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명이가 금수저 부모를 가진 이유
일본에는 '독친'이라는 말이 자주 쓰인다고 한다. 독이 되는 부모라니 무섭지 않은가? 비교적 우리나라에서는 자주 쓰이지 않는 표현이지만, 영화 제목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부모와의 관계를 고민하는 유튜브 영상도 늘어난 것으로 보아 국내에서도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주제다.
ADHD와 관련한 주제로 ADHD를 피할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애착유형? 독친? ADHD는 유전적인 요인도 물론 있지만 뇌 손상과 같은 후천적인 트리거가 직접적인 발병의 요인임을 앞서 소개하곤 했다. 부모로 인한 트라우마는 아이에게 뇌 발달에 치명적인 손상을 주고 발달 장애가 발병할 수 있다. 이를 '트라우마성 발달 장애'라고 한다.
오늘은 이 트라우마성 발달 장애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나누고자 한다. 오늘은 ADHD를 직접 다루지는 않지만 ADHD를 야기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트라우마성 발달 장애에 대해 알아보고, ADHD를 물려주고 싶지 않은 부모가 아이에게 어떤 부모이어야 하는지 알아볼 것이다.
아동기에 신체, 정서적 학대를 통한 누적된 애착 손상이 아이에게 트라우마에 가까운 스트레스를 주고, 두뇌 회로와 신경계 형성을 억제하여 발생하는 발달 장애를 '트라우마성 발달 장애'(발달 트라우마)라고 한다. 적절한 애착관계를 형성하지 못한 발달 트라우마는 주의력과 집중력 부족, 기분조절 장애, 상대방 감정 파악의 어려움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ADHD와의 유사성을 보인다. 트라우마 관련 증상을 ADHD로, ADHD 증상을 트라우마로 오진할 수도 있고, 어린 시절 트라우마로 입은 뇌 손상으로 ADHD 증상이 발현되거나 악화될 수도 있다.
발달 트라우마가 있는 경우, 스트레스(코르티솔)로 인한 도파민 수치 조절에 어려움을 겪거나 면역력 저하로 천식, 알레르기, 아토피, 류머티즘과 같은 자가면역질환을 일으킬 가능성도 높다. 호흡 곤란, 가슴통증, 만성 두통, 구토 등 신체 증상을 보이거나 말더듬증, 함묵증과 같은 언어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등 다양한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적절한 소통의 부재로 시신경 근육과 음운 구분 미세신경세포의 발달이 부진하여 시력이나 청력의 문제가 아니어도 잘 못 보고 잘 못 듣는 경우도 있다. 부모의 싸움을 두고 아이는 감정 차단 또는 부정, 공감능력 부족으로 감정을 알아차리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아이가 문제 해결에 있어 이성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생존에 위협'을 느껴 뇌간이나 변연계와 같이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사고 패턴이 고착화되기도 하고 자기 자신과 타인을 향한 부정적인 자기/타인 모델을 갖기도 한다. 예를 들면 넘어진 아이에게 일으켜 세워주기 위해 뻗은 손을 보고 아이가 맞을 줄 알고 잔뜩 움츠러드는 모습을 보인다거나 '나는 또 넘어지다니 바보야.'와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이다.
요즘 육아는 아이에게 정서적인 지지를 보내도록 소개되고 있다. <정서적 흙수저와 정서적 금수저>, <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의 조벽, 최성애 교수님의 노력 덕분이었을 것이라. 한국에서 아이의 감정에 귀 기울여주는 문화는 과거에 드물었고, 최근에서야 책과 여러 콘텐츠를 통해 육아를 배운 우리네 세대에게 대중화되었다. 한 때는 아이를 낳고 기르며 나의 부모에 대한 원망과 분노가 일기도 했지만, 그들도 전쟁과 경제적 급성장기의 희생자였으리라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 당연히도 어떻게 하면 아이를 정서적 금수저로 키울 수 있는지 잘 알려주지만 최근 유행했던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어요>의 애순과 금명을 보면 어느 정도 갈피가 잡힌다.
