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굿북 Jul 26. 2018

01. 트렌드, 시장은 대화다!

<CEO의 코스요리>



시장은 대화다!
  
2007년 8월, 60대 여성 모나 쇼(Mona Shaw)가 미국의 최대 케이블방송 및 통신 사업자인 컴캐스트(Comcast)의 대리점에 들어왔다. 그녀는 가지고 온 커다란 망치를 휘둘러서 고객 서비스 코너에 놓인 컴퓨터 모니터와 키보드 그리고 전화기를 박살 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대리점으로 뛰어 들어왔을 때 그녀는 또 다른 전화기에 망치를 휘두르는 중이었다. 퇴직 간호사인 쇼 부인은 이미 손자까지 있는 할머니였다. 따스한 성격의 그녀는 유기견을 입양해서 기르며 주말마다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는 선량한 시민이었다. 대체 무엇이 이런 그녀를 이렇게 화나게 했을까? 그녀는 왜 이렇게 과격한 방법으로 컴캐스트에 불만을 표출했을까? 
바로 형편없는 고객 서비스 때문이다!
  
사건이 일어나기 얼마 전, 쇼 부인은 컴캐스트에서 전화, TV, 인터넷을 하나로 묶어 파는 세트 상품을 구매했다. 직원은 월요일에 방문해서 설치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이틀 후인 수요일에야 와서는 무성의하게 일했다. 또 컴캐스트는 쇼 부인의 동의 없이 그녀가 30년 동안 사용한 전화번호를 바꾸었다. 깜짝 놀란 쇼 부인은 해결을 요구하기 위해 급히 고객센터에 연락했다. 하지만 전화로 연결, 또 연결해 가며 여러 가지 복잡하고 귀찮은 절차를 거치면서 인내심이 바닥났다. 설상가상으로 금요일 오전에 어찌 된 일인지 컴캐스트는 그녀의 모든 통신 서비스를 차단했다. 쇼 부인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책임자를 만나기 위해 대리점으로 갔다. 무더운 날씨에 두 시간 넘게 건물 밖에서 기다리자 한 직원이 그녀에게 다가와 말했다. “책임자가 주말 휴가를 떠났으니 다음 주에 다시 오세요!”
  
그리고 다음 주 월요일, 쇼 부인은 망치를 들고 다시 대리점을 방문했다. 어떻게 해서든 대화의 기회를 주지 않으려고 애쓰던 컴캐스트는 ‘망치’를 휘둘렀더니 그제야 대화를 시도했다.
  
2010년 10월, 중국 항저우(杭州)의 한 가정집에서 하이얼(海爾) 가스온수기가 고장 났다. 이후 열흘에 걸쳐 네 번이나 수리 기사가 방문했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이 고객은 너무 화가 나서 웨이보(微博)에서 ‘하이얼 가전’과 관련된 몇 개의 계정을 찾아냈다. 그리고 @하이얼가전, @장톄옌(張鐵燕)하이얼, @칭다오(靑島)하이얼서비스센터, @하이얼고객센터, @장루이민(張瑞敏) 등의 계정에 불만사항을 일목요연하게 썼다.
  
다음 날 아침, 하이얼로부터 즉각적인 반응이 왔다. 우선 @하이얼가전에서 연락처를 남겨달라는 메시지가 왔다. 그리고 30분 후에 하이얼 항저우 서비스센터에서 전화를 걸어 새 기계로 교환해 주겠다고 했고, 오전 11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직원이 동일한 모델의 새 가스 온수기를 가지고 방문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제품의 색이 달랐다. 직원은 현재 항저우 물류센터에 남은 것이 이 색뿐이며 칭다오 물류센터에서 같은 색의 제품을 가져오려면 대략 일주일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이는 곧 일주일 동안 집에서 따뜻한 물로 목욕할 수 없다는 의미였다. 결국 고객은 다시 웨이보 @하이얼가전 계정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서비스센터의 직원이 방문했지만 안타깝게도 색이 맞지 않았습니다. 원래 기계와 똑같은 색으로 받으려면 일주일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고 말하더군요. 일주일은 너무 깁니다. 제발 최대한 빨리 해결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후 1시가 조금 넘었을 때, 칭다오 하이얼 서비스센터의 직원이 전화를 걸어 각 매장에 재고를 확인한 후 다시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오후 5시경, 항저우 하이얼의 직원이 전화를 걸어 궈메이(國美) 전자상가에 물건이 있으니 내일 당장 설치해 드리겠다고 했다.
  
이 고객은 열흘 넘게 해결하지 못한 일을 ‘대화’를 통해서 하루 만에 순조롭게 해결했다. 네트워크화된 시장이 고객에게 대화의 경로와 권력을 제공한 덕분이었다.
  
이 시대의 고객들은 더 이상 약하거나 무력하지 않다. 지금 그들이 손에 쥔 무기는 망치보다 강력하고 무시무시하다. 기업이 대화를 원하지 않는 것 같으면 고객들은 즉각 블로그나 각종 SNS 등을 확성기 삼아 목소리를 낸다. 인터넷 세상에서는 수많은 풀뿌리 역량을 끌어모아 거대한 역량으로 만들어서 고고하고 오만한 기업들이 고개 숙이게 할 수 있다.
  
이제 기업은 ‘시장은 곧 대화’임을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더 이상 고객이 먼저 시작한 대화에 피동적으로 참여해서는 안 된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인터넷을 이용해 고객과의 대화를 지속해야 한다. 그래야만 대화 속에서 부족한 부분을 메우고 번뜩이는 영감과 기발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기업만이 미래가 아름다울 수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