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찾아가는 여정
1박 2일의 일정이 알차지만 빠르게 흘렀다. 토지마을을 구경한 후 우리는 잠시 숨을 돌리기 위해 이대명과 카페를 가기로 했다.
“카페 가서 책이나 좀 읽을까?”
너울과 나는 잠시 차에 들러 바리바리 책과 공책을 챙겼다. 카페 가서 한 장도 펼치지 않더라도 왠지 들고 가야만 마음이 놓인다.
카페에는 다양한 차 메뉴가 있었다. 차 한 잔을 시켜도 다기세트가 나와서 무언가 대접받는 기분이다. 마침 사람이 많이 없고 한옥 스타일의 큰 창으로 햇빛이 쏟아지듯 들어와 아름다웠다. 이 일정을 끝으로 너울은 다시 서울로 올라가고, 나는 하동에 더 남아서 가족여행을 할 계획이었다.
우리 둘은 카페에 나란히 앉아 풍경을 구경했다.
너울은 자신의 중고등학교 때 이야기를 했다. 그 시절에 느꼈던 혼란과 아직까지 남아있는 의문에 대해. 들으면서 나는 내가 그 시절 느꼈던 혼란과 초조함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리고 너울에게 아직 남아 있는 의문을 답해주고 해결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너울에게 답을 내어 놓을 수 없었다. 내가 느꼈던 혼란은 너울이 느꼈던 것과 비슷하면서도 성격이 달랐고, 내가 얻은 지금까지의 답은 나의 의문을 어느 정도 해소해 주었지만 그 답이 너울의 의문도 해소해 줄 수 있는 답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월플라워”라는 영화를 다시 보았다. 첫 장면부터 나는 이미 마음이 울컥했다. 어린 시절,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의 불안함이란. 지금 어른이 되어 돌이켜 보면 그 불안함과 불완전함 자체가 얼마나 반짝거리며 빛나는지 알 수 있지만 그 시절엔 절대 알 수 없다. 완벽하지 않아서 아름답다고, 보듬어주겠다고 해도 그 말이 나에게 와닿지 않고 나를 위로해 주지 못했던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나이가 들수록 어딘가를 향해 앞으로 나아간다고 믿고 싶지만 깊은 마음속에는 그저 한 곳에서 머물고 싶은 마음과, 나아가고 싶은데 더 이상 나아가지지 않는 좌절감이 공존한다. 그리고 지금 나이가 주는 또 다른 불안함을 겪는다.
한동안은 그 불안감을 떨쳐버리려고 애를 썼다. 지금은 불안감을 없애는 방법이 아닌 그걸 안고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도 지금의 해답일 뿐, 또 시간이 지나면 나는 다른 답을 찾을 수도 있다.
너울이 나에게 그 이야기를 한 것도 나에게 답을 달라고 한 건 아닐 것이다. 그저 짧지만 1박 2일 동안 함께하며 여러 가지 이야기를 꺼내고 이전에 하지 못했던 생각을 하게 되면서 나온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우리가 아직 어떤 정답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임을 즐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여행이 끝나면 아마 우리는 1년이 지난 후에나 볼 수 있을 것이다. 친구와 좋은 시간을 함께할 때면 계속 이런 시간이 지속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또 삶의 자리로 돌아가서 각자의 일상을 살아내고 여러 생각을 하며 살다가 우리의 시간이 맡닿으면 만나서 이번처럼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겠지.
그래도 답을 찾는 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으면 좋겠고, 무엇보다 답을 찾는 과정이 너무 괴롭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울도 나도.
겨울에 하동에 오길 참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