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ht instead of luminaires 조명기구가 아닌 빛
어제는 새로 오픈한 에르코 쇼룸에 방문하고, 임철훈 지사장님과 멋진 곳에서 와인과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했던 저녁시간이었다. 그리고 '빛'이라는 이름으로 존경할 수 있는 분을 만나 너무 감사하고 멋진 자리이기도 했다.
ERCO는 독일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조명회사로 주로 건축과 전시조명에 특화되어 있다. 에르코의 조명기구를 보면 외형에서는 특별할 것이 없어 보인다. 우리에게 익숙한 원형, 사각과 같은 조명기구들이다. 하지만 놀랄만한 사실은 에르코의 조명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조명의 10배 가격이다.
이건 20만 원 정도 하지 않을까? 저건 40만 원? 하고 하고 문의해본다면 200만 원, 400만 원의 견적서를 받아볼 수 있다. 물론 조명 1개 당 가격이다. 동그랗고 네모난 일반적(?) 이어 보이는 조명이 그 가격이다. 천장에 자동차 몇 대씩 달려있다고 보면 된다. 아는 사람은 갤러리에 에르코 조명이 달려있으면 '오... 에르코를 썼어.'라며 감탄하는 이유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무슨 조명이 그리 비싸! 하고 놀랄 가격이다. 하지만 에르코는 그 어떤 때보다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중이다. 지금 그 어떤 때보다 많은 현장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브랜드가 에르코다. 전국의 이름 있는 거의 모든 뮤지엄, 갤러리에서는 에르코의 조명을 쓴다. 이유는 그 빛이 그만큼 '좋아서'이기 때문이다.
에르코 쇼룸에서 하나씩 시연되는 조명을 보고 있노라면 엊그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느꼈던 빛의 단정함을 그대로 느끼게 된다. 벽면이 모서리까지 얼룩이나 눈부심 하나 없이 아주 고르게 빛난다. 마치 완벽한 핏의 슈트나 파인다이닝의 음식을 보는 것과 같은,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낸 기술의 정점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든다. 아무리 좋은 빛이라 하더라도 이걸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설득해 시장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기 때문이다. 30대 중반 젊은 나이로 에르코의 첫 한국 지사장을 맡아 17년간 지금의 시장을 만든 임철훈 지사장님을 존경하는 이유다.
ERCO의 슬로건 중 하나가 "Light instead of luminaires : 조명기구가 아닌 빛"이라고 한다. 겉모습이 예쁘고 값비싸 보이는 조명이 아니라, 진짜 '빛'이 좋은 조명을 악착같이 추구한 회사와, 그것을 이 땅에 뿌리내린 지사장님을 보고 있자니 나 같은 사람이 어찌 설레지 않을 수 있을까. 오랜만에 멋진 어른을 만나, 존경할 만한 분을 뵈어 설레었던 어젯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