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다 하얀 모래, 3대가 만족한 가족여행
친구가 멕시코 칸쿤(Cancun)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덕분에 우린 한참 동안 칸쿤과 푼타카나, 그리고 여행지는 달랐지만 3대가 함께했던 여행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여행을 한다는 것 자체가 쉽진 않지만, 아름다운 풍경과 맛있는 음식이 있는 곳에서 어느정도 가능도 했다는 이야기를 하며 웃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컴퓨터에 있는 사진들을 다시 펼쳐봤습니다. 소중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푼타카나(Punta Cana). 카리브해에 있는 섬나라, 도미니카 공화국에 있는 휴양지입니다. 이름만큼이나 생소한 곳, 이곳 푼타카나에 갔던 것이 지난해 이맘 때입니다.
지인들이 멕시코 칸쿤(Cancun)으로 여행을 가는 것을 많이 봐서 저도 처음엔 칸쿤을 생각했었습니다. 예쁜 바다로 유명한 칸쿤은 신혼여행이나 가족여행지로 사랑받는 곳이지요. 아름다운 바다와 하얀 백사장을 바라보며 쉬고, 널찍한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는 상상을 열심히 했었습니다. 맛있는 음식도 마음껏, 무한대로 먹으려면 호텔비용에 음식값까지 포함돼 있는 올 인클루시브(All Inclusive) 호텔로 가야했습니다.
'만능 팔찌(올 인클루시브 호텔에선 팔찌를 주는데 이 팔찌로 모든 식당 그냥 통과 가능합니다)'를 꿈꾸며 칸쿤에 있는 호텔들을 알아봤습니다. 그런데 막상 호텔을 정하려니 따져볼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여행을 떠나는 가족은 모두 다섯 명. 세 살 딸내미부터 70대 시어른들까지 3대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했거든요. 바닷가를 좋아하는 딸내미는 “웨이브(Wave), 웨이브”를 외쳤고, 남편은 넓은 백사장을 바라보며 그늘에서 낮잠을 자고 싶다고 했습니다. 골프를 좋아하시는 시어른들을 위해선 인근에 골프장이 있어야했고, 밥하기 싫은 저를 위해선 맛있는 레스토랑이 필수적이었습니다.
칸쿤 중심 호텔존은 물론 아랫쪽 1~2시간 거리까지 웬만한 유명 호텔의 리뷰는 다 뒤져 본 것 같습니다. 호텔을 정하지 못하고 매일 밤 칸쿤을 여행한지 2주가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다섯명의 입맛에 딱들어맞는 호텔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던 중, 뉴욕에 오래 산 친구가 도미니카공화국의 푼타카나를 추천했습니다. 때마침 결혼을 앞둔 한 후배도 신혼여행지로 푼타카나를 알아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푼타카나? 어디있는지도 모르는, 들어본적도 없는 곳이었습니다. 먼저 지도에서 푼타카나를 찾은 뒤 여행사이트에서 푼타카나 올 인클루시브 리조트를 검색했습니다. 사진을 보고,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를 읽는 동안 마음은 천천히 칸쿤을 떠나 푼타카나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카리브해와 대서양이 만나는 곳에 위치한 푼타카나는 칸쿤보다 파도가 약해서 모래사장에서 물놀이를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칸쿤은 바다색은 예쁘지만 파도가 높아서 어린 아이들은 수영장에서 놀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정부가 모래사장 가까이에 호텔을 짓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기 때문에 백사장이 넓고 아름답다는 점, 리조트 내에서는 골프카트를 타고 이동해야 할 정도로 호텔 규모가 상당하다는 점 등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도미니카공화국이 세계적인 골프 여행지로 각광받는다는 것도 푼타카나를 검색하다 알았습니다. 다섯명이 원하는 각각의 '꿈의 여행'이 푼타카나 한 곳에서 가능할 것 같았습니다.
한달여간 인터넷을 뒤지며 칸쿤과 푼타카나 사이, 카리브해 어딘가에 표류해 있던 제 마음이 결국 푼타카나에 가 닿았습니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 가족 다섯명은 모두 만족스러운 휴가를 보냈습니다.
골프장이 붙어 있는 리조트를 선택했기 때문에 시어른들은 오전에 골프 라운딩을 즐기셨습니다. 여행 사이트에서 중간 정도의 평점을 받은 골프장이라 염려했으나, 어른들은 관리가 잘 되어 있는 훌륭한 곳이라며 만족스러워하셨습니다. 골프를 좋아하셔서 골프여행을 많이 다녀보셨는데, 가보셨던 골프장 중에 최고 수준에 속한다고 하셨습니다. 언제 또 와보겠냐면서, 기념품을 사시는 모습을 보면서 나름 며느리의 역할을 다한 것 같아 흐믓했습니다.
‘웨이브’를 외치던 따님 역시 바닷가와 수영장을 오가며 신나게 놀았습니다. 바다에 해초가 약간 떠 있는 것이 흠이었지만, 파도는 잔잔하고 물은 맑아서 어린 아이가 놀기엔 최고였습니다. 남편 역시 바라던 대로 열대지방 특유의 짚으로 만든 파라솔 아래서 두 다리 뻗고 달콤한 낮잠을 즐겼고요.
저는 식사 준비 대신 날마다 ‘오늘은 어디서 무얼 먹을까’를 고민했습니다. 저희가 머문 리조트에는 총 13곳의 바와 레스토랑이 있었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철판구이 레스토랑과 아버님이 좋아하시는 스테이크 하우스, 어머님이 선호하시는 부페를 오가며, 매 끼니마다 골라먹는 재미를 누렸습니다. 여행 마지막 날은 마침 남편의 생일이었습니다. 리조트에서 직접 케이크를 준비해줘서 작지만 근사한 생일잔치도 할 수 있었습니다.
잘 먹고, 잘 쉬다온 멋진 휴가였습니다. 다음엔 다른 식구들과도 시간을 맞춰 또 한번 떠나보자 약속했습니다. 식구가 늘어나면 그만큼 원하는 것도 많아지겠지만 여행은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즐겁습니다.
그때가 언제일지, 그곳은 어디일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