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1깡과 조롱 밈

뭘 보고 웃고 있나요

by 프리즘 리플렉팅
MEME : 명사 밈, ((특정 메시지를 전하는 그림, 사진, 또는 짧은 영상으로 재미를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함)), (=짤방) | 출처 :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 신어사전
지난 비가 오던 주말, 커뮤니티에 소식 하나가 올라왔다. 비가 유튜브를 만들었단 소식이었다. 채널명은 'Let it 비. 댓글에 사람들은 정말 비 답다며 촌스럽다고 했다. 90년대에 머무른 사람 같다며 각종 비와 관련된 밈들을 가지고 와서 비를 말했다.


역시나 유튜브에도 비를 놀리는 댓글이 많았다. 로고도 없어서 사람들이 정말 구식이라고 엄청 놀렸다. '깡 댓글 반응해주세요. 재간둥이 표정 짓지 말기. 아예 깡이 유행이니 이걸 콘텐츠로 만들어라. 이제 다른 사람들의 말을 잘 들어라.' 등등 이제 비는 가수나 배우, 아티스트로서의 소비보단 '이 사람 놀리면 참 재밌는 사람'으로 등극한 것 같았다.


해당 채널의 첫 영상은 비가 옥상에서 운동루틴을 소개하는 내용이었고, 두 번째 영상은 연습실을 공개한 영상이었다. 짧은 와중에도 비는 공간에 혼자 있어서 마스크를 안 했다고 친절하게 설명했다. 열심히 하는 비가 좋다고 댓글을 남겼다. 열정적인 만큼 유노윤호랑 만나면 어떤 얘기를 할지 궁금했다. '열심히 하는 비가 좋다', '유노윤호랑 만났으면 좋겠다.'라는 내용의 댓글을 남겼다.


오늘 기사를 보니 그 계정은 사칭 계정이었다. 사칭 계정이니 정식 로고도 없었던 것이었다.


정말 놀랍게도 그사이에 사칭 계정은 공식 로고까지 가져왔다. 비 측에서 내놓은 공식 입장에 따르면 일찍부터 영상 삭제 등의 조치를 요청한 것으로 보이나, 계정 측에서 이를 묵살하고 일방적으로 업로드 한 것이다.


사칭 계정이라는 것도 놀라웠지만, 댓글을 단 나 자신도 부끄러웠다. 사칭 계정인지도 모르고 열정적인 사람들끼리 만나면 무슨 얘길 나눌지 궁금해서 댓글을 남겼던 거였는데, 과연 그건 비를 위한 일이었을까. 조롱의 한복판에서 해야 할 건 콘텐츠 제안이 아니라 응원의 말을 더 많이 해주는 게 필요하지 않았나.



나도 1일 1깡에 재미를 느꼈다.


일상에 지쳤던 찰나에 우연히 유튜브에서 1일 1깡을 봤다. 사실 영상보다도 댓글이 재밌었다. 나도 재밌어 보여서 하려다가 그만뒀다.


우선 '조롱'으로 보이게 하고 싶지 않았다. 두 번째, 재미를 위해서 그의 열심히 했던 시절을 함부로 대하고 싶지 않았다.


춤 커버처럼 정석으로 한다면 모를까 재미를 위해서라면 더 우습게 보일 수 있는 방법은 차고 넘쳤다. 기본이 되는 안무도 연습해야 하는데 안 진지해질 수가 없었다. 조롱처럼 우스꽝스럽게 보이게 된다면 하는 나도 별로다 생각할 정돈데, 보는 당사자는 얼마나 마음이 안 좋을까 싶어 그만뒀다. 정말 즐기면서 하는 건 눈에 보이니까.


한때 비는 자신이 출연한 엄복동에 관한 이야기를 SNS에 올렸다. 사람들은 그의 흥행하지 못한 영화 수치를 기준삼아 1 UBD이란 단위를 만들었고, '술 한잔 마셨습니다.'란 그의 대사를 유행어처럼 소비했다. 당시에 보던 게임 스트리머도 도네이션으로 그 유행어를 접할 때면 솔직히 웃기긴 한데 딱하다고 말할 정도였다. 나의 입장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나 조차도 술 마시면 힘든 얘기도 생각나는데 그렇다고 무겁게, 오글거리게 보이고 싶지 않단 욕심에 유행어를 섞으려고 한 적이 종종 있었다. 자연스레 그럴 때면 엄복동 밈도 생각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너무 별로다 싶어서 한 적은 없다. 그 말에 실린 무게와 중압감을 놀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끔 너무 싸구려 밈에 올라타고 싶어지는 생각이 들면 반대로 내가 상처받았던 밈도 생각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게 정말 웃긴가? 잘 정리된 마룻바닥에서 재개발이 유머스럽게 소비된다. 두 장의 사진 속 거실 풍경과 재개발과 철거민의 이야기는 너무 거리가 먼 이야기 아닌가.
7.8천이나 리트윗된 해당 트윗에 달린 댓글이다. 잔인할 정도로 풍자 아닌 약자의 언어들이 낭자한다. 아이의 행동이 어른의 언어로 해석돼서 비극적인 유머가 되었다.

