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이해하는 법, 곧 나를 사랑하는 법
2014년, 처음 글쓰기 모임에 참여했을 때 스승은 이렇게 말했다.
“작가가 팔아야 하는 것은 글의 주제가 아니라 작가 자신이다.”
- 윌리엄 진서, 『글쓰기 생각쓰기』
나의 이야기가 누군가의 거울이 될 수 있다면
그 문구는 오랫동안 내 마음 어딘가에 걸려 있었다. 물론 나는 작가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내 이야기를 세상에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어둡고 부끄럽던 과거는 평생 혼자 짊어져야 할 짐이라 여겼다. 가족에게조차 자세히 털어놓지 않았다. 나를 아는 이들 앞에서는 언제나 빈틈없는 사람으로 남고 싶었다
그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무려 10년이 걸렸다. 내 이야기가 누군가의 거울이 될 수 있다면, 넘어졌다가 일어선 나의 과정이 누군가에게 작은 힘이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독서 클럽에서의 발견
주말 루틴처럼 찾던 도서관 게시판에서 우연히 본 독서 동아리 모집 공고. 주식, 자기계발, 경제서에 관심이 많던 나는 호기심과 망설임 끝에 참여를 결심했다. 선정된 책을 읽고 토론하며, 각자의 ‘작은 실천 루틴’을 공유하는 규율은 다소 느슨해져 있던 내 일상에 신선한 자극을 주었다.
우연히 참석한 동아리 연합 모임에서 누군가 나를 ‘고수’라 소개했을 때, 나는 웃으며 말했다.
“저는 결코 고수가 아닙니다.”
그리고 속으로 이렇게 되뇌었다.
‘단지 수없이 넘어졌다가, 그보다 조금 더 자주 일어섰을 뿐입니다’
그 수많은 경험들이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좋을 때는 나쁜 날을 대비하고, 나쁠 때는 언젠가 좋은 날이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을 내 안에 심어 주었다.
나를 읽는 법, 곧 나를 사랑하는 법
우리는 누구나 실패와 위기를 겪는다. 그 과정에서 길을 잃기도 한다. 다만 내가 아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길은 반드시 있다.”는 사실이다.
인생은 날씨처럼, 맑은 날과 흐린 날이 교차하고, 때로는 거센 비바람과 폭풍우가 몰아칠 때도 있다. 중요한 건 어느 한쪽에 매몰되지 않고 균형을 잃지 않는 것이다.
MBTI, 사주, 오행, 그리고 AI 같은 도구들은 단지 거울일 뿐이다. 거울이 나를 대신 살아줄 수는 없다. 도구는 방향을 가리킬 뿐, 길을 걷는 건 결국 나 자신이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비로소 도구는 스승이 아닌 동반자가 된다.
중요한 건 그 거울을 통해 내가 나를 읽고, 그 과정을 통해 다시 나를 이해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또 다른 나의 길잡이가 된다는 점이다.
우리가 진짜 배워야 하는 것은 ‘나를 읽는 법’이며, 그건 곧 ‘나를 사랑하는 법’이다. 이해는 머리의 일이고, 사랑은 마음의 일이다. 그 둘이 만나는 지점에서 우리는 비로소 회복될 수 있다.
독자에게 보내는 초대장
글쓰기는 나를 정리해 주었고, 말하기는 세상과 나를 연결해 주었다.
그리고 작은 독서 공동체는 나를 더 넓은 상상의 세계로 이끌었다.
이제는 내가 독자를 초대할 차례다.
완성된 사람은 없다. 우리는 모두 읽히고, 다시 쓰이고, 해석되는 존재다.
글과 책은 저자가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다시 써 내려가는 순간에 비로소 살아난다.
이제, 당신이 당신의 문장을 써 내려갈 차례다.
� 독자에게 건네는 질문
• 당신은 지금 어떤 방식으로 자신을 읽고 있나요?
• 당신은 누구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또 누구를 당신의 여정에 초대하고 있나요?
• 오늘, 당신이 새롭게 써 내려갈 문장은 어떤 이야기로 시작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