천애 고아 오애순이를 새침데기로 살게 해 준 한 명의 무쇠,
"아니다 싶으면 빠꾸"라고 말해주는 아버지의 든든한 뒷배.
꼭 엄마나 아빠가 아니어도 조건 없는 사랑을 주는 단 한 사람만 있으면 된다. 아이에게 버팀목이자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어주면 된다. 부모의 따뜻한 눈길과 손길, 아이와 함께 보내는 무용한 시간,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고 바람직한 행동을 알려주는 건강한 훈육. 책육아니 엄마표 영어는 부수적인 것이다. 사랑이 먼저다. Love wins all.
그리고 아이 앞에서 부부가 싸우지 말자. 정서적 금수저인 아이로 키우기 위해선 부부가 화목해야 한다고 한다. 미국심리협회에서는 '자녀가 보는 곳에서 부부싸움을 하는 것은 아동학대'로 지정하고 있으며 부부싸움을 지켜보는 아이에게는 전쟁을 겪는 군인 수준의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알려져 있다.
나의 경우 심리상담을 받을 정도로 친정과의 관계가 현재까지 좋지 않고, 과거 발달 트라우마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것도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시작한 일이기도 하다. 나는 불행한 가정에서 자랐기에 빨리 독립하여 결혼하는 것이 꿈이었고, 그래서 비교적 어린 나이에 결혼을 했다. 내가 화목한 집을 꾸릴 수 있을 거라 생각지도 않았고, 기대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우리 남편의 꿈은 화목한 가정을 이루는 것이었다. 로맨틱한 이벤트 하나 어려운 공대남이자 스위트한 말을 하면 이가 썩는 줄 아는 경상도 남자이지만, 남편은 나에게 든든한 무쇠가 되어주었다. 그래서 오늘도 글을 쓴다. 나를 받쳐주는 든든한 뒷배가 있기에. 진짜 별 말도 없는 소 같은 사람이지만, 남편으로부터 나의 애착관계 유형이 변하고 마음이 건강해짐을 느낀다.
나에게는 박보검보다 잘생기고 예쁘고 착하고 몸도 좋은 남편이다.
아이에게 좋은 것을 많이 주는 것도 좋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나쁜 것을 주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독친의 행동유형을 살펴보고 이를 피하는 것과 동시에 본인의 부모관계를 한 번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수잔 포워드는 미국의 심리치료사로 부모자녀 관계를 다룬 <독이 되는 부모>에서 '나의 부모는 독친인가?'라는 질문에 여러 하위 항목을 만들어 독친의 조건을 제시했다. (독친인 부모와의 관계 설정 등 구체적인 문제 해결 방법은 책을 참고하는 것이 좋다)
1. 당신이 어렸을 때
부모님으로부터 '너는 나쁜 아이고 무가치하다'라고 말하거나, 욕설, 모욕, 끊임없는 비판들을 했나요?
벨트·솔·기타 물건으로 체벌하는 등 신체적 고통으로 훈육했나요?
술·약물을 과도하게 사용해 당신이 혼란·불안·두려움·수치심을 느낀 적이 있나요?
심각한 우울증이나 신체적·정신적 질환으로 부모님이 정서적으로 제공되지 않았나요?
부모님의 문제로 당신이 부모를 돌봐야 했던 적이 있나요?
부모님이 당신에게 비밀로 해야 할 일을 시키거나, 성적 학대를 당한 적이 있나요?
부모님이 무서워서 자주 떨고 있었나요?
부모님에게 화를 표출하는 것이 두려웠나요?
2. 성인이 된 후의 삶
파괴적·학대적 관계를 반복적으로 맺고 있나요?
누군가와 가까워지면 상처받거나 버림받을 것이라고 믿나요?
