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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말을 잘하고 싶었다

글에서 말로, 세상과 다시 이어지다

by 달공원

매주 월요일 아침, 수십 명의 임직원 앞에 서는 순간은 고역이었다.
손에는 힘들게 준비한 원고를 꼭 쥐었지만, 막상 입을 열자 머릿속은 텅 비었고, 목소리는 떨렸다. 준비한 문장은 흩어졌고, 직원들의 시선은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몇 분이 몇 시간처럼 길게 흘렀다.


글로 시작한 말하기


나는 원래부터 즉흥적인 사람은 아니었다. 감정을 곧바로 표현하기보다는 글로 붙잡아 두는 게 훨씬 편했다. 구조와 해석을 중시하는 기질 때문이었다.


글쓰기는 나를 정돈하는 루틴이자 회복의 도구였고, 말보다 안전했다. 하지만 조직과 사회는 ‘말하기’를 요구했다. 결국 나는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먼저 생각을 글로 정리하고, 반복해서 읽으면서 말로 풀어내는 연습을 했다. 글을 토대로 한 말은 훨씬 안정적이었다. 기승전결이 뚜렷했고, 메시지도 분명했으며, 무엇보다 중언부언이 없었다.


차츰 노하우가 쌓이면서 알게 된 것은 말은 글처럼 매끈할 필요가 없다는 점과 나의 메시지가 상대에게 닿으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점이었다.


말의 힘 ― 위험과 치유 사이


말은 무기이자 약이었다. 무심코 던진 한마디는 누군가를 며칠간 위축시켰고, 짧은 격려는 오래 남는 위로가 되었다. 말은 글보다 날카롭지만, 동시에 더 즉각적이었다.


나는 배웠다. 말하기는 곧 책임이라는 것을. 내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하루를 바꿀 수 있다는 두려움은 점차 책임감으로 바뀌었다. 그때부터 말은 점점 더 무게를 얻었다.


글과 말의 상호작용


나는 순서를 거꾸로 배웠다. 보통은 읽기 → 쓰기 → 말하기로 성장하지만, 나는 말하기에 부딪히고, 글쓰기로 수습하고, 읽기로 이해했다. 돌이켜보면 시행 착오라 여길 수도 있지만, 결국 나만의 균형을 만들었다.


읽기는 나를 이해하게 해주었고,

쓰기는 나를 정리하게 해주었으며,

말하기는 세상과 나를 연결해주었다.


세 가지는 각각 다른 도구가 아니라, 서로를 완성시키는 하나의 순환 구조였다.


균형을 찾다


글은 나를 안정시켰고, 말은 나를 세상과 맞닿게 했다. 글이 내면을 다지는 뿌리라면, 말은 바깥세상으로 뻗는 가지였다.


나의 기질은 흙(土)처럼 구조를 세우는 쪽에 가까웠다. 그래서 글은 나를 다잡는 틀이 되었고, 말은 그 틀을 벗어나 세상과 연결되는 통로가 되었다. 두 기운이 부딪힐 때마다, 내 안의 균형이 조금씩 단단해졌다.


이제 나는 안다. 둘은 대립이 아니라 균형이다. 글이 생각의 질서를 세운다면, 말은 그 생각을 사람 사이에 흘려 보내는 길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에게


말은 무기이자 다리다.

사람을 상처 입히기도, 살리기도 하며, 동시에 나와 세상을 이어주는 다리가 되기도 한다.


나는 여전히 글이 더 편하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서툴더라도 말을 해야 한다.

그것이 나를 회복시키고, 타인과 다시 이어지는 길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 독자에게 건네는 질문


당신은 말하기가 두려운가요, 아니면 말이 앞서 나가곤 하나요?

당신의 말은 누군가에게 흉터를 남겼나요, 아니면 위로를 건넸나요?

오늘 당신이 남길 한마디는, 어떤 말이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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