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의 학교생활

한 학기를 마치며

by 계절 부자
아이들은 수업 시간에 자전거도 탄다. 지리산을 올려다보면서.




얘들아, 서울에서 학교 다닐 때랑 순창에서 학교 다니는 거랑 어떻게 달라?”


농촌 살이를 시작한 지 한 학기가 지났다.

전교생 900명이 넘는 서울의 학교에서는 다른 층, 다른 교실에 가는 게 금기시되어 있고, 다른 학년과 반을 기웃거리면 담임 선생님에게 전화가 온다. 실제로 지성이가 3학년 때 6학년 누나가 하리보 젤리를 가져다주었는데 언젠간 학부모 면담 때 지성이가 상급생이랑 어울린다는 지적이 들어왔다. 통제와 질서가 중요한 서울의 학교에서는 당연한 일.


그러나 전교생 21명의 이곳에서는 전교생 모두가 학교의 모든 공간을 점유하고, 마음껏 뛰논다. 우선 같은 학년의 아이들이 많아야 4명이기 때문에 형, 누나 동생들과 어울릴 수밖에 없다.


점심식사 후에는 운동장에서 선생님과 다 같이 축구도 하는데, 초5학년이 되는 지성이는 서울에서 학교 다닐 때는 자유롭게 다니지 못하고 갇혀있는 거 같았다고 털어놨다. 한 사람이 학교에 머물며 점유할 수 있는 공간이 넓다는 건 아무래도 좋아 보였다.


또래친구 수가 많지 않은 점은 아쉽다고 했다. 친구 수의 폭이 넓지 않은 대신, 같은 나이의 친구가 많지 않은 것. 남편은 농촌유학 한 학기를 계획하고 떠났지만 한 학기가 끝나기도 전에 3년 연장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물론, 3년 동안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아이들과 떨어져 있어야 하는 엄마인 나는, 어느 날 밤 눈물을 펑펑 쏟았다. 아니 이제 사춘기에 곧 입대할 거 같은데... 우리 품 안에 있을 시기가 길지도 않은데 이 시절마저도 쪼개야 하는 거냐고.


서울에서 막내와 단둘이 생활하고 있던 나는 결국 남편이 막내까지도 농촌으로 같이 내려가는 걸로 남편과 상의했고, 조만간 3월부터 순창의 어린이집으로 옮기기로 했다. 그나마 지금까지 내가 29개월 막내를 등하원 시키면서 직장생활을 할 수 있었던 건, 단축근무 때문이었는데. 이 금쪽같은 한 시간 단축근무 제도는 사실 초등학교 1학년인 둘째 덕분이었다. 초등학교에 아이가 입학한 해에는 직원에게 한 시간 단축근무를 시행하도록 해준 회사의 복지. 단축근무를 선물해 준 서진이는 순창에 있었지만 그 덕은 막내가 톡톡히 봤다. 사실 아이에게 가장 손이 많이 가고, 부모가 단축근무를 해야 하는 시기는 초1뿐만이 아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될 때까지는 해마다 필요하다, 고 어디 가서 이야기를 해야 하나.


단축근무는 2월이면 종료가 되고, 그 덕에(?) 혹은 그 탓에(?) 막내가 형들과 아빠와 지내게 됐다.


나는 전생을 믿지 않지만

전생에 무엇이었기에

아이를 셋이나 낳고, 그 아이를 남편이 양육하고 있는지. 남편에게 한없이 고맙다가도 한없이 안쓰럽다가도, 한없이 한없이 어떤 감정들이 밀려오는 것이다.


하루 세끼, 세 아이를 먹이는 일은

대부분 주말의 일상이지만. 돌아서면 다음 끼니를 준비해야 하는 이의 노고를 아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가늠할 수 있는 크기의 고생이다. 남편을 바라보는 내 마음에는 분명히 어떤 전우애가 싹트고 있다.


달력은 우리를 2025년 1월로 데려다줬고, 겨울의 순창은 이렇게 눈밭이다. 흰 세상에서 쑥쑥 크는 아이들을 본다. 자랑스럽고 어엿하고 기특하고 대견하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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