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Christmas Tree

크리스마스트리 농장에 다녀온 날

by Silvermouse

요즘 JTBC에서 하는 '이방인'을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텍사스에 살고 있는 추신수 선수, 뉴욕에 살고 있는 배우 서민정 가족 등의 실제 해외 생활을 보여주는 방송인데, 사는 방식이야 모두 다르지만 그래도 같은 이방인의 삶을 살고 있다는 공통점 때문인지 그 내용이 더 와 닿았지요. 특히 해외에서 전업주부로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 엄마로서의 삶은 별반 다르지 않는구나, 생각이 들기도 했지요.


한국에서나, 여기 미국에서나 아이를 키우는 하루하루의 모습은 비슷한 것 같아요. 아이에게 최대한 즐거운 경험을 해줄 수 있게 주말마다 어떤 곳들이 있는지 열심히 찾아보고, 데려가고, 그런 모습들은 어딜 가나 똑같지요. 아이를 한국에서 일 년 키워보고, 또 미국에서 일 년 키워보니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미국은 계절마다, 연휴마다 하는 연례행사들이 있다는 겁니다.(물론, 이건 순전히 미국에서의 이방인 생활을 딱 1년 하고 저만의 생각입니다만) 봄에는 부활절 에그헌팅, 가을엔 사과 따기, 펌킨 패치, 핼러윈 파티, 크리스마스 즈음엔 트리 컷팅 등 말이지요. 이런 아이들이 필수적으로 참여하는 계절별 행사들만 쫓아다녀도 엄마의 일 년은 금방 갑니다.


11월 말 추수감사절이 끝나고 돌아온 첫 주말, 드디어 일 년의 마무리 행사인 크리스마스트리를 찾아 나서기 위해 시카고 근교의 트리 농장을 다녀왔습니다. 사실 홈디포 같은 곳에 가도 미리 베어놓은 트리를 살 수 있지만, 진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서는 왠지 진짜 나무 농장에 가야 될 것 같았지요. 집에서 한 시간 반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한 크리스마스 농장이었는데, 벌써 부지런한 가족들이 많이 와서 크리스마스를 데려갔는지 저희가 갔을 때는 좀 작고 빈약한 나무들이 주로 남아있었습니다. 마치 찰리 브라운의 크리스마스트리처럼요!



농장을 한참 둘러보다가 마음에 쏙 드는 아담한 트리를 하나 발견해서 그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나무를 버렸는데... 아무리 톱질을 해도 생각보다 굵고 단단한 나무는 쓰러질 생각을 안 했습니다. 낑낑대고 삼십 분 정도를 씨름하다가 결국 포기. 대신 미리 베어놓은 트리들에서 마음에 드는 트리를 골랐습니다. 크고 튼튼한 나무들은 이렇게 미리 베어놓아서 손님들이 쉽게 골라갈 수 있게 입구에 마련해놓았더라고요. 직접 베어오지 못한 건 좀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덕분에 원래 가져오려던 것보다 더 큰 트리를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


나무를 고르고 나면 저렇게 농장 아저씨들이 차에 실어가기 쉽게 포장을 해줍니다. 아주 단순하게 생긴 기계인데 저 사이로 나무를 쏙 집어넣으면 그물망에 잘 포장이 되어 나옵니다. 저렇게 포장한 트리를 자동차 위에 단단하게 끈으로 묶어서 오면 되는 건데 이 시즌이 되면 외곽에서 달리는 차들은 크리스마스트리를 하나씩 메달고 있는 게 진풍경입니다.



크리스마스트리를 고른 후에는 저렇게 이쁘게 생긴 집으로 들어가서 코코아랑 커피, 쿠키를 먹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나무값을 지불하게 되는데 크기에 상관없이 무조건 60불입니다. 저기에 걸린 리스도 구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화로 만든 리스라서 생각보다 많이 무거워요.



이제 드디어 집으로 돌아와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할 시간. 뭐든 자기가 직접 하는 걸 좋아하는 아이랑 같이 오나먼트를 트리에 달았습니다. 올해는 처음이라 기본적으로 레드와 골드 색의 오나먼트를 달고 매년 특별한 장식을 몇 개씩 사서 모으기로 했지요. 예전에 다닌 회사 건물 1층에 매년 연말이 되면 진짜 전나무에 트리 장식을 해두어 로비 전체가 그 향으로 가득 찼는데, 드디어 우리 집에도 그 설레는 연말의 향기를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크리스마스트리 완성. 마침 그 날 저녁 동네 친구들이 집에 저녁을 먹으러 오기로 한 날이라 더 연말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지요. 역시 연말에는 사람들이 북적북적해야 제 맛입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한 해 동안 우리 식구들과 정을 나눴던 친구들을 잊지 않고 초대해야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엄마의 꽉 찬 일 년, 그 마지막 행사가 마무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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