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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연 Jul 11. 2019

하루 한문장_4

이곳에서 사귄 유일한 독일인 친구에게 한국 모바일 용어를 가르쳐주며  '나도'를 '나두'/'형준이'를 '형주니'로 쓰는 게 더 귀엽고 친근한 표현이라고 알려줬다. 그 친구는 "너희는 틀리게 쓰면 다 귀여운 거구나"라고 말하며 바로 실생활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서툴게 따라 하는 입모양이 참 귀여웠다.

집에 돌아와 막례할머님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 저자 소개가 끝난 뒤에 이런 문장이 있었다. "박막례 할머님의 사투리가 섞인 입말을 그대로 실었습니다." 캥거루를 '캥고리'로, 스테이크를 '스케이트'라고 하는 할머님의 말투가 고스란히 담긴 활자를 보며 나는 웃음 지을 수밖에 없었다.

오늘 내가 보고 느낀 언어는 그야말로 날 것이었다. 정제되지 않은 것이 주는 생동감, 알알이 살아있는 문자들의 박동. 긴밀히 밀착된 만큼 활자로 시각화했을 때 더 도드라져 보이는 일상의 애틋함. 그 공간과 순간들의 조각들.  한국에 돌아가 서점에서 이 책을 다시 만나면 이 친구의 입모양이 떠오를 것만 같다. 움트는 그것들을 모아 전해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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