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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굿키드 Apr 22. 2022

단순한 스티커 그 이상의 의미

창고살롱 굿즈 프로젝트 RBG - 네 번째, 다섯 번째 미팅 후기

"제가 이런 말을 했었다고요?"


이번 미팅 때 개인적으로 가장 놀랐던 건 취합된 문장들 속에서 내가 말한 문장을 마주했을 때였다.

다이어리에 다른 사람들의 문장은 기록해 두지만, 내가 말한 내용은 적어두질 않으니 기억이 안 날 법도 하다.

취합된 문장들 중에 '서로가 서로를 기록해주자'는 말이 있었는데 이번 미팅을 통해 다시 한번 떠올리고 감탄하게 되었다.

누군가 나의 말을 기록해주고, 그 기록이 또 이렇게 불쑥 나타나서 다시 나에게 돌아올 수 있다니 참 신기하다.

그러고 보니 휴직 중이던 작년, 여기저기 사람들에게 내 입으로 '요즘 나는 몸과 마음이 매우 건강하다. 에너지를 나눠주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맞다... 그런 말도 했었지 참...)


#문장 너머의 서사

RBG 멤버들과 함께 창고살롱 1, 2, 3 슬랙 채널과 나의 군고구마 다이어리를 탈탈 털어, 120여 개의 문장을 취합했다.

(군고구마 다이어리의 정체는 지난 모임 후기에...)

문장을 취합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문장 자체만 수집할 뿐만 아니라 가능하면 그 문장이 나왔던 맥락도 함께 확인하고자 했다.

어느 시즌에, 어떤 살롱에서, 어느 레퍼런서가 했던 말인지를 함께 정리해보자는 의견이 나왔을 때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살짝 들었지만(?), '우리에게 서사는 중요하니까!'라고 생각하며 끄덕끄덕했다.


#문장이 가 닿을 누군가를 생각하다.

이번 미팅 전에는 취합된 전체 문장 중 꼭 스티커에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문장 20개를 각자 고르고 참여하기로 했다.

그렇게 각자 고른 문장들 중에서 가장 많이 선택된 문장들을 골라 최종적으로 스티커에 넣을 문장을 확정 짓기로 했는데, 진행 와중에 이런 질문들이 오갔다.


 "사람들이 이 스티커를 주로 어디에, 어떤 용도로 붙이게 될까요?"

 "이 문장을 선정하는 기준은 어떤 것이 되어야 할까요?"


미팅에서 이런 질문들을 들으면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별생각 없이 골랐다고 생각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 나름대로 베스트 문장을 고르면서 떠올린 이미지가 있었다.

누군가 이 문장들을 보며 '지속 가능하게 일하고 싶은 마음'에 대한 응원과 위로를 받는 장면을 상상했다.

창고살롱 레퍼런서 멤버들 뿐만 아니라 그런 용기와 위로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문장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찌 보면 단순한 스티커지만 누구에게, 어떻게 가 닿았으면 좋겠을지를 고민하는 이 모습이 왠지 참 멋지게 느껴졌다.

우리가 이 프로젝트에서 어떤 가치를 추구하면 좋을지 사전에 분명하게 정의하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지만 신기하게도 조금씩 뚜렷해져 가는 것 같다.


RBG 멤버들의 만장일치로 확정된 문장들.


#함께 만들어 가는 굿즈 #효율과 비효율 사이

1차적으로 확정된 문장을 제외하고 나머지 문장들에 대해서는 레퍼런서 멤버들의 투표를 받아보기로 했다.

레퍼런서분들이 살롱에서 나눠주신 문장을 토대로 만들어지는 굿즈이다 보니 가능하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일반적으로 회사에서는 빠른 의사 결정과 효율적인 업무 방식을 추구하게 되지만... 멤버들의 의견이 궁금하기도 하고, 또 이런 방식이 재밌기도 하니까 다소 비효율일지라도 진행해보고 있다.(그렇지만 이 프로젝트도 나름 일정이라는 게 있긴 하다!?!)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게 또 사이드 프로젝트만의 특권이 아닐까.




1년 넘게 창고살롱을 해오면서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내 마음속에 씨앗으로 뿌려진 경험을 했다.

그 작은 말들이 마음속에 조용히 자리 잡았다가 조금씩 자라나고 시간이 지나자 또 누군가에게 나도 나눠줄 수 있게 되기도 했다.

굿즈를 통해 전달되는 문장들이 다른 누군가의 마음속에도 그렇게 작은 씨앗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받았던 위로, 영감, 용기 등이 꾹꾹 담겨서 이 문장을 마주할 사람들에게도 모두 전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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