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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Ji Oct 18. 2022

어차피 평일에는 일 해야 되는 거 아니야?

여행과 일. 둘 다 놓칠 수 없어요.

B의 기록


우리는 볼거리와 놀거리가 넘쳐나는 제주도에서 업무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도록 다양한 방면으로 노력했으면서도 여행의 요소도 당연히 놓치지 않았다. 그를 위해 일단 평소보다 점심시간에 배로 부지런하게 움직여서 매일 짧지만 알찬 여행을 했고 덕분에 J와 나는 평일에 일 때려치우고 놀고 싶은 나쁜 마음을 억누를 수 있었다.


회의가 없는 날이면 최대한 빨리 밥을 먹고 숙소 주변에 있는 카페, 독립서점, 소품샵 등을 찾아 나섰다. 제주도에 오기 전에도 가보고 싶은 장소들을 많이 찾아둔 상태였지만 막상 와서 돌아다녀보니 흥미를 자극하는 공간들이 훨씬 많았다. 매일 같이 부지런히 움직인 탓에 선흘리와 그 근방은 완벽하게 마스터했다.


다행히 J와 나 둘 다 엉덩이를 의자에서 떼서 집 밖을 나가는 것을 크게 어려워하지 않는 유형의 사람들이었다. 아니 동행자가 밖에 나가 돌아다니는 것을 싫어한다면 혼자라도 나가서 어디 한 군데라도 찍고 돌아올 사람들이다.


영화 오만과 편견에 나올 것만 같은 멋있는 뒤뜰이 있는 카페, 이효리도 단골이라는 유럽 분위기 물씬 나는 베이커리(내 인생 빵집으로 등극), 만개한 벚꽃이 너무 아름다웠던 작은 마을, 차분한 분위기의 비건 독립서점, 산책하기 좋았던 생태학적으로 높은 가치의 습지, 귀여운 소품들이 가득했던 편집샵.


모두 숙소에서 차로 10분 내에 위치해 있어서 점심시간을 활용해 충분히 누릴 수 있었던 장소들이었다. 사실 제주도는 카페, 식당 등 저녁 6시만 넘어가도 대부분 문을 닫기 때문에 퇴근 이후에는 갈만한 곳이 별로 없다. 그래서 더 점심시간 활용에 집착했던 것도 있다.


조금 귀찮고 몸이 무겁더라도 일단 차를 끌고 나가서 동네 구경을 하고 오면 그 순간은 내가 진짜 제주도 여행을 온 기분이 들었다. 특별한 목적지 없이 무작정 드라이브를 나가 제주도의 나무와 숲을 즐기는 것도 좋았고 그렇게 돌아다니다 새로운 공간들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었다.


점심시간에 돌아다니면 체력적으로 지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침대에 누워서 유튜브를 보는 것보다 오히려 밖으로 나가 콧바람이라도 쐬고 와야 체력이 보충되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우리의 숙소는 그 자체로 훌륭한 휴식 공간이었지만 나는 일하는 공간에서 벗어나는 것을 휴식으로 생각하는 사람이기에 물리적으로 숙소에서 멀어진 시간을 잠깐이라도 갖는 것이 더 휴식에 도움이 되었다.


뷰가 멋있는 카페에서 짧게 수다를 떨고 그 옆에 있는 편집샵에서는 예쁜 노트와 향초를 쇼핑하고 숙소로 다시 돌아오는 길에는 좋아하는 베이커리에 들러 맛있는 디저트를 잔뜩 사 오면 업무 스트레스도 자연히 해소되었다.


숙소 주변을 돌아다니기엔 점심시간으로도 충분했지만 제주도는 동서남북 곳곳에 멋있는 곳들이 많기 때문에 며칠은 아예 연차를 사용하고 여행을 했다. 애매하게 일하는 척하면서 불편한 마음으로 놀기보다는 당당하게 쉬는 날을 만들어서 평소 가고 싶었던 곳들을 최선을 다해 돌아다녔다.


주로 그런 휴가날에는 아침부터 일정을 시작하여 해가 완전히 넘어가고 나서야 숙소로 도착했다. 숙소로 돌아와서는 늘어난 쇼핑백과 그날 찍었던 사진들을 뿌듯하게 보며 다음날 일할 에너지를 충전했다.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를 하는 기간 동안 본가에서 재택근무를 할 때보다 배로 움직였던 것 같은데 피로도는 훨씬 덜했다. 나는 그 이유가 짬짬이 질 좋은 여행과 휴식이 병행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집중도 있게 일하고 그만큼 또 밀도 있게 놀다 보니 건강한 정신 상태가 유지되었고 삶의 만족도도 높아졌다. 


어차피 평일에는 숙소 안에서 일만 해야 했을 텐데 굳이 돈을 써서 워케이션을 간 이유가 뭐야?


정말 많이 들었던 질문인데 아래와 같이 요약하여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평일에도 점심시간을 활용해서 충분히 여행이 가능했고 그 과정에서 업무 스트레스가 해소되었고 자연스레 삶의 만족도가 높아지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나에게 워케이션은 분명히 투자하는 비용 그 이상의 가치가 있는 시간이었다.


평일 점심의 베카신은 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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