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하게 사는 힘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에 나오는 구절이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설문조사에서 ‘사람이 불행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돈이 없어서’가 48.7%로 가장 높았다. 미래불안(37%), 가정(9%), 건강(5.3%)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불행의 이유가 그 무엇이든 간에 이는 삶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지 못해서 벌어지는 일이다. 조금 부족하더라도 골고루 갖추는 편이 행복에 더 가깝다. 조화력에 대한 Data Lab 검색 지수가 평균 60으로 상당히 높은 것은 충분히 일리가 있어 보인다.
인간의 시작(탄생)과 끝(죽음)은 같지만 삶의 과정은 모두 다르다. 이 세상 어디에도 똑같은 운명을 타고난 사람은 없다. 어떤 이는 무난한 삶을 살지만 어떤 이는 롤러코스터 같은 파란만장한 삶을 산다. 명리학의 사주팔자에서 오행의 숫자와 배열을 들여다보면 개인의 성격과 운명을 살짝 엿볼 수 있다. 오행이 조화롭게 구성되어 있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순탄한 삶을 살 가능성이 높지만, 조화롭지 못한 사람은 끊임없는 위기상황에 노출된다. 다양한 이유에 의해 삶의 균형과 조화가 깨지는 힘든 상황을 이겨내려면 회복력이 필수다. 조화력의 오른팔 격인 회복력은 심리학적 용어로는 ‘회복탄력성 (Resilience)’이라 불리는데, 이는 시련이나 고난을 이겨내는 긍정의 힘이다. ‘회복탄력성’은 원래의 제자리로 되돌아오는 힘이며, 인생의 역경을 이겨내고 잃었던 조화와 균형을 회복하게 만드는 힘이다. 또한 왼팔 격인 협상력은 특유의 균형감각에 바탕 한 맞춤 전략으로 서로가 원하는 것을 찾게 만드는 역할을 담당한다.
‘조화력’이란 ‘서로 잘 어울릴 수 있는 힘’이다.
조화를 위해서는 어긋나거나 부딪침이 없도록 고르게 섞어주고 중재하는 능력이 필수다. 변수들을 조절하여 내부 환경을 안정적이고 상대적으로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성질을 ‘항상성’이라고 부른다. 의학적 용어로는 ‘호메오스테시스’라고 하는데, 이는 신체적으로 안정된 상태다. 만약 상호작용에 문제가 발생하여 균형이 깨지면 질병 위험요소가 늘어나고 각종 신체적 변화가 나타나게 된다. 잘못된 생활습관, 예를 들어 스트레스나 과로, 폭음, 폭식은 필연적으로 건강을 해친다. 심지어 건강을 위해 한다는 운동도 너무 지나치면 안 하느니 보다 못하다. 이들은 모두 조화와 균형의 이치를 무시하여 중심 잡기에 실패한 결과다.
사주팔자에 세 개의 토(土) 오행을 가지고 있는 저자는 나름 우월한 조화력을 가졌다고 자부해 왔다. 그런데 확신과 고집이 너무 지나쳤던 덕분일까? 개인적인 운동능력을 과신하여 철인 3종 경기 준비를 하다가 그만 무릎인대를 심하게 다쳤다. 주제를 모르고 설친 덕에 이제 달리기와 등산은 영원히(?) 금지 운동이 되어 버렸다. 나로서는 “너 자신을 알라!”던 그리스의 유명한 격언이 사무치게 가슴에 와 닿았던 일대 사건이었다.
골프선수 전인지는 LPGA 투어의 첫 우승을 US 여자오픈(2015)에서 이루었다. 그녀의 2015년이 더욱 화려했던 이유는 사상 최초로 한 시즌 한-미-일 메이저 대회 석권이라는 진기록 때문이다. 그런데 전인지의 플레이 스타일은 다른 경쟁 선수들에 비해 ‘딱히 이거다’하고 내세울만한 장점이 없다. 드라이버나 퍼팅, 그리고 아이언 실력이 모두 크게 높지 않다. 그렇다고 크게 떨어지지도 않는다. 물론 페어웨이나 그린 적중률이 꽤 높은 편이고, 쇼트게임과 퍼팅이 안정적이다. 그녀의 필살기는 허허실실 전략에서 나온다. 철저한 게임 플랜을 갖고 지키는 홀과 공격적으로 스코어를 줄이는 홀을 나누어 경기를 효율적으로 운영한다. 또한 위기관리 능력도 탁월하다. 선두권일 때도 차분함을 유지하고, 플레이가 잘 안 풀릴 때도 미소를 잃지 않는다. 위기를 극복하는 힘이나 꾸준함의 진짜 이유는 탄탄한 허허실실 멘탈을 바탕으로 골프 실력과 정신력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을 좋아한다”는 배우 한석규는 자상함과 냉철함을 함께 지닌 배우로 잘 알려져 있다. 상대에 대한 배려와 비판적인 시각을 함께 갖추고 균형 있고 조화로운 판단력을 보여준다. "다르다는 것을 불편함으로 받아들인다면 배려심으로 포용하고 어울릴 수 있겠지만, 그것을 위험하다는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면 분명 그것은 다른 의미가 되고, 한 사회나 국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2016년 연기대상을 수여한 ‘낭만닥터 김사부’의 수상소감은 ‘균형과 조화’의 필요성과 존재 이유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 준 멋진 연설이었다.
