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족스러운 대화를 하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데도 외로워져 버린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 중 하나. 마음에 드는 사람과 모처럼 대화할 기회가 생겼는데 이야기가 잘 안 풀릴 때. 가벼운 스몰 토크로 시작해서 서로를 알아가는 진득한 대화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면 좋으련만. 생각만큼 쉽지 않다.
“어디 사세요?”
“나는 솔로 보셨어요?”
“요즘 날씨가 너무 추워졌죠.”
“주말에 뭐 했어요?”
대화가 통하기를 기대하며 몇 마디 던져보지만, 우리의 대화는 자꾸 시시하게 끝나버리고. 억지 공통점을 찾아보려다 그마저도 실패한 채로 헤어지고 나면. 나는 딱 ‘면접 망한 사람’의 심정이 된다. 아, 우리는 조금도 가까워지지 못했구나. 내가 어떤 매력을 가진 사람인지 보여줬어야 했는데. 사실 걔가 어떤 앤지도 잘 모르겠다. 좋은 대화를 했더라면 우리에겐 서로를 알아갈 기회, 다음이 있었을 것이다.
가까운 관계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된다.
애인과 나는 언제부턴가 ‘우리 이야기’가 아니라 ‘남 이야기’를 더 많이 한다. 내 친구 토요일에 소개팅했대. 우리 부장님 베트남으로 휴가 갔다 오셨는데 거기 되게 좋대. 그 배우 뉴스 나온 거 봤어?
오랜만에 만난 엄마는 나를 보자마자 밀린 잔소리를 쏟아내고 나는 그게 싫어서 신경질을 내며 대화를 끝내버린다.
어렵게 시간을 맞춰 만난 친구들과의 술자리가 ‘침묵 때우기용’ 추억팔이와 하소연 이어달리기로 채워질 때는 어떤가.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은 차마 못 하니 술에 취해 버리는 편을 택할 때가 많다.
만족스러운 대화를 하지 못하면 분명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데도 외로워져 버린다. 왜 사람들이 이상형으로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 ‘유머 코드가 맞는 사람’을 꼽는지 알 것 같다. 소위 말하는 티키타카가 잘 되는 사람을 만나기가 정말 어렵다. 차라리 외모가 취향인 사람을 만나는 게 쉽지.
외롭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연히’ 대화가 잘 풀리기를, ‘운 좋게’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을 만나기를 기다려야 하나. 나는 아빠를 닮아 성격이 급하고 기다림을 참지 못한다. 설사 그것이 행운이라 하더라도! 그래서 수동적으로 기다려야 하는 운의 영역보다는, ‘노력의 영역’을 선호하는 편이다. 노력하면 나아질 거라는 믿음이 있으면 확실히 덜 괴롭다.
그리하여 언제부턴가 나는 ‘좋은 대화’를 쟁취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는 ‘질 좋은 스몰 토크’ 소재를 모으고 있다. 무엇이 대화의 만족도를 결정하는가. 분석해 보니 스몰 토크가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어떤 스몰 토크로 이야기를 시작하느냐에 따라서 대화의 질이 달라진다. 질 좋은 스몰 토크는 서로의 심연을 여는 열쇠가 되기도 하고. 또 어떤 스몰 토크는 그 자체로 상대방을 기분 좋게 만들기도 한다.
작년 이맘때 3년 일기장에 이런 내용이 적혀있다.
‘아직은 겨우 10분밖에 못 달리지만, 내년엔 쉬지 않고 10km쯤 달릴수 있었으면 좋겠다.’
일 년 동안 목표를 이루기 위해 매일 달렸고, 올해 나는 11km 마라톤 완주에 성공했다.
오늘은 일기장에 이런 내용이 적힐 예정이다.
‘스몰 토크 고수가 됐으면 좋겠다. 좋은 이야깃거리를 많이 가진 사람이 되어야지. 좋은 대화를 많이 하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오랜만이에요 여러분. 앞으로 매주 월요일 이 자리에서 나를 팔거나 남을 팔지 않는. 무해한 스몰 토크 소재를 공유할 계획입니다. 인류애를 충족시켜주는 귀여운 썰부터, ‘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질문, 삶의 질을 높여주는 소소한 생활 노하우까지. 매주 하나의 스몰 토크 소재를 공유하고, 해당 주제를 가지고 나눈 대화를 에세이 형식으로 연재하려고 해요. 질 좋은 이야깃거리 부지런히 채집해 오겠습니다. 남은 가을 남김없이 누리시고요 다음 주에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