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ㅎㅈ Jul 21. 2024

여름방학 일기

아주 신나는 여름 주말을 보내고 왔다.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 놀러 간 아이처럼.


친구가 예약했다고 보낸 에어비앤비 링크를 보고 처음엔 못마땅했던 숙소는 직접 가보니 깔끔하고 정겨웠다. 폐교 관사를 재활용한 숙소라 책이 가득했다. 폐교 복도를 걷는 것도 좋았다.

마을은 고양이 천국이었다. 얼마 전 태어난 새끼들이 호기심에 눈을 반짝이며 우릴 따라다녔다.

밤의 계곡을 산책하고 밤하늘에 가득한 별을 보았다. 다음 날은 바다에 가서 스노클링 하고 맥주를 마셨다. 친구가 직접 딴 문어와 해삼과 멍게를 갖고 와 평상에 앉아 시원한 물회와 함께 먹었다. 폐교 운동장에서 팀을 나눠 투바운드 농구 게임을 하고 축구공으로 족구를 했다. 땀을 뻘뻘 흘린 다음 계곡에 들어갔다. 미지근한 수박을 차가운 계곡물에 담근 다음 함께 달려들어 숟가락으로 퍼 먹었다. 수박을 먹는데 갑자기 소독차가 소독 연기를 뿜으며 지나가 다 같이 잠깐 콜록거렸다. 아직도 소독차가 있느냐며.

저녁엔 지역 축제가 열린다는 근처 항구로 향했다. 지역 수제 맥주를 마시며 사람들을 구경했다. 가족들이 많았다. 신나게 뛰어다니는 아이들, 아이들보다 더 신나 의자 위로 올라가 춤을 추는 어른들. 다이나믹 듀오가 왔는데 라이브를 엄청 잘했다. 공연의 여운이 남아 집 가는 차에서도 추억의 다듀 노래를 크게 틀어 따라 불렀다. 에어컨을 틀고 정겨운 이불 위에 누웠다.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게 금방 잠에 골아떨어졌다.


마치 짧은 꿈을 꾼 것 같다. 행복으로 빼곡하게 채운 주말이었다. 친구들과 다 같이 매년 여름에 여길 오자고 이야기했다. 여름의 낭만을 잊지 말고 이렇게 함께 건강하고 행복하게 시간을 걷고 싶다. 한 여름밤의 꿈같은 현실을 살 수 있게.

작가의 이전글 물 한 잔 드실래요?라는 말이 왜 이렇게 어려운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