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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ywinkup Jun 16. 2016

반려식물을 기억하다

아침은 괴로운 것이었다.


다 뜨지도 못한 눈을 하고도 거실로 뛰어나가고, 환한 햇살 아래 반짝이는 식물들을 바라보는 아침이란,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초록빛 물결 속에서 깊이 들이마신 아침의 공기는 온몸을 따뜻하게 감싸준다. '식물을 기른다'라는 말에 많은 의미가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이런 아침이 쌓여간 이후의 일이었던 것이다.



식물을 죽이지 않으려는 사람과, 사람을 떠나지 않으려는 식물의 이야기. 때때로 큰 덩치를 가지거나 활발히 움직이지 않는 이 조용한 생물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순간이 있다. 고개를 끄덕이거나 꼬리를 흔드는 대신, 이들은 주변을 향기로 물들이며, 바람에 맞추어 율동하고, 적절한 때를 맞추어 그늘을 드리운다. 우리가 동물을 돌보듯이, 나무는, 숲은 우리를 키운다.
-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 식물에 관한 기록 <반려식물> 소개글 중에서


반려식물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는 참 신기한 단어라고 생각했지만, 함께 몇 년을 보낸 지금은 참 고마운 단어라는 생각을 한다. 그동안 느꼈던 감정이 농축되어있는 말이었으니까.


작은 내 베란다를 거쳐갔던 예쁘고 또 예뻤던 또 다른 반려식물의 기억들.

팔랑거리는 작은 나비를 닮아 있던 엔젤아이스랜디.


충만한 자줏빛의 식물, 자주만년초
햇살 아래 반짝이던 자주만년초와 드라세나


수줍은 작은 손을 들어올리던 아비스


동글동글한 얼굴의 청페페


잎에 물감을 뿌려놓은 것 같던 무늬크로톤


부드러운 벨벳의 감촉을 닮았던, 내 예쁜 해마리아



나를 거쳐 갔고, 내 곁을 지켜주는 모든 반려식물들에게 감사한다.

덕분에 행복한 아침을 누릴 수 있게 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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