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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래 Apr 12. 2024

사는 것은 기다리는 일

쫓는 것이 아니라 기다리는 것이 답

봄이 되니 주변이 새소리로 시끄럽다.


마당 앞 자작나무 꼭대기에는 겨울 끝나기 무섭게 까치 부부가 집을 짓기 시작하더니 입주해 살고 있다. 나뭇가지를 주둥이로 물어 날라, 주둥이만으로 대형 평수 집을 그럴듯하게 짓는 모습에 감탄한다. 마당에는 까치가 집지으려 물고 왔다 공사 중 실수로 떨어뜨린 나뭇가지들로 수북하다.


저리도 악착같이 집 짓느라 주둥이는 또 얼마나 헐었을까? 일 년도 못 살 집인데 안타깝다.


두 손을 쓸 수 있는 인간들이 위대하다는 것을 그들의 집 짓기를 보며 다시 한번 생각한다. 두 발로 걷고 두 손을 쓸 수 있게 만들어 준 창조주께 경배드린다. 두 손 들 만세다.



집 앞 강에도 새들이 많이 보인다. 하루 종일 물 위를 분주히 돌아다니는 도 있고, 돌 위에 죽치고 앉아 꼼짝 안 하는 놈들도 있다.




강가에는 ‘도하(淘河)’와 ‘청장(靑莊)’이란 새가 살고 있다. 펠리컨을 우리나라에서는 사다새라 부른다. 이 새는 물을 따라 늘 움직인다 하여 한자로 ‘도하(淘河)’란 이름이 붙었다. 한 자리에 가만히 있지 못하고 물고기를 찾아 쉴 새 없이 돌아다닌다.


열심히 물고기 뒤를 쫓지만 쉽게 잡히질 않는다. 물고기를 찾아다니며 일으키는 물그림자만 봐도 고기들은 도망다. 분주히 돌아다니다 보니 발톱과 부리는 상처투성이고 모습은 늘 초라하다. 고기가 잘 잡히지 않으니 배는 배대로 고프다. 늘 굶주린다.


‘청장(靑莊)’은 해오라기를 말한다. 맑고 깨끗한 물가에 날개를 접고 젊잖게 서 있는 모습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한 번 자리를 잡으면 좀체 옮기지도 않고 움직이지도 않는다. 태평스럽다. 게을러 보이기까지 다.


한자리에 꼼짝없이 서서 주변 경치를 감상하고 물소리 바람소리를 듣는다. 그러다 보면 이따금 물고기가 앞을 지나간다. 그때 재빨리 고개를 숙여 먹이를 낚아챈다. 주변 경치를 즐기며 우아한 모습으로 살면서도 쉽게 배를 채운다. 많이 움직이지 않으니 배 고플 일도 덜하다.


연암 박지원이 쓴 '담연정기(澹然亭記)'란 글에 있는 이야기다. 두 종류의 새가 먹이 법을 비교했다. 사람들이 부귀와 명예를 얻는 태도도 이와 같다. 쫓거나 기다리거나!


그동안 대로인지 골목인지도 분간 못한 채 왜 그리 쫓아만 다녔는지 모르겠다. 부리는 헐고 배는 곯고 물고기는 물고기 대로 놓치면서 말이다. 길목에서 기다렸어야 했는데…


살면 살수록 ‘쫓는 것이 아니라 기다리는 게 답’이란 것을 알게 된다. 사는 것은 기다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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