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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마 Nov 24. 2023

[경제] 스스로 선을 긋지는 말자

이즈미 마사토, 《부자의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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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선을 긋지는 말자는 의미로

살면서 부자가 되고 싶다고 절실하게 빌어본 적은 없던 것 같다. 그저 회전초밥집에 가서 그릇 색깔 안보고 양껏 먹고 나올 정도의 부만 있으면 충분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굳이 따지면 마지노선이었다. 그러나 돈에 완전히 초탈해서 안빈낙도를 하면서 살아갈 용기는 또 없다. 나의 한 없이 잘은 경제관에 대해 생각하다가, 스스로 '나는 부자가 될 수 없고, 관심도 없어.' 하고 선은 긋는게 아닌가 싶었다.


도서관에서 《부자의 그릇》을 빌려온 건, 한 번 알아나보자 하는 호기심 때문이었다. 혹시 아는가 2-3년 후에는 내가 회전초밥집을 매일가도 괜찮을 정도의 부의 그릇이 생길지 말이다. 다 읽고나서는 시시콜콜한 이유로 잡아들기에는 적절한 책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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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그릇》은 일본의 경제금융 교육 전문가 이즈미 마사토가 소설 형식으로 쓴 경제경영 기본서다. 한 때 4호점까지 확장했던 주먹밥 사업에 실패해 도산한 젊은 사업가가 스스로를 조커라고 불러달라는 수수께끼의 노인을 만나며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구체적인 돈 버는 방법보다는 마인드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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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원을 건넨 수수께끼의 노인


한낮에 망연한 모습으로 벤치에 앉아있는 에이스케는 주머니를 뒤진다. 날이 추워서 따스한 것을 마시고 싶다는 생각을 할 찰나 자판기 하나가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뿔싸. 따뜻한 밀크티를 사기엔 100원이 모자란다. 다시 좌절 모먼트로 돌아가려던 그의 앞에 100원을 내미는 손 하나가 나타난다. 그의 정체는 노인이었다.


감사한 마음으로 호의를 받아 밀크티를 뽑으려던 에이스케를 노인은 저지한다. 그는 "아래를 내려보라."는 말을 하고, '거참 100원가지고 엄청 생색내네.' 생각하며 그 말을 들어주던 그는 자신이 아랫열의 따뜻한 밀크티가 아닌, 눈에 바로 보이는 차가운 밀크티를 뽑으려 했다는 걸 자각한다.


노인은 에이스케가 앉아있던 벤치에 앉으며 이렇게 말한다.

"돈이란 건 말이지, 참 신기한 물건이야. 사람은 그걸 가진 순간에 선택해야 돼. 쓸까 말까, 쓴다면 언제 무엇에 쓸까? 하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그런 생각은 안 하고 충동적으로 써버리지. 지금 필요하니까 지금 쓰는 거야."


자신을 바보 취급하는 것 같은 노인의 말에 발끈한 에이스케는 반박하려했지만 추가로 따라온 한 마디에 입을 다문다.


"지금 자네는 1,000원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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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는 신용의 힘을 알고 있어


선문답 같은 말이 오가고 에이스케는 노인에게 100원의 은혜를 1천만원으로 갚겠다고 말한다. 이에 그는 웃으며 120원을 달라고 답한다. 빌려준 100원에 법정 최고금리 20%나 붙인 것, 그것이 지금 당신의 가치라고 그는 덧붙인다. 이에 에이스케는 "저한테 신용이 없다는 뜻입니까?"라고 묻는다. 그들의 대화는 이어진다.


노인은 "돈이 만능은 아니지. 하지만 돈을 다루는 방법을 바꾸면, 인생도 바꿀 수 있어."라고 하며 돈의 역사, 그러니까 신용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물물교환으로 경제가 성립되던 시기를 지나, 그것만으로는 경제가 잘 돌아가지 않는 상황이 찾아왔을 때 사람들은 '시간관념'을 추가했다.


