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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 Jun 21. 2023

[30대 대장암] 7. 항암1차(젤록스)

7. 항암1차_꼭 자식을 한 명은 키울테다라는 다짐

드디어 12월 1일 항암1차가 진행되는 날이다.
나는 젤록스(젤로다 + 옥살리플라틴) 요법으로 하기로 했고 오늘 아침에 교수님 외과 진료를 본 후 처방전을 받아서 약을 사고 항암주사실 에 링거를 맞으러 갔다. 수술 전에 수혈하러 왔을때보다 오히려 마음은 더 편했다.


내가 하는 항암방법은 젤록스요법(젤로다+옥살리플라틴)이다. 이 방법은 주로 위암, 대장암 등 소화기관 암환자에게 적용하는 항암요법이고, 여기에 사용되는 약물들이 항암제 중 비교적 약한 편에 속한다고 한다.

 젤록스 요법은 옥살리플라틴 링거를 1회 맞고, 젤로다(카페시타빈 성분) 알약을 14일간 복용한 후, 1주일을 약하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젤로다 알약은 원외약국에서 구입을 해야하는데, 거를 맞기 전에 나중에 상태가 안좋아질지 모르니 미리 사뒀다.


그리고 드디어, 항암1일차, 옥살리플라틴부터 맞기 시작했다. 경구용항암제는 내일부터 먹기로 했다.
 항암주사실에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진짜 베드는 물론이고  의자까지 다 차서 구석에 있는 의자에 겨우 앉았다. 지난번에 봤던 간호사 언니가 바늘을 꽂아주었는데.... 처음에 팔접히는 곳에 하려다가 실패해서 다시 손등으로 바꿨다. 유난히 찌른곳이 아프게 느껴졌지만, 2번 만에 혈관 잘 찾아서 꽂은 매우 다행으로 생각했다.
 처음에 항암구토방지제를 먼저 놓고 스테로이드 주사도 넣었다. 스테로이드는 왜 넣는지 모르겠다. 아마 항암제가 두드러기 유발할 수도 있는데 그걸 예방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또 뭐를 넣었다는거 같았는데 까먹었다. 나는 항암 부작용으로 혈관통이 있을 수도 있다고 해서 핫팩을 준비해갔다. 주위를 둘러보니 옆사람도 핫팩까서 흔들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점점 흘렀고 한 3시간 쯤 지나니 링거를 다 맞았다. ​​처음이라 그런지 작은 반응에도 엄청 예민하게 반응했다. 링거를 다 맞은 직후에는 뭐 이정도쯤이야 괜찮다 하는 생각에 남편이랑 백화점에 가기로 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 점심도 저녁도 안먹고 백화점에 가서 쇼핑한 후 남편이 요양병원에 데려다 줬다.
살리플라틴을 다 맞았다는 사실에 감동하면서 기뻐하려는 찰나.... 와.. 진짜 남들이 말하던 그 부작용들이 다 나타났다.

1. 구토감
  갑자기 구토감이 일었다. 당장 화장실을 달려갈 정도는 아니었지만, 속이 계속 메스꺼워서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었다. 구토감은 옥살리 투여 후 5일은 지속되었다.
2. 현기증 - 앞이 갑자기 안보이고 내 목소리가 멀리서 들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차에 앉아있다가 일어나 내리는데 갑자기 앞이 안보이면서 멍해졌다. 내 목소리도 저 멀리서 들리는 기분이었다. 몇 초 안에 다시 앞이 보이긴했지만 움직일때 가끔 그런증상이 계속 되었다.
3. 차가운 것에 민감해짐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민감해졌다. 옥살리 검색하면 제일 먼저 나오는 부작용이다. 아까 집에 올때는 찬바람에 살이 에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와서 찬물로 손을 씻으니 금방 찌릿찌릿해지고 아팠다. 계속 핫팩을 데고 장갑을 꼈다. 돌아와서도 수면양말과 장갑을 끼고 계속 핫팩을 해주었다.
4. 피부벗겨짐 - 바로 엄지손가락 조금 벗겨졌다.  와서 로션 바르고 장갑껴주었다.
5. 턱관절아픔
  저녁겸해서 샤인머스켓 한알을 입에 넣었는데, 아악 소리가 절로났다. 진짜 턱관절이 아픈것이다...! 벌렸는데 아프고 다무는데도 아프고.. 그래도 샤인머스켓과 바나나를 다 먹고, 새우도 먹었다. 블루베리도 먹고 토레타도 한 병 다 마셨다.
6. 목구멍 삼킬때 아픔
 이것도 몇 시간이 지나서야 나타났는데, 목구멍 이물감은 당연하고 물같은거 마실때 미지근한 물인데도 목구멍이 아팠다. 삼킬때 고무바늘같은게 있어서 계속 걸리는 느낌.
7. 손발저림
 발은 조금 덜해졌는데, 주사를 맞은 손은 계속 저린다. 찬거 닿아도 저리고 그냥 있어도 저리고 핫팩 닿아도 저린다. 보습제 충분히 바른 후 장갑끼고 핫팩 계속 찜질해주었다.

그 다음날부터 경구용항암제를 투여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구토감이 생겨서 힘들었다. 아침먹고 경구용항암제를 먹었는데, 무서웠다. 약이 입에 닿으면 안된다는 말이 있어서 물을 입 안에 머금고 한알을 먹고 또 물을 머금고 한알을 넣고 그렇게 3알을 먹었다. 손에도 닿지 말라는 말이 있어서 최대한 멀리멀리하면서 입에 털어넣었다. 그리고 구토, 설사를 반복했다. 병실이 4인실이라 소리없이 깨끗하게 구토하기가 좀 힘들었다.

 그렇게 한 3일이 지나니 구토감은 많이 줄어들었다. 아침에 약을 먹고 계속 잤다. 진짜 항암하면서 회사다니시는 분들은 존경할만하다! 난 산책도 못하겠는데. 약먹고 자고 일어나면 그래도 구토도 안하고 훨씬 나아져서 잠만 잤다. 경구용항암제 투여 4일차쯤 되니까 속은 계속 울렁거리는데 이전보다 훨씬 나은 거 같았다. 그래도 언제 토하러 달려갈지 모르기 때문에 주변에 화장실이 없으면 상시 긴장되어 어디 나갈 수도 없었다. 거기다 옥살리 때문에 아직도 찬 거는 손도 못 데겠다. 구토감에 귤이 먹고싶어서 까먹으려다 손이 어는 줄 알 정도였으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이 나이에도 이렇게 아픈데, 나중에 아프지 말란 법도 없고 이렇게 살아서 뭐하지? 이렇게 살 바에는 그냥 죽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엄청 많이 들었다. 아마 이건 내가 자녀도 없어서 더 그런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이렇게 아프려고 자녀가 나한테 오지 않았던 걸까? 다 아프고 갈테니 정비 좀 잘해놓으소!이런 마인드였나?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던 항암 1차.

 그때 두가지 다짐한 게 있는데, 하나는 내가 다음에 또 암에 걸리더라도 항암은 절대 안 할 것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나도 자녀를 꼭 한 명은 낳아서 길러보겠다는 것이었다. 자녀가 주는 기쁨이 그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다고 하니 항암을 이겨낸 내 세포들이 만든 자녀를 한 명은 낳아 길러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에 너무 괴롭고도 무서웠던 항암 1차가 끝났다. 32살의 겨울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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