사람이나 인생에 대해 최악의 상황을 예상하나요?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느끼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르겠나요?
진짜 모습을 알게 되면 사람들이 당신을 싫어할까 두려운가요?
성공하면 사기가 들통날까 불안해하나요?
이유 없는 분노나 슬픔에 시달리나요?
완벽주의 성향이 있나요?
편안히 쉬거나 즐거움을 느끼기 어려운가요?
의도와 달리 ‘부모님처럼’ 행동하는 자신을 발견하나요?
3. 성인이 된 후 부모와의 관계
부모님이 여전히 당신을 어린아이처럼 대하나요?
중요한 인생 결정을 부모님의 승인 여부에 맞춰 내리나요?
(만날 것을 예상하거나 만나고 난 뒤) 심리적·신체적으로 과도하게 반응하나요?
부모님과 의견이 다를 때 반대하기 두려운가요?
협박이나 죄책감으로 통제하려 하나요?
금전으로 조종하려 하나요?
부모님의 감정 상태를 당신 탓이라 여기고 책임감을 느끼나요?
아무리 노력해도 부모님에게 충분하지 않다고 느끼나요?
언젠가 부모님이 변할 것이라고 믿나요?
위 내용을 보며 극단적이라 나와 아이에게 적용할 것도 없는 분이시라면 축하한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아픔을 겪었고 그 상처를 제대로 보듬지 못했다. 상처를 남기고, 아직 울고 있는 내면아이를 지닌 분이라면 상담이나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과의 지지 그룹 형성도 좋다. 그리고 요즘은 AI 시대이지 않은가? 챗 지티피에 위 질문들과 이에 대한 답변을 적어주면 심리 상담사로 변신해 나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왜 이런 대화가 필요하냐고? 이 상처들을 치유하지 않으면 아이에게 물려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를 아프게 할 수 있다. 수십 년을 이렇게 살아왔는데 몇 가지를 더 읽고, 더 안다고 사람이 바뀔 수 있을까?
사람은 변한다. 내가 살아있는 그 증거다. 나는 짝사랑하는 사람에게 "넌 참 사랑받기 힘들겠다"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말이 부정적인 사람이었다. '고맙다,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말을 하면 지는 줄 알았고, 남에게 내가 좋아하는 것을 다 해주면 될 줄 알았다. 돈과 성과로 나를 증명하면 행복할 줄 알았다. 지금은 아니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성인이 되어, 독립을 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배웠다. 대학친구들은 깜짝 놀랄 정도다.
혹자는 그렇게 말할 수도 있다. 육아에 있어 결핍은 필요하다. 때로는 결핍이 아이를 강하게 만든다고. 맞다. 그러나 어떤 결핍은 여린 잎을 크게 찢어놓는다. 여전히 나는 완벽주의 성향을 버리지 못했고,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는 일이 어렵다. 또, 크고 화난 목소리가 들려오면 온몸이 긴장하고, 내가 화가 났을 때에는 눈물부터 왈칵 쏟아진다. 아이가 행복하게 크길 바라는 것이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우리 엄마, 아빠도 그랬을 것이다. 그것을 이겨내지 못할 정도로 사회가, 세상이 나의 부모님을 힘들게 했던 것임을 안다. 하지만 상처는 흉터를 남기도 때로는 쓰라림을 남긴다. ADHD라는 병을 떠나 진심으로 세상 모든 아이들이 너무나 큰 상처를 입지는 않으며 크길 바란다.
당신의 나도 아이도 행복한 육아를 응원하며!
매주 화요일 연재합니다.
구독과 라이킷 부탁드려요!
#두아이의엄마 #성인ADHD #건강한삶 #자기계발 #미라클모닝
글 쓰는 일, 그림 그리는 일이 즐거운 자기계발 중독 엄마작가
성인 ADHD여도 육아와 자기계발은 계속된다
작품 제안은 jennifer7113@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