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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민승 Aug 07. 2017

실리콘밸리의 디자인 프로세스



왜 이렇게 디자인했어? 네 생각은 어때?



매니저에게 처음 디자인 시안을 보여준 날 들은 질문이다. 당연히, 쉽게 답해야 하는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 3초 정도 정적이 흘렀다.

"시키는 대로, 네가 원하는 방향으로 디자인했어"라고 솔직히 대답할 수 없었다. 나의 논리를 설명해야 했다. 첫 프로젝트를 받는 순간으로 돌아가 이렇게.. 저렇게 디자인한 프로세스를 설명했다. 내가 진행한 프로세스가 틀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조금씩 달랐다. 몇 가지 공유해 볼까 한다.



대화로 시작한다.

PM (Product Manager), 엔지니어, 그리고 디자이너가 한자리에 모여 프로젝트에 대해 대화하면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성격에 따라 마케팅, 비지니즈 같이 다른 팀에서 합류하기도 한다. PM으로부터 대략적인 프로젝트 범위를 공유받고 자세한 내용은 토론으로 방향을 만들어 간다. 지시를 받아 디자인을 하던 습관이 있어서 처음에는 어색했다. 하지만 프로젝트의 시작점부터 함께 그리며 참여하니 디자인을 하면서도 늘 더 명확한 방향성을 가지고 작업하게 되었다.



리서치는 필수다.

프로젝트 전/후 리서치는 필수다. 방법과 반영되는 정도는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 다르다. 그리고 정말 진지하게 리서치의 결과가 제품에 반영된다. 거의 완성된 프로젝트가 마지막 사용자 리서치에서 나쁜 평가를 받아 처음부터 다시 작업되기도 한다. 어떤 직급에 있는 사람이라도 리서치 결과를 뒤집는 결정을 하기는 쉽지 않다.



빠르게 비주얼을 만들어 내고 테스트한다.

와이어 프레임을 따로 그리지 않고, 비주얼 디자인 -> 프로토 타입으로 사용자 동선을 그려보고 테스트해 본다.



Figma를 사용한다. (2021년 업데이트)

얼마 전부터 Figma 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Figma는 클라우드 베이스로 플랫폼 상관없이 어디서나 작업할 수 있고, 무엇보다 여러 사람이 하나의 프로젝트를 협력해 일할 때 효율적이다. 클라우드 베이스이기 때문에 파일을 저장할 필요가 없고, 실시간으로 작업하는 모습을 서로 볼 수 있다. 심지어 접속해있는 사람의 커서의 움직임까지 표시된다. 그 외에 모든 장점은 스케치와 비슷하다. 복사, 붙여 넣기가 쉬우며 여러 플러그인을 붙여 프로그램을 확장시킬 수 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스케치로부터 Import 도 지원하기에 이동도 상대적으로 편하다. 단점은 클라우드 베이스이다 보니 가끔 서버가 다운되기도 하는 점. 그리고 펜툴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점정도 이다. 


Sketch를 사용한다.

몇 년 전부터 Sketch 가 완전히 대세로 자리 잡았다. Sketch는 툴 자체가 매우 가볍다. 따라서 디자인 수정 / 테스트를 굉장히 빠르게 가져갈 수 있다. 가령 다양한 버튼 스타일을 테스트해보고 싶은 경우, 스케치에서 복사/붙여 넣기를 통해 아주 쉽게 여러 디자인을 한눈에 비교하며 작업할 수 있다. 또한 여러 플러그인을 붙여 프로그램을 확장시킬 수 있다. 자주 쓰는 아이콘, 화면은 심벌 등록을 통해 반복 작업을 최소화할 수 있고, Zeplin 같은 툴을 연동하여 픽셀 가이드를 자동으로 처리되게 할 수 도 있다.



모든 화면은 프로토 타입으로 제작된다.

OrigamiFramer 등을 이용해 모든 화면을 테스트해본다. 물론 무슨 툴을 사용하는지는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디자인된 제품이 실제 유저한테 가기 전, 손으로 만져보며 테스트하는 데에 있다. UI 문서를 따로 제작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모든" 화면은 프로토 타입으로 제작되고 테스트된다.



데이터는 분석된다.

사용자가 주는 데이터만큼 정직한 피드백은 없다. 데이터는 철저히 분석되고, 디자인 방향에 영향을 미친다.



직급은 아무도 묻지 않는다.

페이스북의 경우 디자이너가 Product Designer란 일반적인 타이틀만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서로의 자세한 직급을 알기도 힘들고, 궁금해하지도 않는다. 지금 막 대학을 졸업한 친구도, 경력이 있는 사람도 같은 타이틀을 달고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물론 언어적인 특성상 존대나 호칭에 대한 부담도 없기에 의견이 엊갈리때는 서로 치열하게 토론하는 것 역시 자연스럽다.



책임은 내가 진다.

직급/보고 단계가 단순하다 보니, 나의 디자인이 사용자 손에까지 가는 것이 자연스럽다. 사용자가 터트리는 불만은 곧 나의 책임이 된다. 첫 리뷰를 보기까지 긴장감이 크다.



정형화된 프로세스란 없다.

김 빠지는 마무리이지만, 사실 그동안 느낀 것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곳에 정형화된 프로세스가 없다는 것이다. 그 누구도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지 않는다. 방법적인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치며

자율성과 책임을 부과하되 사용자 리서치를 통해 견제하며, 모든 팀원이 좋은 제품을 위해 달려가는 것. 그것이 실리콘밸리의 진정한 디자인 프로세스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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