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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래 Apr 04. 2024

명당 찾아 삼만리? "꿈 깨! 없어!"

완벽한 땅 찾아 길 위서 세월만 보내다 죽으면 얼마나 억울할까?

시골에 집 만드는 방법을 하나하나 설명하기 전에 먼저 이 얘기부터 해보자.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이 있다. ‘집 짓고 살기 좋은 터는 도대체 어떤 곳이냐!’다. 어디에 집을 지어야 좋을까를 우선 고민한다. 좋은 기운 받아 조상이 돕고 하늘이 돕고 지신 산신이 도와 부자도 되고 출세도 하는 이른바 명당이다.


그걸 설명하려고 ‘좌청룡 우백호’까지 가면 어려워진다. 정말 그런 땅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확실한 건 어떤 땅에 가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뭔가 불편하다는 느낌이 드는 땅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명당은 각자의 마음속에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주택지로 또는 부동산 투자를 위한 입지 선정을 할 때 어떤 사항을 고려해야 하고, 어떤 것이 특히 중요하고, 투자가치는 어떻고 따져봐야 하는 등 이론적으로 복잡하게 이야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것 다 챙기다 보면 머리만 아프다.



치킨 생맥주 배달해 주는 곳, 자장면 시켜 먹을 수 있는 곳,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곳


살기도 좋고 경치도 좋고 거기에 돈도 벌 수 있는 완벽한 조건을 다 갖춘 땅은 없다. 특히 시골 땅 사 대박 날 것까지 생각한다면, 몰라도 너무 모르는 접근이다. 한마디로 그런 땅은 없다. 살다 운때가 잘 맞으면 대박도 나는 것이다.


신중에 또 신중을 더해 자리를 골라 정성에 정성을 다해 집을 지어도 한두 가지는 모자란다. 인생의 모든 선택이 그렇듯 하나 차면 하나는 기운다. 모두 완벽할 수 없다. 좀 모자란 것은 채워가고, 비뚤어진 것은 맞추고 고치고 다듬어 가며 사는 마음이 중요하다.


가끔 사람들이 “어디에 자리를 잡고 사는 것이 좋냐?”라고 물어본다. 자기가 집 짓고 살 땅을 스스로도 못 찾는데 내가 어찌 정답을 낼 수 있겠는가. 애매하다.


“갑자기 친구가 찾아오고 친척이 놀러 왔을 때, 치킨에 생맥주를 시키면 배달해 줄 수 있는 곳, 자장면 시켜 먹을 수 있는 곳에 자리 잡고 살라”고 말해 준다. 괜히 경치 좋은 곳 찾아 계곡 속으로 들어가고 산꼭대기로 올라가지 말라는 얘기다.


"산속은 짐승들에게 놔주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곳을 찾아보세요."라며 농담도 건넨다.




해 잘 들고 배수 잘 되는 터가 최고! "응달에서는 달구새끼도 못 커!"


시골에 집을 짓고 살, 터를 고를 때 특히 중요하게 고려할 것이 있다. 해와 물이다. 하루 종일 해 잘 들고 비 왔을 때 물 잘 빠지는 곳이 좋다.


해가 잘 들면 다 좋다. 동물식물에게도 좋고 사는 사람에게도 그렇다. 육체적인 건강은 물론 정신건강에도 좋다. 살아보면 안다. 해 뜨면 활력이 넘치고 기분이 좋다.


"응달에서는 달구새끼도 못 크고 비실거려!" 마을 어르신이 평생의 경험으로 하신 말씀이 터 잡기 좌우명이 됐다.


물론 비가 와 기분 좋을 때도 있다. 가문 날에는 단비가 내려줘야 한다. 마당일 하다 하루 푹 쉬고 싶을 때 비가 오면 고품질의 낮잠을 잘 수 있어 좋다.


하지만 비가 너무 많이 오면 걱정해야 한다. 물이 잘 빠져나가지 않고 고였다 터지면 사고가 생긴다. 시골에서 자연재해는 대부분 물 때문에 생긴다. 그래서 배수가 중요하다. 겨울에 얼었다 봄에 녹으면서 석축이 무너지고 경사지 사태가 생기는 것도 물이 제대로 빠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배수가 안 되면 사고도 나지만 동식물들도 잘 자라지 못한다. 습한 곳을 좋아하는 것들도 있지만 대부분 생활에는 유해하다.


풍수지리에서 명당이라고 꼽는 땅은 바로 이것, 즉 따뜻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곳에 대한 이야기다.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인 ‘배산임수’를 보자. 산을 등지고 있으며 앞에 물이 있는 터를 말함인데 당연히 해 잘 들고 배수가 잘 된다.


