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르르르 굴러온다.
현우는 다시 눈을 감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로 가기다. 그렇게 웅얼거렸다. 이상하지. 너에게 상처를 줄 때면 사랑이 살아나. 나는 조용히 가슴에 두 손을 얹어보았다. 슬픔이 차오르는 것 같은 자리에. 슬픔을 감지한 사랑이 오리발을 신은 수영 선수처럼 물살을 가르는 것 같았다. 사랑 곁에는 언제나 슬픔이 있는데 나는 어쩌면 그것만을 사랑하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 공룡의 이동경로 중 사랑의 신 편에서 / 김화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사람이 많은 길거리에서 아이의 손을 놓쳤다가 다시 잡은 부모가, 아이의 엉덩이를 두어 대 때리고 인상을 깊이 쓴다. 아이의 손을 잡고 있는데도, 걷다가 자꾸만 뒤돌아 아이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 그게 사랑이라는 글을 말이다. 확실한 건 사랑의 곁에는 슬픔이 한 60%쯤, 행복이 한 30%쯤? 그리고 나머지 요상한 감정들이 ‘기타’ 항목으로 10%를 채우는 것 같다.
요즘 내가 가장 크게 사랑을 느끼는 순간은, 사랑하는 이가 깊은 잠에 들었을 때다. 가만히 눈을 감고 무방비하게 자고 있는 그 모습을 보면 가슴에 묵직한 돌 하나가 도르르르 굴러와 톡 하고 박히는 것 같다. 사랑스러운 건 아니고, 그렇다고 보기에 좋은 것도 아닌데, 마냥 마음이 꽃밭인 것도 아닌데,,, 어딘가 말로 설명하기 힘든 감정이 뭉쳐 돌이 된다. 그 돌은 도르르르,,, 쾅! 도 아니고 조심스럽게 도르르르 굴러와 톡 박히는 기분이다. 이상하다. 사랑은 뭘까.
사랑은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