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훈 Aug 25. 2018

문득

와타나베의 마음이 느껴지는 하루

 한 7~8년 전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인 ‘노르웨이의 숲’을 읽었다. 그 때에 신작이었던 ‘1Q84’를 읽고나서 관심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었지만 나는 다 읽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다시 1장을 읽은 후 나는 이 책을 다 읽었다고 생각했다. 책을 읽다가 1장 가장 마지막 문장에 나는 마음이 쓰였기 때문이다. 왜 와타나베는 슬퍼하며 그녀는 나를 사랑하지조차 않았다고 생각했을까??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다시 1장을 읽었을 때에 나는 와타나베의 마음을 조금은 알것 같았다.


 와타나베처럼 문득 과거의 일을 돌이켜볼때에 갑작스레 진실에 대한 깨달음을 얻을 때가 있다. 사귀던 여자가 전 남자친구에게 돌아갔을 때, 가끔씩 말하던 전 남자친구의 기이한 행동들이 정말 이상해서 말했다기 보다는 그냥 그리워서, 잊을 수 없어서 나에게 계속 말했음을 깨달았던 것처럼....

  

 이런 일이 있고나서부터 가끔 과거의 일과 행동들을 되짚어보곤 한다. 인생은 드라마나 영화, 소설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것을 정확하게 알 수 없고, 나 혼자만의 생각이지만,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이면서 어느정도는 그 때에 상대방의 마음을 읽을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과거에는 이해할 수 없었던 상대방의 행동이 이해되는 경우가 있다. 수 없이 흩어져 있던 퍼즐 조각들이 하나 둘 맞춰지며 왜 그때에 나에게 그런 말을 했는지 그 때의 마음이 어땠을지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대부분 생각하는 것들이 즐거웠던 기억보다는 싸웠던 기억이나 이별하게 되는 과정들이다. 그렇다보니 그 순간에는 흥분과 원망의 마음으로 모든 상황을 정확하게 보지 못하지만 이렇게 시간이 흘러서 생각하게 되면 내 행동은 왜 그러했는지 상대방의 행동은 왜 저랬었는지 더욱 자세히 알게 될 수 있는 것 같다.

 내 행동에 대한 반성도 하고, 상대방의 행동이 어떤 신호였는지 새롭게 깨닫게 된다. 이렇게 나이가 드니 사람을 만나기 더 어려워지는건가 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내 과거를 통해 많은 깨달음을 얻어갈 수 있다. 물론 때때로 그 때의 선택이 달랐으면 지금은 좀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 라는 자조적인 후회도 하게 되지만 말이다.


 하지만 오늘같은 날은 - 사실 전부터 생각은 했지만 확정짓고 싶지 않았던 일 - 왠지 노르웨이의 숲의 문장처럼 견딜 수 없이 슬프다. 그녀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던건 아닐까... 내가 누구보다 사랑했던 사람이 내가 아닌 그저 편하고 잘해주는 모습만을 좋아 했던건 아닐까....

 흩어져 있던 퍼즐 조각들이 맞춰지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고, 여러 퍼즐들을 하나 둘 천천히 들여다 볼 수록 그 확신은 강해졌다.

 7~8년 전에는 조금밖에 느낄 수 없었던 와타나베의 마음이 오늘따라 더욱 깊고 진하게 느껴진다.






작가의 이전글 지하철에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