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AMOM Jan 30. 2017

엄마, 의문의 2패

[일상] 너무 솔직한 남편과 딸

일상 속에 소중한 순간들이 있다.

가끔은 그 순간들이 기록으로 남지 않고 지나가 버린다.


기억 속에선 잊어버렸는데, 어딘가에 기록으로 남아있다 만나면 오랜 친구처럼 반갑다.

오늘도 그런 순간을 만났다.


지금은 손발이 시린 겨울인데, 유난히 더웠던 어느 여름의 이야기다.


이 솔직한 분들의 목소리가 그대로 들려 오는 것 같아 나 혼자 키득키득 웃고 있다.




남편은 가끔 너무 솔직하다. 그래서 가끔, 짜증이 난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소파에 앉아 있길래 옆에 가서 앉으면, 살짝 떨어져 앉는다. 그리고는 하는 말.
"왜 이렇게 몸이 따뜻해? 나 더워"

TV 같이 보다 조금 러브러브해서 손이라도 잡으면, 조금 있다 슬며시 빼버린다. 그리고는 하는 말.
"왜 이렇게 손이 뜨거워? 나 더워"

지난주엔 좀 더웠다. 남편이 한 밤중에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 마루로 나가 버렸다. 방이 좀 더웠다. 아침에 일어나서 하는 말.
"방도 덥고, 자기도 덥고. 나 너무 더웠어"

그때마다 나는 살짝 짜증이 난다.  
"그래, 알아. 안다고.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게 자기가 생각하는 대로 말하진 않아. 어떨 땐 그냥 상대방을 생각해서 좀 참기도 한다고."

남편, 절대 안 진다.
"더운데 덥다고 하지 그럼 뭐라고 해. 더운데 아이고 시원하다. 뜨거운데 아이고 정말 시원하구나. 이럴 수는 없잖아."

이쯤 되면 그냥 웃고 만다. 남편은 가끔 너무 솔직하다.


지난 며칠 아이가 좀 아팠다. 기침이 심해서 밤에 잠을 못 자고 계속 기침을 했다. 본인도 힘이 든지 기침을 하다 잠이 깨서 울고, 그러다 다시 잠이 들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아이가 잠들기 전에 "엄마, 나하고 같이 자면 안 돼? 엄마하고 같이 자고 싶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남편이 출장을 가서 집에 없던 날이었는데, 아빠하고 애틋한 따님은 아빠를 찾으며 울었다. 그러더니 나한테 같이 있어 달라고 했었다.

아이가 아프기도 했고, 그 말이 생각나기도 해서 아이 방으로 갔다. 아이 침대에 같이 누웠다. 토들러 침대 사이즈이기 때문에 길이도 짧고 폭도 좁다. 여하튼 '낑겨' 누웠다. 아이는 계속 콜록콜록 기침을 했다.

한 30분쯤 졸았을까. 아이가 잠결에 말했다.

"엄마, 인제 엄마 방에 가서 자도 돼."

마침 나도 좁은 침대가 불편하던 참이었다.

"그래, 그치? 우리 같이 자니까 너무 좁다. 엄마 방에 가서 잘 테니까 다솔이 편하게 자."

잠결이었던 아이가 또박또박 말했다.

"아니야, 엄마. 엄마가 더워. 엄마 옆에 있으니까 더워."
"...."

아이는 원래 솔직하다. 그리고 항상, 아이 말에는 웃음이 난다.
앞으로 같이 자자고 안할 것 같다.

문득,

남편에게 미안해졌다.  


미국 육아 관련 글을 쓰고 있습니다.

미국 육아 관련 정보가 궁금하다면...

 >>>> 클릭!!<<<<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를 생각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