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일정한 법칙을 만들어 생활한다.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그러한 법칙에 의해 지배되기도 하고 혹은 스스로 찾아낸 법칙에 맞게 자신의 생활을 컨트롤하기도 한다. 가령 일정한 시각에 타는 버스는 스스로가 만들어내는 시간 분배의 법칙 중 하나일 것이고, 사람을 사귀거나 중요한 시험을 치르거나 간단한 요리를 하는 등의 일련의 상황에서도 작지만 간단한 또는 복잡하고 세밀한 법칙들이 존재한다.
또는 사회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삶의 영위하는 방법들의 공통분모를 찾아내어 재미있는 법칙을 만들어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사람들은 한 가지 불운이 또 다른 불운들을 연이어 몰고 오는 듯한 확률적인 사건들을 '머피의 법칙'이라는 이름으로 묶어 부른다. 또 사람이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스스로에게 투자해야 할 시간이 최소한 일 만 시간은 되어야 한다는 연구를 '일만 시간의 법칙'이라 하여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기도 한다.
우리는 그렇게 다양한 법칙 속에서 생활하고 존재하며 직접 그들을 운영한다. 최근 들어 나는 우리 모두가 겪었고, 지금 또한 유아 및 아동기 어린이들이 무수히 겪고 있을 또 하나의 중요한 법칙을 발견하게 되었다. 백만 번의 법칙........... 아이가 장난감에 싫증을 내는 데 필요한 장난감 활용 횟수 또는 유행의 회전율과 장난감의 관계 정도?
모두가 겪었을 수도 있으며 현 경제와 유행의 흐름을 한눈에 알 수도 있는 이 중요한 법칙은 2년 전쯤부터 발견될 징조가 보였다.
때는 바야흐로 아이가 4살 때쯤...... 당시 아이는 뽀로로라는 귀엽고 깜찍하고 순진무구한 만화 캐릭터에서 또봇이라는 다소 남성적이고 사뭇 배타적이며 가끔 권위적인 로봇으로 스스로 남성임을 계시하기에 이르렀다. 다양한 시리즈의 또봇의 부모의 지갑을 가볍게 하였고, 로봇의 변신을 통한 자아발견과 자기 계발의 욕구가 앞섰던 아이를 위해 나는 하루에 수백 번씩 또봇 시리즈를 변신시켰다.
그리고 아이는 또봇에 흥미를 잃고 터닝메카드라는 만화에 심취하여 메카니멀이라는 요상한 변신 자동차를 수집하기에 이른다. 변신은 자동으로 되지만 마침 타인과의 경쟁에서 오는 진정한 카타르시스를 학습한 아이의 상대가 되기 위해 나는 또다시 하루에 수백 번씩 메카니멀 고~를 외쳐야 했다.
그리고 최근 또다시 자본주의의 무서움과 유행의 민감성, 아이의 변덕과 가벼워진 지갑을 한꺼번에 느끼며 '베이블레이드'의 시대를 맞이하였다. 언뜻 어른들이 보기에 잘 만든 팽이 같다만..... 아이는 굳이 베이블레이드라고 해야 한단다. 그리고 아이는 나이를 먹음에 따라 좀 더 예민해지고 복잡해지고 집요해지고 확실해졌고 더불어 상대인 나 또한 정확하게 배틀의 룰과 배틀에 임하는 격식과 예의를 갖춰야만 한다. '와이번'이며 '엑스칼리버' '푸링'같은 베이 블레이드의 이름을 외워야 하고 그들의 특징에 맞게 배틀의 전략을 짜야하며 배틀 판이라는 5만 원 상당의 플라스틱 판 따위의 앞에서 '레디, 셋, 쓰리 투 원, 고~ 셧'을 멋지게 외쳐야 한다. 이때 팔을 뒤로 멋지게 뻗어 마무리해야 하는 센스는 덤이라 하겠다.
내가 거쳐온 아니... 아이가 거쳐온 장난감과 유행의 변화, 이에 따른 아이의 관심 변화의 시기와 장난감 활용 횟수와의 상관관계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하나의 법칙을 완성하기에 이른다. 새롭고도 놀라운 아이들의 법칙!! 그들은 스스로 그 법칙 안에 있고, 심지어 교묘하게 그 법칙에 따라 그들의 부모를 조종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소름 돋는 상상 한 번!! 백만 번의 법칙!!
또봇을 하루에 수십에서 수백 번 조립과 해체를 반복했고, 그 횟수는 무려 백만 번쯤으로 추정되며 그즈음 아이는 터닝 메카드에 심취하였다. 아이와의 메카니멀 배틀 또한 백반 번으로 추정되며 대략 하루 평균 수십 번에서 수백 번의 배틀과 크고 작은 갈등이 존재했다. 그리고 나는 또 다른 백만 번의 법칙 안에 있다. 바로 베이블레이드...... 그리고 오늘도 삼천 번쯤 베이블레이드 배틀을 한 것 같은 이 기분......... 아이는 지금도 각 베이들의 특징과 전략에 대해 나에게 강의 중이며 아마도 베이블레이드의 백만 번의 법칙이 끝나려면 대략 팔십 칠만 번쯤 남은 듯하다.... 슬프다... 힘들다...
백만 번의 법칙은 비단 아이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닐 터.... 누군가는 자동차 엑셀을 백만 번쯤 밟은 후 요놈 요놈 바꿀 때가 되었다고 느낄 것이고, 누군가는 백만 번의 스킨십에 상대와 무딤을 느끼기도 하겠지? 그럼 나는 어떤 백만 번의 법칙 안에 있는가. 무언가를 백만 번 토록이나 열심히 그리고 꾸준히 하고 있는 것이 있는가 생각해 본다.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