재개발로 철거되는 시민의 모습을 좋은 거실에서 자기 딸이 만든 상자 집을 대상으로 포크레인 장난감과 함께 유머로 쓴다거나 '가면 안 되는 동네 미용실의 특징' 이런 걸 보면 차마 웃을 수가 없었다.


미용실 아주머니들이 미용실에서 밥을 해 드시고, 손님을 맞이할 때 '엄마들은 빨리 먹는다'는 건 미용사의 식사는 규칙적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난 우리 동네가 재개발 됐을때 진짜 용역을 봤고, 그들과 대비되는 오래된 재개발 동네의 어른들의 늙음이 슬펐다 했다. 그보단 훨씬 전엔 재개발된 구역에 걸린 현수막으로 재개발에 시위하다가 다친 사람의 사진을 봤었다. 지금 재개발 동네에서 이뤄지는 보상들이 그나마 나아진 게 '용산 재개발 시위 사건·사고'로 인한 거라는 이유를 들었으니까 난 웃을 수가 없었다.


이때 유머가 아니지 않냐고 하면 댓글에서 나는 '준하 형'이 됐다. <무한도전> 속에서 소비된 그의 이름처럼 '눈치가 없는, 분위기를 흐리는' 사람은 밈(유행어)이 되었고, 인터넷 커뮤니티로 이어졌다.


유머 같지 않은 유머 때문에 불편한 속내는 한 번 더 불편해지고 말았다. 누군가를 조롱하지 못하면 안 되는 건가.


과거엔 미디어가 던져준 미끼를 일반인들이 더 자극적으로 소비하는 형태였다면, 이제는 일반인이 유행을 만드는 시대다. 더 많은 '좋아요'와 언급이 영향력이 됐다. 대중을 향하는 미디어는 그런 유행어를 다시 소비한다. 이젠 소비자와 생산자의 위치의 간격이 좁아졌고, 서로 조롱 섞인 밈을 주고받는 간극은 더 좁아졌다.


그런 점에서 <놀면 뭐 하니>에서 박명수가 정준하한테 악플 보여줄까 묻는 장면에서 섬뜩한 기분마저 들었다. 정준하가 대체 뭘 잘못해서 눈치 없는 사람으로 낙인찍혀서 아이콘으로 쓰여야 하는지 모르겠다.


한참 오래전에 한 번은 <무한도전>에서 유재석이 길을 데리러 정상에서 내려오는 걸 보고 커뮤니티에 리뷰를 썼던 적이 있었다. 이적의 <같이 걸을까>란 노래를 처음 알게 된 에피소드였는데 과연 정상까지 힘들게 올라갔을 때 선뜻 동료/친구를 위해 그 먼 아래까지 내려갈 수 있을까 싶어 너무 감동 받았다는 리뷰였다.


시청자 게시판에도 남기고 하던 중에 댓글에 ‘오늘 리뷰다운 리뷰를 본 것 같다’는 댓글이 달렸다. 대체 다른 사람들은 뭐라 했지 싶어 다시 커뮤니티로 돌아가 무한도전 카테고리로 글을 보니. ‘길’이 엄청나게 놀림을 받고 있었다.


시청자란 이름으로 많은 사람들이 ‘길’과 ‘싫어요’를 합쳐 ‘긿어요’란 말을 만들어 쓰고 있었다. '길 노잼, 하자 해라. 정말 도움이 안 된다'등등 말들을 보면서 난, 무한도전이 끝날 때 정말 잘 끝냈단 생각이 들었다.


지금 웃는 것도 내일이 되면 웃지 못할 현실이 될지 모른다. 세상은 빠르게 바뀌고 있고, 더 많은 약자의 언어를 유머로 빼앗고, 풍자 아닌 유머로 조롱하는 것보다 같은 인간으로서 존중하는 때가 왔으면 한다. 설령 그게 덜 웃기더라도 말이다. 차라리 그편이 나아.


ep.45 《쎈마이웨이》편 중에서 ⓒ 유튜브 - <쎈마이웨이>
집단에 파묻히면 양심은 가려지는 법이지. 뭔 노력을 펼쳤고 어떤 수모를 겪었던 출세는 너가 다시 욕먹을 자격을 줬어.

명심해 예명을 지은 순간 널 죽여야 돼. 선택은 너의 자유야. 먹히려면 우선 씹혀 도마 위에 올라가.

프로는 항상 입꼬리 찢어. 인기 얻기 위해 심판 받아. 상품에 프라이버시가 어디 있냐고.

여긴 왕이야 소비자가. 격조 갖춰 표정 감춰. 평소에 모자 마스크 쓰는 이유잖아 huh.

증오도 관심이야. 언제까지 대우받을 것 같아 bro.
So 나에게도 감사해. I'll make you loose your way. 오래 봤으면 좋겠다 이만 마칠게
<ANTI> ⓒ ZI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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