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행동과 반복되는 후회.
소설에는 기승전결이 있다고 한다. 나의 인생에도 반복되는 흐름이 있다. 특히 직장 생활에서 아직 끊지 못한 플로우가 하나 있다. 처음 회사에 입사를 하게 되면 며칠간은 할 일이 없기 마련이다. 이때, 나는 본능적으로 할 일을 찾는다. '이 회사에 내가 속한 조직에 필요한 일이 뭘까?' 하고 말이다. 남들이 하고 있지 않지만, 더 나은 오퍼레이션을 위해 개선할 점을 찾는 것이다.
영화 '인턴'을 보면 CEO인 줄스 오스틴은 회사 한가운데 사람들이 아무렇게나 물건을 쌓아 놓는 것을 싫어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짐들을 정리하지 않는다. 줄스 조차 여력이 없어 그 문제를 외면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항상 눈에 가시처럼 어지럽게 쌓여 있는 물건들이 정리가 된다. 바로 새로 입사한 70세의 인턴, 벤이 한 것이다. 그는 이미 부사장으로 은퇴까지 한 나이에 다시 스타트업의 인턴으로 입사했다. 새로 입사한 그곳에서 아무도 그에게 일을 맡기지 않는다. 그런 그가 회사에서 도움이 필요한 곳에 먼저 팔을 걷어 부친 것이다.
영화 인턴은 아름다운 결말을 맺는다. 벤은 회사에서 인정을 받고, 오래전 떠나보낸 아내를 대신할 새 동반자도 다시 찾게 된다. 하지만 나의 삶은 반대로 흘렀다. 정확히 말하면 앞은 조금 비슷한데, 결말은 다르게 전개되는 편이다. 앞서 말한 대로 나는 남들이 하지 않지만 회사가 필요한 일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원래 내가 해야 하는 일들이 부여되기 시작한다. 일의 양은 시간이 갈수록 증가한다. 처음에는 할 일이 없어 뻘쭘하지만, 어느새 하루에 주어진 시간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일이 늘어 난다. 나는 이 시기가 오면 선택을 해야 한다. 내 일만 할 것인지, 아니면 계속 팀을 위한 일을 함께 계속해나갈 것인지?
직전까지 일했던 전 직장에서도 나는 내 일과 팀의 업무를 계속했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한 다는 것에 대한 기분 좋은 감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항상 끝이 좋지 못했다. 늘어나는 업무량에도 윗사람은 업무 재 분배를 해 주거나 사람을 충원 해 주지 않았다. 공동의 일은 어느새 온전한 '내 업무'가 되어 버렸다. 당연히 내가 해야 할 일이 되어 버린 것이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기 때문에 회사에서는 어떠한 인정도 할 필요가 없었던 것 같다. 즉, 진급이나 보너스 등 어떠한 보상체계도 없었다. 그런 것을 바라고 시작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람 마음이라는 게 그렇지 않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그러는 사이 내 마음의 즐거움은 점점 불만으로 변해갔다. 그 불만이 마음속에서 처리가 되었으면 별 일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쌓은 것은 언젠가 배출되기 마련이다. 나 역시 어느새 불만들이 조금씩 내 입과 몸 밖으로 노출이 되었다. 그렇게 기-즐거움, 승-계속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 전-당연시됨과 불만, 결-회사를 떠남이 반복되었다.
최근 다시 시작한 직장에서도 처음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고쳐야 할 습관과 버릇임에도 어디 가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이 곳에서는 '승' 부분에서 조금 다르게 접근했다. 처음, 즉 '기' 부분은 동일하다. 회사에 필요한 업무를 찾고 그 일을 해결하기 시작한다. 어느 순간 그 업무가 정착이 되면, 그 일을 할만한 다른 사람에게 업무를 이양한다. 그리고 평소에 해결해야겠다고 마음먹은 다른 일을 시작한다. 그렇게 나는 업무량을 일정 수준으로 계속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물론 이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 누구나 일을 더 하는 것을 좋아하지 줄어드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이미 동일한 패턴으로 일을 하면서 많은 후회를 경험했다. 결국 나에게 좋지 않은 결과로 다가왔다. 이제는 그 후회의 고리를 끊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