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에 관하여

'걱정의 대가'의 현상 해석법

by 노용기

누구나 그렇듯 내게도 친구들이 붙여준 몇 가지 별명이 있다. 그중에 딱지처럼 뇌리에 계속 남아 있는 별명이 하나 있다. 바로 '걱정의 대가'라는 별명이다. 미래를 불안하게 보고 걱정이 많은 내게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인 것이다. 사실 친구들에게 털어놓는 나의 걱정과 불안은 일부에 불과하다. 내게는 표출된 것보다 더 많은 먹구름이 내 마음속에 잠재 해 있다. 그런데도 '걱정의 대가'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면 남보기에도 나는 긍정과는 거리가 조금은 있는 사람인 것 같다.


생각은 하면 할수록 점점 더 강화된다. 어떤 이를 사랑하게 되고, 그 사람을 계속 떠올리면 그 사람에게서 점점 헤어 나오기 힘들어진다. 반대로 미워하는 마음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사소한 일로 미워하게 되더라고, 미움의 발단이 된 사건을 계속 생각하다 보면 점점 미움의 단계에서 분노의 단계로 넘어갈 수도 있다. 부정적인 생각도 마찬가지다. 미래에 대한 걱정이 쌓이면 어느새 바로 앞 현실처럼 보일 때가 있다. 나에게 닥친 작은 시련이 생각을 통해 눈덩이처럼 크게 보이는 것은 순식간이다. 그래서 부정적인 생각이 쌓이면, 사람은 금방이라도 무기력증에 빠질 수 있다.


다행인 것은 부정적인 생각이 나에게 일부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점이다. 특히나 미래에 대한 걱정이 앞설 때면 나는 무언가를 행동에 옮겼다. 그 미래 상황이 나에게 닥치기 전에 미리 대비했던 것이다. 예를 들어 회사를 다니면서 대학원에 입학한 것도 그중 하나이다. 최근 신입사원들의 스펙과 학력은 점점 높아져 가고 있다. 과거 50~60 대년에 태어난 부모님 세대에는 대학을 가지 못하신 분들이 계셨다. 70~80년대에 태어나 직장생활을 하는 우리 세대는 대부분 대학이란 곳을 졸업했다. 90년대 이후 세대는 대학원 졸업자도 많아질 것이라 생각했다. 나중에 나이 들어 더 많이 공부한 젊은 세대에게 최소한 무시는 받지 않으려면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부정적인 생각이 나를 성장시키지만은 않았다. 나는 자주 불안에 시달렸다. 그로 인해 행복감이라는 것도 그리 자주 느껴보지 못했다. 현재를 만족하지 않았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불안감은 점점 커져 어떨 때는 숨이 턱 막힐 때도 있었다.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이러다 정말 숨을 쉬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적도 있었다. 이러한 불안감은 나를 자주 옥죄었다. 그래서 가끔 주위에 긍정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을 볼 때면 부러움이 앞섰다. 그들은 어떤 생각의 패턴을 갖고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타고난 것일까? 저 사람들에게는 항상 행복한 일만 일어나는 것일까? 그런 궁금증을 뭉게구름처럼 피어나는 가운데 한 가지 깨달음이 왔다.


긍정이란 다름 아닌 주어진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힘이라는 생각이다. 막연히 장밋빛 미래를 꿈꾸는 것이 긍정적인 생각이 아닌 것이다. 과거 나는 여행 중 지갑을 잃어버린 한 지인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보통 사람들은 여행지에게 지갑을 잃어버리면 불안, 걱정, 짜증, 멘붕 등의 감정이 찾아온다. 그런데 그분은 지갑을 잃어버렸고 결국 찾지 못했지만 그로 인해 더 검소한 여행을 할 수 있었다고 해석했다. 사실 잘 이해가 되지 않는 해석이었지만 나는 그분의 얼굴에서 진심과 평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최근 나에게 여러 가지 힘든 일이 닥치고 있다. 직장 동료들과의 의견 차이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업무에서는 성과가 나지 않는다. 함께 일하는 구성원들의 손발도 잘 맞지 않는다. 세상은 점점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나는 그 속도를 따라가고 있지 못하는 것 같다. 업무는 점점 과중하여 자기 계발을 할 시간을 내기 어렵다. 아니, 나이가 들어서인지 체력이 달리고 퇴근 시간 이후에 뭔가를 한다는 것이 힘에 부친다. 이렇게 시간만 보내다가는 언젠가 잉여인력이 되어버릴 것만 같다. 아이들은 점점 커가고, 학원비는 늘어나고, 대출금도 아직 많이 남았다. 과연 50세를 넘어 60세까지 회사를 다닐 수 있을까? 그렇게 다니는 사람이 아직 내 주위에는 없다.


나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5초간 천천히 그러나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3초간 숨을 멈추었다. 다시 8초간 서서히 길게 숨을 내쉬었다. 마음속 먼지들이 가라 않는 것 같다. 흔들렸던 마음이 조금씩 제 자리를 찾기 시작한다. 복잡했던 생각들이 하나씩 정제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하나씩 본질에 다가 볼 시간이다. 나의 불안은 어디서 오는가? 그 불안의 시작은 무엇이었는가? 그 일이 정말 불안 해 할 일인가? 지금 일어나는 일들을 과연 부정적으로만 볼 일인가? 나의 미래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는 없는가?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성장을 위한 디딤돌로 생각해 볼 여지는 있는가? 어쩌면 지금 겪고 있는 역경들이 나에게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지는 않을까? 지금까지 잘해 오지 않았는가?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지만 어쨌든 지금 나름 괜찮은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가? 당시에도 불안과 걱정이 있었지만 잘 통과해 내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지금 일어나는 일들도 잘 견뎌 낼 수 있을 않을까?


아직 '걱정의 대가'인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것뿐이다. 눈을 감고 호흡과 명상을 통해 문제의 본질을 보는 것. 그리고 내게 닥친 그 문제들이 정말 문제인지? 아니면 또 다른 기회의 문인지 잘 해석해 내는 것. 앞으로도 힘든 일은 계속 있을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 정도 인생 예측은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하기에 부정적인 생각을 줄이기보다는 ‘긍정적으로 해석 하는 힘’을 꾸준히 길러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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