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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 Dec 01. 2018

모든 여행지 이름에 '첫'을 붙인다

100일 글쓰기 - 1/100

첫 여행을 망치고서야 깨달았다. ‘여길 언제 다시 올지 몰라’라는 생각이 얼마나 해로운지. 그 생각은 순간에 몰입하는 걸 완벽하게 방해했다. 인생에 한 번뿐일 이곳에서 인생샷을 남겨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혔기 때문이다. 눈앞의 풍경을 조용히 바라보고, 냄새를 맡고 바람을 쐬는 건 낭비가 됐다. 쉴 새 없이 포즈를 잡고 셔터를 눌렀다. 실패하면 다시 반복, 반복, 반복. 기억은 머릿속 영상이 아니라 한 장의 사진으로 한정되어 버렸다.


그 뒤로는 흔치 않은 경험에도 ‘첫’을 붙여 생각하기로 했다. 아프리카의 한 오지 마을에 가더라도 ‘첫 아프리카 마을 방문’이라고 생각하기로. 그렇게 하면 그 마을의 한구석에서만 머무르더라도 아쉽지 않을 테니까. 나머지는 다음에 와서 보면 되니까, 예쁜 사진도 다음에 와서 찍으면 되니까, 하면서 이상한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을 테니까.


그 후로 내 첫 여행들은 온전한 여행이 되었다. 첫 포르투 여행도, 첫 바르셀로나 여행도, 첫 나가사키 여행도. 다 즐거웠다. 좋은 사진을 못 찍지도 않았다. 그 여행지에서의 첫 인생샷들이 여러장이다.


‘첫’은 참 신기한 말이다. 마음을 가볍게 하는데 가벼워서 무겁고 큰 힘을 가진다. 멋진 이 단어에게 첫 글의 영광을 선물한다. 첫 이야기는, '첫' 이야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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