많이 준 것을 강조했다.
그리고
대기업 같은 경우 입사 3년차까지는 솔직히 연봉값을 못하고, 돈 들여서 교육을 시켜주는 것에 가깝다.
우리 같은 작은 규모의 회사는 3년까지는 아니고 넉넉히 6개월~1년 정도, 투자로 생각하고 직원을 교육 시킨다.
따라서 조금 받는다고 생각이 들더라도, 본인이 매출에 기여도가 눈에 보이는 영업사원이 아닌 이상, 일반 사무직의 경우는 특히, 연봉값을 못한다고 생각하는게 맞다.
둘째, 그럼 연봉의 몇배를 매출에 기여해야 내가 밥값을 한다고 보는가?
이건 그 회사의 상품의 가격의 순이익, 즉 마진율을 따져보면 바로 나올 것인데,
보통 예전에 내가 자기개발서 읽었을때 기준으로 연봉이 10배면 딱 본인 연봉 만치 번거고, 20배는 벌어야, 회사에 이익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나도 직원 뽑았을 때, 직원 연봉주고, 남는게 있어야. 기쁠 것 아니냐. 와서 딱 자기 연봉만큼만 벌고 가져가면, 나도 재미가 없지.
셋째. 연봉을 올리는 법은 단순하다. 능력을 보여주어라!
세일즈 영업은 바로 매출에 기여도가 보이기에, 그래서 선수들이 모이는 것이고,
사무직은 매출에 내가 얼마나 기여했는지 알 수 가 없기에, 근태도 보고, 인사고과도 있고, 등등 여러 다각도로 평가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때, '시키는 것만' 하면... 내 능력을 보여줄 기회를 가질 수가 없다.
상황을 잘 보고, '제가 하겠습니다' 벌떡 일어나서, 일을 하고, 능력을 보여주어야만, "연봉협상"을 할 수 있는 것이다. 1년 1년 지난다고 호봉 올려주는 것은 공무원 군인 정도뿐이라고 알고 있는데.
그것도 승진이랑은 다른 개념이니까. 결국 최저시급 오르는 만치 오르는 수준이라고밖에.....
우리도 1년 지났다고 무조건 연봉 올려주는 개념은 힘들다.
목수 옆에 조수를 생각해보자. 하루 일당 10만원 받고 조수를 하다가, 밤에는 이것저것 기술을 연마하다가. 어느날 목수가 자리를 비울 때, '제가 하겠습니다' 하고 잘 해내면, 그 다음에는 목수가 다른 현장에 자기 대신 보내고, 일당을 올려주고, 그러다 독립도 하고 그렇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린 그만큼 작은 회사기에, "잘하네, 그럼 일 더줘야지!" 이렇게 혹사시키거나, 하지 않는다. 그런 식으로 사람 뽕 뽑아먹다가 도망가는 것 충분히 안다.
그리고, 잘하는 것은 다 보인다. 학급에 100명이 앉아서 수업듣고, 사적인 이야기 안해도. 선생님은 한 눈에, "공부를 열심히 하는데 성적이 안 오르는 놈, 공부 안해도 성적 오르는 놈, 운좋게 찍어서 점수 난 놈, 공부도 안하고 태도도 안 좋고 성적도 바닥인 놈" 다 보인다.
희안하게 다 보인다. 티비 오디션 프로그램보면 누가 잘하는지, 열심히 하는지 다 보이는 것과 같다.
그러니 열심히 하자
그렇게 한시간을 떠들었다. 직원들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그런데 연봉의 10배 20배가 가능한가요?" 라며 불안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아니다. 그건 희망사항이고, 지금 사장인 우리는 가져갈 생각이 없으니, 지금 상황에서 00 만큼 올리면, 매우 좋을 것 같다. 라고 말하니 매우 안심한 표정이었다.
너는 설마 아니지?
그런 신세대는 아니지?
MZ 세대가 멋대로, 좆대로 라고 해서 MZ 라던데 너는 아니지?
아니라고 해줘..
나는 너 좋게 봤다고, 너도 좋다고 왔잖아
잘 해줄꺼지?
나도 잘 해줄께
우리 잘 지내지
오래오래 우리 오붓하게 돈 잘 벌고, 잘 나누고 살자
라는 내 마음이 전달 되었을까?
설마. 내 마음을 알면서도. "어쩌라고" 라는 심보는 아닐까?
일장연설을 해 놓고...
내가 저지른 꼰대짓에 찝찝하면서도
할 말을 했다. '이게 사장의 권력이구나' 싶어 으쓱하기도 했다가.
잘하는 분들한테 괜한 짓을 했다 후회도 했다가.
그렇게 사장을 배운다.
장사가 아니라, 사업을 하기 위한 첫 발
열심히가 아니라 '잘' 해야 할 텐데...
요새는 포악해지지 않고
일찍 일어나서 출근도 하고
매일 일을 하긴 한다
좀 더 잠을 줄이고, 더 일을 하고 싶은 점이 아쉽지만
잔잔한 일상을 시작했다는 점 만으로도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