북쪽에 앉아서 남쪽을 바라본다는 ‘북좌남향’, 북쪽은 높고 남쪽은 낮다는 ‘북고남저’도 명당의 조건이다. ‘전저후고’라 하여 앞은 낮고 뒤는 높은 터도 좋다. 이런 말들을 정리하면 ‘해 잘 들고 배수 잘 되는 터’로 결론 난다.


뒤는 산이고 앞은 강인 곳, 남쪽은 트였고 북쪽이 막혀 있는 곳, 높은 곳에 자리 잡고 내려다보는 터라면 당연히 해 잘 들고 물이 잘 빠진다.




해 잘 들고 배수 잘 되는, 편하고 안전한 곳에 잡은 터! "뭘 먹고 살 건데?"


어떤 곳에 터를 잡고 살아야 좋은지를 소개한 조선시대 책이 있다. 이중환이 쓴 택리지다. 책에서 저자는 집터는 지리(地理), 생리(生利), 인심(人心), 산수(山水)를 갖춰야 한다고 소개한다. 넷 중 어느 것 한 가지만 빠져도 살만한 터가 아니라 했다.


네 가지 요소를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지리’는 안전한 곳에 자리 잡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앞에서 설명한 '해 잘 들고 물 잘 빠지는 곳'과 비슷한 얘기다.


안전하고 편안한 터에 집을 지었다고 잘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할 일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인데 바로 ‘생리’다.


‘인심’은 어떤 사람들과 어울려 살 것인가도 챙겨보라는 것이다. 가까이는 가족도 있고 이웃도 있다. 사랑하는 가족, 좋은 이웃들과 함께 어울려 산다면 행복할 것이다.

     

자연환경도 좋아야 한다. 산속 계곡 물소리 곁에 집 지어 살면 좋겠다 생각한다. 누구는 파도소리가 들리는 바닷가에서 살고 싶어 한다. 경치는 좋을지 몰라도 사는 것은 위험하고 불편할 수 있다. 경치 좋다며 산속에 집을 지은 사람들이 요즘엔 산불도 걱정한다. 물가에 지은 집은 폭우를 걱정해야 한다. 경치 좋은 살려면 그만한 불편이 따른다. 불편하지 않으려면 투자해야 한다. 돈이 많이 든다.


유서 깊은 마을들을 찾아보면 집들은 안전하고 편안한 곳에 있고 주변 경치 좋은 곳에는 정자를 지어 즐겼다. 내 마당 경치가 좋은 것이 명당은 아니다. 멀리 정자를 지어 경치를 즐기고 싶을 때 다녀올 수 있는 곳, 이것이 택리지에서 말하는 좋은 집터의 '산수' 개념이다.


이렇게 폼 나게 말한 이중환도 정작 "조선 팔도에 자신에게 딱 맞는 땅이 없다"라고 한탄했다. 다 갖춘 완벽하게 좋은 땅은 없다는 얘기다.




좋은 땅 찾아 세월만 보내느니, 모자라도 바로 앞에 것 가꾸는 게 '훨씬' 이익!


당대의 많은 선비들은 택리지를 읽었고, 책을 챙겨 들고 집터를 찾아다녔다. 부동산 가이드북이었던 셈이다. 필사해 자식들에게 물려주었다. 여러 사대부들은 서평까지 남겼다. 극찬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책을 읽고 후기를 남긴 사람 중에는 홍중인이란 선비도 있었다. ‘특별히 가려 고른 좋은 땅이 아닌 휑하고 황량한 골짜기’에 산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그는 이중환이 말한 ‘그렇게 완벽한 땅이 어디 있느냐’고 비판한다. ‘세상에 나가 살든 시골에 살든 자신이 어진가 어질지 못한가를 우선 따져봐야 하고, 자신이 어질다면 어디든 살기 좋은 땅이고 어질지 못하다면 천하가 아무리 넓어도 발을 들여놓을 땅이 없다’고 했다.


자신은 ‘겨우 비바람을 막는 초가집, 굶주림과 목마름을 달래는 음식, 추위와 더위를 겨우 막을 정도의 옷을 입고 사는 형편’이고, ‘주변 풍경은 빼어나지 않고 질박한 곳’에서 살지만 ‘모두 참되고 솔직한 삶에서 얻은 것’들이라고 했다. ‘어렵지 않게 얻은 소박한 것들이지만 보는 즐거움은 끝이 없다’고 했다.


명당은 다 자기 마음에 있다. 어떤 땅이든 마음먹기에 따라 모두 명당이 될 수 있다.


완벽한 땅 찾아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길 위서 세월만 보내는 사람들도 많다. 좋은 땅 찾다 아무것도 못 하고 시간만 축내느니 '지금 바로 여기, 내 앞에 있는 것'을 찾아 가꾸는 것이 한 참 이익이고 훨씬 행복하다. 가꾸는 일이 행복이고 가꾼 만큼 이익이 되고 부가가치도 생긴다.


땅을 가꿔보면 시간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길바닥에서 버린 시간이 아깝다. 비용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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