'지금 당장은 물건이 없지만, 기일까지 원하는 걸 마련해줄 테니 이걸로 교환해주시오. 기다려주는 만큼 얼마를 더 얹어주겠소.' 와 같은 교환까지 필요한 시간을 '약속'이라는 형태로 성립시키고, 약속을 증명하는 '증거'로 돈이 탄생한다.


여기서 핵심은 '약속'이다. 약속을 지킨 사람은 더 큰 거래가 가능해지고, 신용도가 높을수록 더 비싼 거래도 가능해졌기에, '남'에게서 오는 돈의 성격상 '신용이 힘이 부자를 만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신용이 돈으로 바뀌면, 믿어주는 상대가 있는 것만으로도 재산이 된다는 것.' 이 대목을 읽으면서 약속을 지키는 사소한 습관으로부터 부의 차이는 생긴다는 말은 약간은 충격이었다. 그간 나의 사고는 부자는 '태도'가 좋아서 부자가 되는 것이라고 막연하게만 생각했는데, 돈이 생겨난 역사와 본질로부터 접근하니 '약속'이라는 단어의 무게가 크게 체감되더라. 


에이스케는 노인의 말을 듣다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털어놓기로 한다. 친구의 제안으로 주먹밥 사업을 시작하고, 승승장구하며 지점을 늘리다가, 잘못된 선택들로 도산해서, 3억 빚을 갖고 벤치에 나앉은 지금에이르기까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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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번 연속으로 뽑으면 언젠가는 반드시 당첨된다


노인은 에이스케에게 묻는다.

"부자가 생각하는 진짜 리스크는 뭐라고 보는가?"

이에 그는 이렇게 답한다. "음, 뭘까요? 돈을 잃는 걸까요?"

노인은 고개를 젓는다. "아니, 오히려 그 반대야. 부자가 두려워하는 건 '돈이 늘지 않는 리스크'라네."


인생은 영원하지 않고, 행운은 손에 꼽힐 정도로만 오기 때문에 '한정된 기회를 자기의 것을 만들려면 배트를 많이 휘둘러야 한다'고 덧붙인다. 보통 사람들은 250개의 제비 중 한 개만이 당첨 제비인 뽑기를 보고 1/250 확률이니 무모한 건 하지 말아야지 생각하지만, 돈을 얻기 위해선 '250번 연속으로 뽑으면 언젠가는 반드시 당첨된다.'는 마인드로 도전을 해야한다고 그는 말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시간만 흐르고, 도전이 늦어지면 실패를 만회할 기회도 적어진다는 것. 때문에 운의 요소가 작용해 기회가 올 때까지 배트 휘두르는 걸 그만둬서는 안 된다. 지금의 경험이 다음에 도움이 된다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설명한다. 1억을 벌어본 사람이 1천만원 버는 법을 알고, 10억을 벌어본 사람이 1억을 버는 법을 알듯 그릇의 사이즈를 키워놓아야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다는 말이다. 실패 경험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실패를 통해 그것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기에 '배트만 놓지 않는다면' 만회할 기회는 충분하다는 말이다.


비단 이 마인드는 '돈'에 그치지 않는다고 본다. '돈보다 더 소중한 것'을 우선순위에 두고, 계속해서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것.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를 얻기 위해 오늘을 잘 쌓아가는 것이 성공경험이든 실패경험이든 더 나은 내일을 만들게 하는 것 같다. 그 기반에는 '나와의 약속', '타인과의 약속', '사회와의 약속'이 바탕이 될 테다. 


마지막 장을 덮을 때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스스로 한계를 긋는 선택을 했을까. 배트를 휘두르지도, 공수표처럼 던져놓은 스스로와의 약속도 손바닥 뒤집듯 엎으며 리미트를 만들어왔을까. 돈으로 시작했지만, 삶에 대한 물음표로 끝난 책이었다. 내 그릇은 내가 만드는 것일 터. 잡아본 적 없던 배트를 꼭 쥐어본다. 될 때까지 휘둘러본다는 마인드로 독립시행을 늘려가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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