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과 감정을 흐르게 하는 힘
“말이 씨가 된다.”는 별생각 없이 내뱉었던 말이 실제 현실이 되었을 때 등장하는 속담이다. 인간관계에서 말 한번 잘못했다가 설화를 입거나, 구설수에 빠지고, 뒷담화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모습은 흔하디 흔한 풍경이다. 유난히 관련된 속담이나 명언이 많은 것도 그만큼 말이 강력한 힘과 파괴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검색 지수(Data Lab: 평균 60)는 사람들의 관심 또한 상당히 높음을 의미한다. 인간관계를 좌지우지하는 소통의 시발점이 바로 이 말에 있다. 소통에 있어서 말의 중요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런데 말이 전부가 아니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메라비언은 사람이 상대방으로부터 받는 이미지 중 시각적 요소(Body Language)가 55%, 청각적 요소(Tone of Voice)가 38%, 말의 내용(Words)이 7%라고 했다. 이것이 바로 협상과 설득, 광고, 프레젠테이션, 심리, 마케팅 분야에서 공식과도 같은 ‘메라비언의 법칙(The Law of Mehrabian)’이다. 말 이외의 비언어적 표현 요소가 소통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상대방의 인상이나 호감을 결정짓는 요소임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소통력을 높이려면 말의 내용뿐 아니라 이미지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의미다.
최근 조금 당황스러운 경우를 경험했다. 나 스스로는 꽤 괜찮은 소통력을 가졌다고 생각하던 차에 듣게 된 주변의 평판이라 더 당황했던 것 같다. 처음에는 남의 의견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지만, 결국은 내 판단을 밀어붙인다는 평가에 새삼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사실 사람과 사람이 진심으로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기는 정말 어렵다. 만약 누군가와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싶다면, 소통할 대상과 같거나 조금은 덜한 옷을 입고, 그들의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자기중심적인 기준을 고집하면 타인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기가 어렵고 공감을 나누기는 더더욱 불가능하다.
소통력은 ‘막히지 않고 서로 통하는 힘’이다. 이는 곧 ‘생각과 감정을 흐르게 해 자연스럽게 통하게 하는 힘’이기도 하다.
복잡다단한 세상이다. 각기 다른 운명을 타고난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데 있어 ‘소통’은 실로 중요한 화두이다. 소통은 서로 막힘이 없이 잘 통하는 상태이고, 불통은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견해 따위를 이해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영어 communication은 ‘com’- ‘함께’와 ‘munico’- ‘공유하다’의 합성어다. 즉, 소통력은 나와 함께 하는 어떤 상대방과 공유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상대방과 공유하려면 먼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상대방의 생각과 관점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합리적으로 타인의 생각이나 의식을 함께 공유하고, 상호 관계에서 막혀있는 부분을 뚫고, 끊어진 부분은 잇는 힘은 바로 소통력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현대 경영학의 대부 피터 드러커는 21세기 리더의 품성으로 뛰어난 의사소통 능력을 꼽았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것은 듣는 것, 즉 경청 능력이라고 했다. 말을 줄이고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는 경청이 중요한 것은 단지 들어주는 ‘심리적 포옹’ 효과가 열 마디 말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경청의 힘이 뛰어난 인물에 정신분석학자인 프로이트와 삼성의 이건희 회장, 파나소닉의 마쓰시타 고노스케 등이 손꼽힌다. 스티브 잡스는 1997년 애플의 사장으로 복귀하면서 스스로를 CLO(Chief Listening Officer)로 불러달라고 했다. 이는 경청에 대한 의지의 표명이다.
“성공의 열쇠는 매장에 들어가서 직원들의 얘기를 들어보는 것이다”라며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월마트 창업자 샘 월튼은 소통의 대가였다. 최고의 아이디어는 창고에서 일하는 직원들과 점원들에게 나온다며 각지에 흩어져 있는 매장에 수시로 출몰하는 괴짜 CEO기도 했다. 그는 “종업원이 행복하면 고객이 행복하다.”는 철학으로 행복한 직원 만들기에 역점을 두었다. 직원들의 잠재력을 북돋우고, 한 가족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낸 힘은 바로 월튼의 소통력이었다.
‘벤투호 코칭스태프의 힘은 소통’.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과 관련하여 최근 나의 관심을 끌었던 기사 제목이다. 감독 벤투를 비롯한 코칭스태프 전원이 한 몸처럼 움직이며, 팀을 한 방향으로 끌어가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전문성과 다양한 아이디어를 소통을 통해 한 차원 더 높게 만들어 가고 있는 그들의 모습에서 진정한 소통의 힘이 느껴진다.