토(土)는 조화로운 성장을 추구하는 에너지의 원천이다.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가리라’ (창세기 3:19)는 우리가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오행도 마찬가지다. 발산하는 양기를 지닌 나무(木)나 불(火)도 흙에서 태어나 결국 흙으로 돌아가는 삶이다. 또한 수용하는 음기를 지닌 금(金)과 수(水)도 흙에서 성장하고 순환하는 삶을 지니고 있다. 모두 토(土)의 바탕 위에서 이루어진다. 즉, 토(土)는 오행 사이에 벌어지는 긴장과 갈등 속에서 조화로운 성장을 추구하는 에너지의 원천이다. 토(土)는 목(木)–봄, 화(火)–여름, 금(金)–가을, 수(水)–겨울이라는 계절 사이에 자리 잡은 환절기다. 또한 목(木)–오전, 화(火)–한낮, 금(金)–오후, 수(水)–저녁의 접목 시간이 토(土)에 해당한다.
함께 어울려 살다 보면 어디서나 꼭 비위에 거슬리는 이가 있다. 여기서 비위란 우리의 몸에서 오장의 비장과 육부의 위를 말한다. 이른바 소화기관이다. 재수 없는 상대와 엮이면 제일 먼저 밥맛부터 떨어지게 되어 있다. 좌우지간 남 눈치 안 보고 건강을 유지하려면 모름지기 비위가 튼튼해야 한다. 토(土) 오행은 황색을 띠고 있고, 중년에 접어드는 40대로, 모든 사물의 중앙에 위치해서 변화의 중심을 잡으며, 상생과 원칙을 중시하는 중재자의 역할을 한다.
사주에서 토(土) 기운이 적당(2개) 하다면 중립적인 입장에서 조화와 중재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탁월하다. 지나치면(3개 이상) 고집이 세고 사리 판단력이 부족하다. 융통성이 떨어져 우유부단하니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토(土) 기운이 부족하면(0~1개) 기본적으로 자신에 대한 신념이나 믿음이 부족하다. 자연히 마음이 조급해져 의견 충돌이 심하고 불안정하며 주변에 인색한 면을 보인다.
조화력 내공을 키우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1. 자신감과 자존감을 지켜라 – 인생을 살다 보면 누구나 크고 작은 실수나 실패를 경험하게 된다. 그로 인해 삶의 균형과 조화가 깨지고 고난과 역경에 빠져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과정은 누구나 겪는 일이다. 그러니 “왜 나만……”이라며 맥없이 주저앉지는 말자. 아무리 힘들어도 자신감과 자존감 만은 지켜라. 그래야 보란 듯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조화와 균형은 본질적으로 우리 자신의 마음가짐에 의해 좌우된다.
2. 집중력을 잃지 마라 – 일단 상황이 벌어지면 집중해야 한다. 아무리 어려운 문제라도 반드시 해결책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때로는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경우도 있고, 우연치 않는 순간에 창의적인 해결책과 만나기도 한다. 힘든 상황을 맞닥뜨리면 모든 감각의 활성화시키자.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조화로운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는 집중력을 잃지 말아야 한다.
3. 나만의 장치를 마련하라 – 고난과 역경 상황이 짧게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예상외로 길어지는 경우도 비일비재다. 장시간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고 조화와 균형을 유지하려면 상당한 육체적, 정신적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럴 때 잠시 현실에서 벗어나 안정감을 줄 수 있는 나만의 회복, 재충전, 보완 장치는 많은 도움이 된다. 운동이나 종교, 독서, 명상, 취미 등 잠시 긴장을 내려놓고 몰입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을 찾아보자.
4. 연습의 힘을 믿어라 – 평소의 생활 속에서 항시 대안(플랜B)을 염두에 두는 연습을 해보자. 이미지 트레이닝도 좋은 방법이다. 실패나 실수, 회복력이나 균형감각은 모두 실제상황을 가정한 연습이 필요하다. 자꾸 자빠지다 보면 자빠지지 않는 요령이 생기듯 작은 실패나 실수를 통해 노하우를 축적하면 균형과 조화를 잡는 내공도 더 강력해진다.
5. 자유롭게 변화하라 – 일방으로 좀 치우친다고 해서 조화롭지 못할 이유는 없다. 더 소중한 것을 위해서 덜 소중한 것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이에서 적절하게 균형감을 유지하는 게 포인트다. 이처럼 조화력은 상황과 조건에 따라 수시로 변화하는 삶의 자동조절장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