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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인생 설계도를 그리다

다시 세우는 법을 배우다

by 달공원

삶은 생각보다 자주 무너졌다.

하지만 무너질 때마다 나는 도면을 다시 그렸다.

건물이 흔들릴수록 설계의 중요성이 드러나듯, 인생의 균열은 내게 또 한 번의 설계도를 요구했다.


무너짐 속에서 다시 그린 도면


자전거 사고로 쇄골이 부서졌을 때, 나는 몸의 한계를 처절하게 체감했다. 수술대 위에서, 그리고 재활의 매 순간마다 ‘다시 세운다’는 말의 의미를 몸으로 배웠다.


팔을 10cm 들어 올리는 일조차 고통스러웠고, 근육이 녹아내리며 일상의 질서가 무너졌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작은 루틴부터 다시 세웠다. 재활운동 계획을 다시 짜고, 몸과 마음이 균형을 찾는 느린 훈련을 반복했다. 무너짐은 끝이 아니라, 다시 그릴 기회였다.


느지막이 시작한 투자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비록 소액이지만, 아내가 힘들게 모은 돈을 대신 맡아 투자한 지 단 일주일 만에 온통 파란색으로 물들여 충격을 받았다. 그날 이후 나는 매일 밤마다 책과 씨름했고, 손익이 아닌 ‘위기관리’라는 보강선을 설계도 속에 새겨 넣었다. 삶은 예측할 수 없지만, 대비는 설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우게 된 또 다른 계기였다.


집을 짓듯, 삶을 설계하다


되돌아보면 내 회복의 여정은 집을 짓는 과정과 닮아 있었다. 글쓰기는 기초를 다지는 일이었고, 말하기는 기둥을 세우는 일이었다. 관계는 창과 문을 내어 바람이 통하게 하는 과정이었으며, 강점의 발견은 단단한 벽을 세우는 일이었다.


그렇게 점과 선이 이어져 하나의 구조물을 이루듯, 내 삶도 서서히 형태를 갖춰 갔다. 설계도는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나를 세우고 지키는 지도였다.


대학원 시절, 세계적으로 유명한 지도교수의 애니메이션 수업에서 들었던 말이 떠오른다.
“모든 화려함도 가장 단순한 원리에서 출발한다.”


삶도 마찬가지였다. 기초를 소홀히 하면, 아무리 화려한 장식도 무너진다. 내가 세워 온 작은 루틴들 ― 글쓰기, 운동, 독서, 관계, 사색 ― 이 모든 것은 언제든 다시 재건할 수 있는 ‘기본 원리’였다.


설계자는 끊임없이 수정한다


나는 늘 도전을 즐겼다. 그래서 실패도 잦았다. 하지만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며, 무너짐은 곧 새로운 설계의 기회라는 걸 배웠다.


집은 한 번에 완성되지 않는다. 고치고, 보강하고, 다시 설계하며 단단해진다.

삶도 그렇다. 무너짐은 끝이 아니라, 다음 도면을 위한 초안이다.


설계자의 시선으로


이제 나는 설계자의 자리에서 나의 인생을 바라본다. 완벽한 건물을 짓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내가 숨 쉴 수 있는 구조, 내가 견딜 수 있는 균형, 내가 나답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을 세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나의 설계도는 언제나 두 성향 사이에서 그려졌다. 이성의 선(線) 위에 감정의 색을 더하고, 뜨거운 불(火)의 추진력 위에 차분한 흙(土)의 균형을 얹었다. 그렇게 조금씩, 나다움의 구조가 세워졌다.


그래서 내 설계도에는 과도한 장식 대신, 작지만 단단한 루틴들이 자리 잡고 있다. 혼자만의 고독이 머무는 방이 있고, 함께 웃고 대화할 수 있는 거실이 있으며, 글을 쓰고 사색하는 서재가 있다.


삶은 늘 수정 중인 도면이다. 때로는 지워지고, 다시 그려지고, 덧칠되며 완성되어 간다. 나는 그 도면 위에서, 나라는 구조물을 여전히 짓고 있다.


이 글을 읽는 독자에게


사람은 누구나 인생의 설계도를 품고 산다. 다만 그것을 꺼내어 선을 긋고, 색을 입히고, 형태를 세워내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나는 그 사실을 수많은 무너짐과 회복의 시간을 통해 배웠다.


설계도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다.

무너졌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나를 지탱해 주는 지도다.








독자에게 건네는 질문

• 당신은 지금 어떤 설계도로 삶을 짓고 있습니까?
• 그 도면은 누구의 손에 그려지고 있습니까?
• 혹시 미완의 도면으로 방치되어 있지는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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