소통력은 사람들 간의 오행을 근간으로 한다.
‘음양오행에서 찾은 소통법’은 사람들 간의 오행, 즉 성격이나 스타일등을 근간으로 한다. 그들 중에는 서로 호흡이 잘 맞고 시너지를 불러일으키는 오행 조합도 있다. 또 보자마자 서로 으르렁대며 불협화음을 내는 조합 역시 존재한다. 전자를 상생 관계라 하고 후자를 상극 관계라 한다.
오행의 오관(五官)은 눈, 혀, 몸, 코, 귀로 이루어져 있다. 혀는 소통의 핵심 도구로 화(火)에 해당한다. 화(火)가 적당(2개)하다면 그보다 더 따뜻하고 유용한 것이 없다. 훈훈한 소통은 기본이고, 그 소유자는 소통의 대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너무 강할 때다(3개 이상). 원래 다혈질에 자기주장이 강한 성격인 데다, 격해지면 그 누구도 감당이 안 되는 스타일이 화인(火人)이다. 자기 분을 이기지 못하고 쏟아내는 독설들은 결국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돌아온다. 그러므로 화기운이 많은 사람은 조절과 관리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화(火) 기운이 약하면 (0~1개) 소통력 역시 약하다. 소통도 적극적인 의지와 열정이 바탕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조화와 균형을 바탕으로 하는 토(土)는 원칙을 중요시한다. 또 객관적인 입장에서 자료에 근거하여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중용의 미덕을 지키는 태도는 현명한 의사결정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한다. 적당하면 소통의 대가가 될 소질을 다분히 타고 난 오행이다. 그러나 토(土)가 너무 많으면 융통성이 없고, 자기 고집이 세진다. 문제의 해결 방식에서도 고집을 부리기 일쑤다. 그 고집 때문에 불통이 되어 때때로 무리에서 소외되기도 한다. 반대로 너무 없으면, 소통한답시고 마구잡이로 일을 벌여 난통에 처할 소지가 다분히 있다. 토(土) 오행이 소통 전문가로 모든 이를 골고루 만족시키는 단맛을 띄고 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목(木)은 창조적 능력이 뛰어나다. 하지만 지나치면 별 대책 없이 아이디어만 쏟아내는 아무 말 대잔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목(木)과 화(火)는 최고의 파트너다. 목(木)이 가진 상승기운과 능력이 발산하는 화(火)를 만나면 순풍에 돛을 단 듯 강력한 기운으로 퍼져나간다. 수(水)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적당하면 좋지만 지나치면 감언이설로 상대를 이용하는 꾼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 만약 적다면 융통성 없는 앞뒤가 꽉 막힌 사람이 된다.
소통력 내공을 키우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1. 잘 들어라 – ‘경청’ 즉 귀를 기울여 잘 듣는 힘은 진정한 소통의 바탕이 된다. 소통의 달인이 되고 싶으면 먼저 잘 듣는 법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는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잠시 말하기를 참고 열린 마음과 적극적인 자세로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보도록 하자. 눈을 맞추거나 메모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2. 잘 말하라 – 상대방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언변력은 소통에 있어서 절대 능력이다. 꾸준한 연습이 필요한 대목이다. 드라마틱한 스토리텔링의 힘과 철저한 준비를 통해 소통 전문가로 발전할 수 있다. 다방면에 걸친 지식과 경험은 대화를 부드럽고 윤택하게 만들어 준다. 요점을 전달하면서도 흥미진진하게 표현하는 능력은 강력한 소통의 힘이다.
3. 비언어적 요소를 사용하라 – 소통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언어적 요소인 말뿐 아니라 표정과 제스처, 때론 침묵과 같은 비언어적인 방식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다. 혀로만 말하지 말고 눈, 표정, 행동을 적재적소에 활용하자.
4. 공감이 우선이다 – 좋은 대화는 일방의 기준이 아니라 서로 눈높이를 맞출 때 일어난다. 소통이 이루어지려면 공감이 우선이다. 먼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내가 하고 싶은 말보다 상대방이 듣고 싶은 말을 염두에 두고 알아듣기 쉽게 이야기하자. 유창하게 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보다 상대방이 메시지를 이해하려고 애쓰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5. 요약하는 힘을 키워라 – 소통과 설득에 있어 말의 내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수많은 정보 중에서 꼭 필요한 정보를 찾고, 요약해서 전달이 용이하게 만드는 힘이다. 이른바 핵심을 잡아내어 요약하는 능력이다. 소통력이 부족한 경우의 대부분은 정보의 양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요약하고 정리하는 능력이 부족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