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나는 운동에 반쯤 미쳐 있던 적이 있다.
50대 초반, 수영 클럽에 들어간 게 시작이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분위기에 휩쓸려 달리기, 사이클, 철인 3종 경기까지, 하나씩 가속도가 붙었다. 함께 운동하던 동료들은 오랜 시간 몸을 단련해 온 베테랑들이 많았다. 나이대도 다양했고, 함께 운동하고, 땀 흘리고, 때때로 술 한잔 기울이던 그 분위기가 참 좋았다.
이미 제법 사용해서 삐그덕 대는 중고품으로 너무 늦게 시작한 탓이었을까? 아니면 한번 시작하면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탓이었을까? 그렇게 격하게 나 자신을 몰아붙이다 보니 여기저기 탈이 나고 부작용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운동할 수 있는 종목이 하나 둘 줄어들고 나서야 내 폭주도 멈췄다.
지금도 그 시절이 그립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내 기록에, 내 목표에 온전히 몰두하던 시간. 운동에 몰입해 있는 시간은 다른 건 잊고 오롯이 찰나의 순간에만 집중하던 도파민 치솟던 나날들이었다.
그 열정의 감각은 글쓰기 클럽 때도 찾아왔었다. 글을 잘 써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들어간 글쓰기 클럽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대부분은 나보다 젊은 친구들이었고, 난 그들로부터 많은 자극과 에너지를 받았다. 처음으로 글을 마음껏 써보며 희열을 느끼기도 했고, 나의 부족함으로 인한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다.
그래도 그 시간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글쓰기 이론을 익히고, 매주 글을 쓰는 습관을 들이면서 내 사고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어떤 일이든 먼저 말보다 글로 정리하려 했고, 글을 쓰면 생각이 명확해졌다. 글을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책도 더 가까이하게 되고, 궁금한 것도 더 자주 찾게 되니 지식 발견이라는 건강한 순환고리가 생긴 느낌이었다.
매주 월요일, 임직원들에게 보내는 조회 메시지를 쓰면서도 그걸 느낀다. 누군가를 위해 쓰지만, 사실은 나 자신을 위해 쓰는 글이다. 내가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지, 어떤 질문을 품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해 준다. 글을 쓰기 위해 주변을 더 유심히 살펴보게 되고, 작은 장면에서도 의미를 찾게 된다. 어쩌면 글을 쓴다는 건, 일종의 깨어 있음을 확인하고자 하는 행위인지도 모르겠다.
최근 동네 도서관 게시판에서 경제 독서모임 공지를 보게 되었다. 경제, 주식, 자기 계발 같은 책을 함께 읽고 토론하는 모임이라기에 호기심이 생겼다. 특히 내가 아는 작가의 책이 이번달 교재로 선정되어서 더욱 눈길이 갔다. 평일은 어렵지만 주말 도서관 방문은 내 루틴 중 하나였기에,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참석하게 되었다.
몇 번 참여해 본 지금까지의 느낌은 꽤 만족스럽다. 참여하는 사람들은 은행원, 공무원, 디자이너, 회사 대표, 전업주부, 프리랜서, 은퇴한 투자자 등등 정말 다양하다. 20대 사회초년생부터 60대 은퇴자까지, 각자의 관심사와 경험치도 천차만별이다.
나 역시 투자에 대해선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코로나 무렵 주식 투자를 시작했고, 나름대로 공부를 계속하긴 했지만, 여전히 배움의 단계다. 어쩌면 평생 배우며 함께 늙어가야 할 동반자 같은 존재라 여기고 있다. 중요한 건 누군가에게 배우기보다, 또 되지도 않는 깜냥으로 누군가를 가르친다기보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관리하겠다는 태도가 아닐까 싶다.
이 모임에서 내가 얻는 것도 결국 태도다. 경제를 대하는 태도, 삶을 바라보는 시선, 타인을 이해하는 마음. 자기 관리를 지속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누군가와 함께라면 조금은 더 단단히 버틸 수 있다. 서로에게 자극이 되고, 또 가끔은 응원이 된다면 그 자체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지 않을까?
물론, 함께 한다는 것이 언제나 쉽지도, 만만하지도 않다. 처음엔 좋았던 관계도 시간이 흐르며 불편해질 수 있고, 의도하지 않았던 갈등이 생겨나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나는 ‘적당함’을 항시 곁에 두려 한다.
적당한 거리, 적당한 관심, 적당한 노력. 무관심도, 지나친 열정도 아닌 그 어딘가의 균형. 그게 오히려 오래가는 관계의 핵심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이전의 경험이 나에게 가르쳐준 지혜라고 믿는다.
운동도, 글쓰기 클럽도, 독서 모임도...... 그뿐만 아니라 나와 연결되어 있는 모든 관계 속에서, 내가 한때 몰두했던 모든 것들의 끝에는 결국 이 질문이 남는다.
‘어떻게 하면 오래 할(갈) 수 있을까?’
요즘 나는, 과하지 않되 진심을 담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그러니까 오늘도 적당하게, 진심으로 글을 쓴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