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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평가할 때 왜
낮은 해상도를 사용할까?

우리가 대학에서 추구해야 하는 것

by 조수민 라이트랩


대학은 평가할 때 왜 낮은 해상도를 사용할까?

학기초 나는 학생들에게 이 질문을 한다.


대학은 우리가 익히 아는 ABC 등급제를 사용한다.

소수점까지 구해 1등부터 줄을 세우던 이전까지의 평가 방식과 달리,

100점만점 점수를 굳이 등급으로 뭉게(?)버리는 방식이다.

나는 이걸 ‘낮은 해상도의 평가‘라 표현한다.


등급제는 보통 효율을 위해 존재하지만,

대학이 학생의 평가에 효율을 따진다는건 이해하기 어렵다.

그보다는 다른 이유가 있다고 나는 스스로 결론 내렸고 그걸 한 마디 말로 표현해 칠판에 적는다.



평가보다 성취



대입 이전의 교육은 평가가 중요하다.

줄세워 대학에 보내야 하니까.

평가에 객관성이 중요해진다.



하지만 대학은 다르다.

수많은 전공분야는 각기 다른 세부분야와 방향성을 가진다.

일정 수준 이상의 객관적 평가는 불가능하며, 평가를 위한 교육에 갇혀서도 안 된다.



낮은 해상도의 평가는 그래서 존재한다.

평가보다 성취가 우선 하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학생들에게 말한다.




대학에서는 한 과목의 성적이
여러분의 미래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여러분이 듣는 수업에서
무엇을 배우고 익혔는지,
즉 ‘성취’들은 분명 여러분의 인생을
바꿀만한 중요한 요소가 될 겁니다.

그러니 부디
평가를 두려워하는 마음이 아니라,
성취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수업에 임하시기 바랍니다.

완벽할 순 없겠으나
제가 최선을 다해서 할테니,
평가는 저에게 맡기시고
여러분은 성취를 위해 노력하세요.

저는 그것이 대학에서 사용하는
'낮은 해상도의 평가'가
여러분에게 주는 메세지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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