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는 외할머니 집안 제사였다. 엄마는 외숙모들만 일 시키는 게 마음에 걸린다며 외가에 다녀왔다. 그리고 제사에 다녀오면 늘 딸려 오는 부침개며, 떡이며 이런저런 음식들을 가지고 저녁에 오셨다. 짐도 풀기 전에 주섬주섬 비닐봉지 속 삶아 온 촌닭을 꺼내시며 앉아 보라 신다. 난 저녁 먹었다며 튕기는데 기어이 먹어보랜다. 아들이랑 같이 앉아서 엄마가 찢어주는 닭 살을 소금에 찍어 먹었다. 고소하고 부드러우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다. 저녁 먹었다면서 주는 대로 받아먹던 나는 배가 많이 불러올 때쯤에야 '엄마도 먹어'.... 멘트를 날린다. 엄마도 먹고 있다면서 허접한 살점 몇 개를 입에 넣으면서도 볼만한 것들은 나와 아들의 접시에 담아내기 바쁘다.
배부르다며, 괜히 밤에 가져와서 또 먹었다며 짜증 섞인 몇 마디 던지고 남겨진 찢어발겨진 닭뼈와 껍질들을 뒤로하고 난 또 할 일 많은 척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러려니 하며 늦은 밤이 되고 잠이 들고, 아침이 되었다.
아침 운동을 다녀오면 콩물이며 과일, 채소 등을 챙겨 먹는다. 혼자 있을 때는 오이를 통째로 와삭 씹어먹던가 콩물도 국그릇으로 떠먹는 게 일상이지만, 엄마가 온 날은 예쁜 그릇에 과일과 채소를 잘게 썰어 넣고 올리브 오일과 발사믹 식초를 곁들인 먹음직하고 건강한 샐러드를 내어주신다.
오늘 아침도 먹으면 건강해질 듯한 아침 상을 받아먹으려는데 엄마가 헛헛헛 헛웃음을 짓는다. 그리고는 어젯밤에 먹고 남았던 닭고기의 살코기를 샐러드 접시에 넣어 주신다. 단백질까지 더한 완벽한 건강 아침밥상에 기분이 좋아지려는데.... 엄마가 그런다..... '자식은 자식인가 보다'....
왜? 갑자기 헛웃음을 짓는가 싶더니 평상시 하지 않는 말을 하니 이상하다. 엄마는 아침을 먹는 내 앞 식탁의자를 끌어내어 앉으시더니 말을 이어간다. '아이고, 자식은 자식인가 보다,,,, 세상에 어제 아껴 둔 닭고기 살을 손자 줄 생각은 안 하고 네가 먹는 샐러드에 넣어 줄 생각만 한다. 할머니가 되어가지고..... '
그러고 보니 어제 먹던 닭고기가 조금 남았었는데 엄마가 고이 담아두던 장면이 떠오른다. 나는 당연히 오늘 아침 우리 아들, 엄마의 외손자에게 주시려나보다 생각했었는데..... 고기들은 나의 샐러드 볼을 거쳐 내 뱃속에 들어가 버렸다. 나도 엄마는 엄마인가 보다.... 갑자기 아들이 먹을 닭고기 몇 점 내가 먹어버린 것이 못내 아쉽고 미안하다....
아...... 엄마의 사랑이구나..... 자식이 어리나 젊으나,,, 나이를 먹어 함께 늙어가는 처지가 되어도 엄마에게 자식은 여전히 자식이구나..... 그리고 나도 엄마의 자식이구나...... 난 엄마에겐 영원한 어린아이겠구나.... 내가 아들에게 그렇게 느끼듯.........
엄마가 넣어 준 닭고기가 유난히 윤기 있고, 먹음직스럽더라니....
타박하지 않을 테니 건강하게 살로 가거라~~ 엄마,,,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