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떤 세대입니까?

한국인만 쓰는 말, MZ

by 김현정

미국 사람은 몰라요, MZ

“MZ 세대의 핫플”

“MZ력 폭발!”

“MZ 장병”


각종 매체에서 ‘열일’ 중인 바쁘디바쁜 단어, 바로 MZ다.

예능 프로그램, 뉴스, 영화, 포털, 신문, 라디오, 책.

장르와 매체를 넘나들며 종횡무진 활약하는 MZ.

근사한 영어 옷을 입었지만 정작 ‘MZ generation(MZ 세대)’을 알아듣는 미국인은 거의 없다.

한국에서 생겨난 ‘토종 신조어’이기 때문이다.


MZ, 어디에서 왔니?

차고 넘치는 사랑을 받는 ‘MZ 세대’라는 표현을 만들어낸 사람은 한국인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아프니까 청춘이다>, <트렌드 코리아> 같은 굵직굵직한 히트작을 선보인 서울대 김난도 교수다.


X세대의 뒤를 잇는 밀레니얼 세대의 M, 그리고 그 뒤를 잇는 Z세대의 Z를 더해 만든 표현이 바로 MZ다. 대략 1981년부터 2012년생까지, 출생연도가 30년이나 차이 나는 사람들을 하나의 세대로 묶은 셈이다.


밀레니얼 세대 중 늦게 태어난 사람과 Z세대 중 일찍 태어난 사람들은 공통점이 많아서 이들을 뭉뚱그려서 하나의 묶음으로 보게 되었다는 설명도 있다. 하지만 그리 설득력은 없다. 어떤 세대건 각 세대가 교차하는 즈음에 태어난 사람들은 공통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 숫자 하나 바뀐다고 그해에 태어난 사람들의 집단적인 특징이 순식간에 바뀌는 일 같은 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젊은이를 대하는 어른들의 자세

혜성처럼 나타났다가 바람처럼 사라지는 신조어가 수두룩하다. 그런데, ‘MZ 세대’라는 말은 왜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며 이토록 오랫동안 큰 사랑을 받는 것일까? 아마도 ‘젊은이’를 상대하느라 고군분투하던 ‘어른’들의 구미에 딱 맞는 표현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MZ 세대’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2019년은 밀레니얼 세대의 맏형 격인 1981년생이 마흔에 가까워지던 무렵이었다. 묘하게 분위기가 다른 20~30대 직원들을 상대하느라 고군분투하던 기성세대에게 ‘MZ 세대’라는 말은 복잡한 세대 특성을 단순하게 요약해주는 일종의 구세주 같은 표현이었는지도 모른다.


MZ 세대를 구성하는 한 축인 밀레니얼 세대는 이전 세대와 상당히 다른 경험을 하며 자랐다. 베이비 붐 세대가 전 세계적인 성장 분위기에 휩쓸려 낭만적인 노동의 시대를 보냈다면 X세대청춘의 특권을 마음껏 누리며 개성 넘치는 젊은 시절을 보냈다. 반면, 밀레니얼 세대는 IMF 사태가 남긴 살벌하고 위태로운 현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학생이 되자마자 토익과 취직에 열을 올리는 등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세대로 성장했다.



이렇게 점점 벌어지기 시작한 ‘어른’ 세대와 ‘젊은이’ 세대의 격차는 Z세대의 등장과 함께 극에 달했다. 기술의 발달 덕에 사회 전체가 점점 개인화된 것이 사실이지만 ‘디지털 원주민’이라고도 불리는 Z세대는 사람보다 기술과 더욱 친하게 지내는 신인류의 면모를 화끈하게 보여준다.


이들을 하나로 묶어 ‘MZ 세대의 특징’, ‘MZ 세대를 정의한다’ 같은 보도와 연구, 마케팅 자료가 쏟아졌고, MZ는 서서히 젊은 세대를 상징하는 이름이 됐다.


Y세대는 어디로?

그렇다면, X세대와 Z세대 사이에 왜 Y세대는 없는 걸까?

물론 있다.

밀레니얼 세대의 다른 이름이 바로 Y세대다. Y세대는 뉴밀레니엄, 즉 새천년이 될 무렵 성인이 된 세대다. Y세대라는 특색 없는 이름보다 밀레니얼 세대라는 이름이 이 세대의 정체성을 좀 더 잘 반영하는 탓에 이들은 Y세대보다 밀레니얼 세대라고 불린다.


Z세대의 다른 이름, i세대

Z세대에게도 다른 이름이 있다. 그 이름은 바로 ‘i세대’다. 여기서 i는 무엇을 상징할까? 정답은 바로 ‘인터넷’이다. 미국 심리학자 진 트웬지는 1995년 이후에 태어난 이들, 그러니까 인터넷이 이미 존재하는 세상에서 태어나 스마트폰과 아이패드를 손에 쥐고 자란 세대‘i세대’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였다.


어쩌면, 단순히 X세대의 뒤를 잇는다는 의미를 가진 Y세대보다 밀레니얼 세대라는 이름이 더욱 잘 어울리듯 Z세대보다 i세대가 이들의 정체성을 좀 더 잘 표현하는 것 같기도 하다. 진 트웬지의 저서 <iGen(#i세대):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자란 요즘 세대 이야기>는 내가 번역한 책이다. 그런 탓에 사심이 잔뜩 들어가 Z세대보다 i세대가 더 마음에 드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누가 봐도 Z세대보다는 i세대라는 표현이 훨씬 개성 있고 멋지지 않은가? 실제로 몇 해 전 이 책을 번역할 때, i세대라는 구문을 보고 ‘이 세대를 묘사하기에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이 있을까?’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출처: yes24


어떻게 읽어요, Gen Z?

대세는 이렇다.

MZ는 ‘엠지’, Gen Z는 ‘젠지’.


그러나 늘 그렇듯 규칙이라는 게 늘 대세와 일치하는 건 아니다.


국립국어원의 권고는 MZ‘엠제트’로, Gen Z‘제트 세대’로 표기하는 것이 옳다고 설명한다. 촌스럽게 들릴 수도 있지만 외래어 표기법상 ‘지’‘영어 알파벳의 일곱 번째 자모(g) 이름’을, ‘제트’‘영어 알파벳의 스물여섯 번째 자모(z) 이름’이다. 그러니 엄밀히 말하면 ‘지 세대’라고 하면 ‘Z세대’가 아닌 ‘G세대(1988년 서울 올림픽 전후에 태어나, 글로벌 마인드를 장착한 세대)’가 돼버린다.


나는 웬만하면 맞춤법을 따르는 게 좋다고 믿지만, MZ와 Gen Z를 엠제트와 제트 세대라고 부르지는 못할 것 같다. 언어에는 생명력이 있다고 믿으며,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엠지’와 ‘젠지’가 언젠가 표준 표기법이 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MZ세대 #밀레니얼 세대 #Z세대 #X세대 #세대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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