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결혼식에서 축사를 읽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오늘의 신부의
전 회사 동료이자 친구인 김혜지라고 합니다.
이렇게 중요한 날에
축사를 맡게 돼 너무 기쁘고 또 정말 영광이에요.
신부와 저는
어쩌면 그저 그런 회사 동료로 남을 수도 있었을 텐데
다른 회사에 다니는 지금까지도
친한 친구로 지내고 있어요.
거기엔 물론 많은 이유가 있지만 그중 하나는,
서로의 부족함과 결핍을
온전히 나누고 받아들일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나이가 들어갈수록 어쩐지
나를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믿고
모자람까지 사랑해주는 사람이
흔치 않다는 걸 더 깨닫게 되죠.
그러다
신부가 신랑을 만나게 됐고
제게 처음 신랑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을 때,
아 그도 신부에게 그런 사람이겠구나
단번에 느꼈어요.
신랑의 이야기를 하는
신부의 표정, 눈빛, 말투 그 모든 것에
안정감이 가득 느껴졌거든요.
아, 그 사람은 나만큼이나 신부를
그냥 있는 그대로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이구나.
그래서 신부가 더이상 불안하지 않게,
깊은 안정감을 느끼게 해 줄 사람이구나.
그건 신랑의 사랑이 가득 넘쳐서도 있겠지만,
저는 그게 신랑의 타고난
둥글고 넓은 성향 때문일 거라고도 생각해요.
사랑하면 닮잖아요.
그런 신랑과 오랜 시간을 함께 한 신부도
그렇게 둥글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물론, 둘 사이의 안정감은
단지 신랑 덕분만은 아닐 거예요.
신부는 참 다정하고 세심하고 또 믿음직스럽고
사랑하는 사람을 정말 온 마음을 다 해 귀여워 하고 사랑하거든요.
신랑 분도 신부의 그런 모습들을 닮아가고 있을 거예요.
그렇게 둘은 서로에게 튼튼하게 뿌리 내린
안정감을 주는 버팀목이 될 거 같아요.
저도 올 5월에 결혼 했거든요.
아직 반년도 안 된 새내기 기혼자라
결혼에 대해 제가 감히 조언할 수 있는 건 없을 거 같아요.
대신 제가 결혼 전에 들었던
“신혼부부 예비 교육” 수업에서 강사님이 해주신
인상 깊었던 이야기를 신부와 신랑에게 전해주려 해요.
결혼 생활을 하다보면 상대방에 대해 가끔
그런 생각들이 들 수 있대요. 예를 들면
“왜 상대방은 청소를 꼼꼼하게 하지 못할까?”
또는
“왜 상대방은 미리미리 해야 할 일을 계획하지 못할까?”
등등 이런 것들이 있죠.
근데 이걸 두고 강사님이 그러더라고요.
이건,
상대방이 못하는 게 아니라
그저 내가 잘하는 것일 뿐이라고.
그러니까, 이건 그냥 나의 장점이자
나의 탁월함이라고.
그래, 내가 탁월한 일은 내가 그저 잘하면 되고요.
또 상대방이 탁월한 일은 상대가 계속 잘하면 됩니다.
이렇게 각자의 탁월함이 많다면
그만큼 각자가 잘하는 일이 많다는 거니까
오히려 좋은 거겠죠.
만약 둘다 잘 못하는 일이라면
조금이라도 나은 하나가 더 잘 해내면 되고
아니면
둘이 함께 잘 할 수 있게 노력하면 좋을 거 같아요.
그렇게 서로 잘하는 일을 계속 잘 하면서
아주 멋진 한 팀이 되는 거죠.
그게 바로 행복한 부부이자,
행복한 결혼 생활이지 않을까요?
끝으로 제가 참 좋아하는 소설의 구절로
축사를 마무리 하려 해요.
“미루는 삶은 끝났다. 사랑한다고 말해야 한다.
사랑을 품고 세상의 끝까지 돌진할 것이다.”
그 누구보다 서로의 편이 되어 주면서
사랑한다는 말을 미루지 말고
때론 필요하다면 그 사랑을 가득 품고 끝까지 세상에 돌진하세요.
결혼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