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을 다루는 리더십의 기술
아침 공기가 완연히 달라졌다. 찬바람이 코끝을 찌른다. 날씨가 바뀌듯, 사람의 마음과 에너지도 순식간에 흐름이 바뀐다. 이럴 때일수록 필요한 건 균형감각이다.
이번 글의 주제는 ‘쓸 때와 아낄 때를 아는 힘’, 즉 자원을 다루는 리더십의 기술이다.
위기는 외부보다 내부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흔히 위기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다. 시장 침체, 조직 변화, 예기치 못한 사건들. 하지만 진짜 위기는 언제나 내부의 균형이 무너질 때 시작된다.
젊은 나이에 빠르게 성공한 사람들을 가끔 보게 된다. 그들은 거침없이 돈을 쓰고, 자신을 드러내며 대중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들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사용의 기술’은 탁월했지만, ‘절제의 감각’은 부족했다. 시장이 흔들리자 순식간에 무너졌다. 이는 돈의 문제가 아니라, 균형을 잃은 성공의 전형적인 패턴이다. 무엇을 가지고 있느냐 보다 그걸 언제, 어떻게 쓸 줄 아느냐 가 더 중요하다.
성장의 리듬을 이해하는 사람
운동을 예로 들어보자. 근육은 자극으로 자라지만, 회복이 없으면 손상된다. ‘오늘은 3일 치를 몰아서 하자’는 열정은 결국 ‘3일 치의 피로’를 남긴다. 성장에는 리듬이 있다. 몰입과 회복, 사용과 절제, 이 두 박자가 맞아야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
잠을 줄이고, 감정을 소모하며, 회의로 밤을 지새우는 건 열정이 아니라 자기 자본의 낭비다. 번아웃은 과열된 열정이 만든 후유증이다. 진짜 프로는 쉼도 전략적으로 설계한다. 회복은 다음 몰입을 위한 투자이기 때문이다.
투자와 절제의 경제학
투자 전문가들은 늘 말한다. “현금 비중 30%는 남겨둬라.” 그 이유는 단순하다. 현금은 위기를 피하기 위한 방어자금이 아니라, 기회를 잡기 위한 준비자금이기 때문이다.
인생의 자원도 같다. 모든 체력과 시간, 감정을 한 번에 쏟아붓는 사람은 결정적인 순간에 쓸 힘이 남아 있지 않다. 반대로 평소 절제하며 에너지를 비축한 사람은 위기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는다.
리더십도 마찬가지다. 진짜 리더는 모든 문제를 동시에 풀려 하지 않는다. 언제 나서야 하고, 언제 물러서야 하는지를 안다. 이것이 리더의 절제이자, 전략의 본질이다.
일터에서의 균형 감각
균형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다. 매일의 업무 속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그 몇가지 예를 생각해보면 다음과 같다.
① 시간의 균형
오랜 근무시간이 성과를 보장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시간의 양이 아니라 에너지의 질이다. 산만한 8시간보다 몰입한 2시간이 낫다. ‘더 오래’보다 ‘더 깊게’가 효율을 만든다.
② 정보의 균형
과잉 정보는 판단력을 흐린다. 리더는 정보를 수집하는 사람이라기보다, 정보를 거르는 사람이어야 한다. 필요한 데이터에 집중하고, 불필요한 자극은 과감히 차단해야 한다.
③ 감정의 균형
감정은 에너지다. 하지만 즉각적으로 소비하면 남는 게 없다. 리더의 감정은 조직의 온도다. 사소한 짜증은 눌러 두고, 진짜 필요한 순간에 칭찬과 격려로 에너지를 써야 한다. 감정을 절제할 줄 아는 사람이 신뢰를 얻는다.
절제는 위기 속에서 힘이 된다
위기일수록 사람은 더 쓰고, 더 버티려 한다. 하지만 위기를 넘어서는 힘은 절제에서 나온다. 저격수가 방아쇠를 당기기 전 숨을 고르는 이유와 같다. 시간, 체력, 감정, 집중력 중 일정 부분은 언제나 남겨둬야 한다.
이 비축된 에너지는 평소엔 보이지 않지만, 결정적인 순간, 방향을 바꾸는 추진력이 된다. 하루를 마무리하기 전,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나는 지금 전략적으로 쓰고 있는가, 아니면 습관적으로 소모하고 있는가?”
잘 쓰고, 잘 아끼는 법.
그것이 인생과 일, 두 영역을 모두 성장시키는 가장 오래가는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