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너(manner)에 관하여

manner = behavior = attitude = custom

by 노용기

최근 영어공부를 위해 영화 다시 보기를 하고 있다. 그중에서 내가 요즘 자주 보는 영화는 '인턴(the intern)'이다. 영화 인턴십은 30대 여성 CEO(앤 해서웨이 - 줄스 오스틴 역)와 70대 남성 인턴(로버트 드 리노 - 벤 휘태커 역)의 이야기다. 보통 인턴이라 하면 20대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70세의 벤이 30세의 줄스가 운영하는 회사에 인턴으로 입사를 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실 70세의 벤이 20~30대가 주를 이루는 IT와 패션이 접목된 회사에서 무슨 할 일이 있을까 싶다. 그러나 벤은 수십 년 간 직장생활을 하며 익힌 매너로 줄스와 동료들을 대한다. 벤은 아무도 하지 않으려 하는 일을 해 내고, 어려움을 겪는 동료들에게 어깨를 내주며, 그리고 비밀은 조용히 덮어주는 매너를 보인다. 그러면서 인생에 있어서는 인턴 격인 줄스가 시니어인 벤에게서 동료를 배려하고 가족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나간다.


우리는 보통 스포츠 경기를 볼 때 누가 우승하는지에 관심이 있다. 그러나 그 우승이 스포츠맨십이라고 하는 상호 존중과 매너로 치러졌을 때만 진정한 우승으로 인정한다. 반칙과 편파 판정으로 이뤄낸 우승은 모자람이 있는 것이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회사는 성과를 중시한다. 그러나 그곳에서도 매너는 중요하다. 유관 부서의 도움에 감사하는 것. 내 성과가 오로지 내 노력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인정하는 것. 동료가 어려워할 때 도움의 손길을 뻗어 주는 것. 이러한 과정이 있는 성과가 진정 모두의 가슴을 울린다.


회사에서는 성과를 내는 사람이 인정을 받는다. 그러나 자기 것만 지키고, 각종 편법을 사용하여 운 좋게 자리를 차지한 사람은 항상 경계 대상이 되기 마련이다. 반대로 어려운 순간임에도 동료들에게 자기 것을 내주고, 힘들어하는 누군가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는 사람에게는 모두가 박수를 보낸다.


대학시절 나는 공부를 위해 영국에 잠시 거주했었다. 영국 사람들은 문을 열면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 주는 행동을 했다. 차도를 횡단할 때도 사람이 지나가면 차를 멈추었다. 이런 문화를 오랜 기간 접하자 내 몸에도 각인이 되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당연하게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 주었다. 좋은 행동을 보고, 따라 하였더니 어느새 몸에 익게 된 것이다. 이처럼 매너는 글로 배우기보다는 타인의 행동을 보고 따라 하게 되는 편이다. 그래서 매너가 좋은 사람이 주위에 있다면 나도 모르게 그 모습에 동화되기도 한다.


사람은 누구나 한 번쯤은 목표를 갖는다. 어린 시절에는 과학자나 선생님처럼 보통 누군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꾼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 연봉이나 아파트처럼 어떤 것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40대가 된 지금은 이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그중에 하나가 매너 있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다. 서로를 존중하고, 상대방의 허물은 덮어주고 살고 싶다는 생각 말이다. 물론 지금의 내 모습은 나의 이상과는 동 떨어져 있다. 다행히 내 주위에 닮고 싶은 좋은 사람들이 있다. 언젠간 나도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그분들이 내게 보여 준 매너를 닮을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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