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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민승 Aug 14. 2017

실리콘 밸리의 PM들

뒷조사?를 해보았다.


Project Manager. 흔히 PM으로 불린다. 프로젝트의 중심에서 각 팀원들이 최상의 퍼포먼스를 내게끔 조율하고, 제품을 크게 보고 관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상품 기획자? 기획자? 제품 관리인? 딱히 정확히 떠오르는 한국에서의 직책이 떠오르지 않는다. 기획자라고 부르기엔 무언가 부족하다. 그렇다고 관리인이란 말을 붙이기엔 특유의 상하적인 관계가 먼저 연상되기에 썩 동의되지 않는다. 사회적, 문화적 분위기가 다른 탓에 정확히 표현 안 되는 단어가 있기 마련인데,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PM도 그런 케이스가 아닌가 생각된다.


아무튼, 디자이너와 PM은 업무 진행에 있어서 늘 함께 가는 관계이다. 어떤 전공을 하고, 어떤 경험을 쌓아서 현재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었는지. 그들의 여러 가지가 궁금했었다. 그래서 늘 업무외적으로도 그들과 어울리며 여러 질문하곤 했었다. 그동안 함께 일해왔던 몇몇의 스토리를 공유해볼까 한다. 신상을 공개할 필요까지는 없기에 A, B, C로 지칭하였고 현재 함께 일하는 동료는 제외하였다. 




A는 스타텁 파운더로 만들었던 소프트웨어가 피인수되어 회사에 조인하였었다. 엔지니어 출신으로 90년대부터 창업하고-회사를 파는 일을 시키는 일을 반복한 프로 창업러. 엔지니어링을 떠난 지 오래되어 개발 단계에서 관여하는 일은 드물었으나, 팀 빌딩을 굉장히 잘했다. 의사 결정권자에게 피치를 잘했으며, 팀원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곤 했었다. 그가 속한 팀은 늘 분위기가 좋았다.  


B는 옆 회사 출신으로 회사 내에서 늘 다가가기 어려운 존재였다. 2년 가까이 함께 일하기도, 지켜보기도 하였지만, 한 번도 웃는 것을 본 적 없다. 회의에서도 늘 공격적이며, 본인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 서로 감정이 상하게 되는 상황도 피하지 않았다. 그와의 회의시간은 늘 긴장해야 했지만, 결론적으로 좋은 프로젝트를 내보냈다. 일하는 것이 힘들어도 그를 따르는 사람이 많았다. 현재는 주식을 모두 처분하고 반 은퇴 상태. 이 부분이 가장 부럽다.


C는 엔지니어 출신으로 쾌활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일정이 촉박한 프로젝트를 함께 하였는데, 회의실에서 밤낮으로 일하면서도 모두가 즐겁게 일하게 하는 훌륭한 조율자 역할을 해주었다. 동네 맛집을 다니며 점심 회식도 자주 하였고, 골치 아팠던 버그가 해결된다거나 배타 릴리즈를 할 때처럼 흔히 지나가는 이벤트에도 다 같이 모여서 축하하는 자리를 종종 만들었다. 프로젝트가 끝난 지 꽤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그 시기를 그리워할 정도. 


D는 학부에서 엔지니어링을 전공하고 APM으로 업무를 시작하였다. APM은 Associate Product manager 의 준말로, 학부 졸업 후 바로 PM 직책을 시작하는 직군을 의미한다. 이들은 아무래도 다방면의 경험치가 업무에 필요한 PM 역할을 하기에 부족하기에, 입사 시점부터 별도의 추가 트레이닝을 받는다. (세계 일주에 가까운 각국 지사를 방문하는 행운도 누린다) 본인의 의욕도 넘쳤었고 적극적으로 프로젝트 참여도 하고 싶어 했기에, 바쁠 때는 나 대신 프로토 타입도 만들어 주는 등 본인의 영역 밖의 업무도 열정적으로 진행하였다. 그때의 경험이 기반이 되었을까. 얼마 후 회사를 그만두고 관련 스타텁을 창업, 불과 1년 만에 다른 회사에 피인수시켰다. 나한테 고마워해야 하지 않을까


E는 인문학도였으나 실리콘밸리에 정착하고 싶어서 코딩 수업을 들은 후 엔지니어로 첫 직장 생활을 하였다. 하지만 이 역시 적성에 맞지 않아 PM으로 전향하였다. 굉장히 쾌활한 성격으로 다양한 팀원들과 스스럼없이 잘 지낸다. 가끔 털어놓는 가족 이야기를 들어보면 전형적인 미국 중산층으로 자란 듯하다. 야구/미식축구 팬으로 모든 스포츠 뉴스를 꿰고 있다. 나와는 스포츠 프로젝트를 함께 했었기에 그 부분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또한 개발자로 직장 생활을 해 본 탓에 디자인 단계에서 이미 가능성과 한계를 알고 있기에 나로서는 함께 일하기 편했다.




정리해보니 어느 정도 흐름이 보인다. 대부분 엔지니어링에 조회가 깊은 편이고, 사람들과 관계 또는 설득을 잘하는 사람이 내가 실리콘 밸리에서 겪어온 PM들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가장 이상적인 PM은 어떤 사람일까 생각해본다. 개인적으로는 일도 일이지만,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야 하기에 나와 결이 잘 맞는 사람이 좋은 PM이다. 회사로서는 디자인, 엔지니어링, 마케팅 등 모든 과정을 잘 알고, 잘하는 사람일 것이다. 


문득 한 사람이 떠오른다. 회사의 설립자이기도 하였지만, 디자인, 엔지니어링, 마케팅은 물론 비전에 리더십까지 갖췄던 그 사람. 아마도 그는 우리와 동시대에 살았던 최고의 PM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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