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시사상식 사전에 따르면 밀프렙은 1주일치 식사를 한 번에 미리 준비해 놓고 끼니마다 꺼내 먹는 방법으로, 식사(meal)와 준비(preparation)의 합성어입니다.
2024년 '밀프렙'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2024년 기준, 2023년보다 약 4배 많은 검색량을 보이고 있습니다.
소셜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썸트렌드로 봐도 경향성은 동일합니다. 2022년과 2024년을 비교하면 블로그에서는 최대 2.93배, 인스타그램에서는 8.69배 언급량이 늘어났습니다. 인스타그램은 24년 4월 이후 감소추세지만 여전히 2022년 초 보다 높습니다.
왜 밀프렙이 주목받고 있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밀프렙의 정의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밀프렙은 1주일치 식사를 미리 준비하는 것입니다. 왜 미리 준비하는 것일까요? 매번 식사를 준비하기 '귀찮기' 때문입니다. 즉, 일주일 식사를 한 번에 준비하는 귀찮음보다 매일 식사를 준비하는 귀찮음이 더 컸던 것이죠.
그런데 상식적으로 어떻게 일주일 식사를 한 번에 준비하는 것이 가능하지? 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밀프렙이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밥, 반찬의 조합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썸트렌드로 밀프렙과 함께 쓰인 단어(연관어)를 살펴보면 음식으로 샐러드(3위)와 그릭요거트(8위)가 등장합니다. 해당 음식들은 일주일치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 가능한 요리이죠.
밀프렙 자체가 미리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런데 사실 '귀찮음'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같습니다. 2000년도에도, 2010년도에도, 2020년도에도 요리는 귀찮습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2024년에 되어서야 밀프렙이 확 주목받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외식물가'가 너무 올랐기 때문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4월 기준 외식 물가 상승률은 2021년 6월부터 35개월째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높다고 합니다. 1년, 2년이면 어떻게 참는다고 하도 3년 내내 너무 많이 오르고 있기 때문에, 사 먹는 것은 큰 부담이 됩니다.
소비자들은 참고 참다가 마침내 비용적 부담이 '요리의 귀찮음'을 이기고 '직접 만드는 것'을 선택하게 됩니다. 나가서 먹는 것이 아니라 '도시락'을 싸서 먹는 것이죠.
이왕 도시락을 싸는 것, 최대한 가성비 좋게 도시락을 싸고 싶습니다. 그 결과가 일주일 음식을 한 번에 준비하며 귀찮음을 최소화할 수 있고, 기왕 먹는 거 몸에도 좋은 샐러드와 그릭요거트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연관어 10위가 건강식이었던 것이죠.
지금까지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고물가로 인한 외식 비용 증가 -> 직접 요리하는 니즈 증가(금전적 비용 > 요리의 귀찮음) -> 밀프렙 선택 증가 (요리의 귀찮음 최소화 + 건강 추구)
그러면 밀프렙은 어떤 소비자가 선호하고 있는 것일까요? 정확한 데이터는 알 수 없지만, 간접적으로 추론해 볼 수는 있습니다.
일단 밀프렙에 대한 검색량이 급증한 연령층은 35~54세입니다. 2022년 초 대비 약 4배 정도 증가했습니다. 반면 25~34세 연령층은 2배 정도 증가했죠.
이 데이터를 단순하게 살펴보면 상대적으로 1~2인가구가 많은 25~34세보다 2~4인가구가 많은 35~54세가 밀프렙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는 뜻이 됩니다. 하지만 용어가 낯설기 때문에 검색한 것 일수 있어서, 교차검증이 필요하죠.
기업용 썸트렌드로 타깃분석이 가능하여, 진행해 보았는데 결과는 흥미로웠습니다.
샐러드에 대해서 분석을 진행하니 2030대는 식당, 맛집을 통해서 샐러드를 사 먹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3040대는 사 먹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여유가 되니 배달시켜 먹고, 또 반찬 키워드를 볼 때 스스로 만들어 먹고 있었죠.
무엇보다 4050대는 공동구매, 올리브오일, 발사믹 등을 통해 직접 만들어 먹는 수요가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즉, 밀프렙의 유행을 이끄는 것은 25~34세보다는 35~54세 연령층이다는 점을 조심스럽게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고찰해 보면 결국 1인 가구가 가진 필연적인 한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스스로 만들어 먹는 것이 오로지 스스로 의지에 달렸기에 경제적 환경이 변하더라도 요리를 하는 선택을 고르기 어렵습니다. 애당초 요리를 하던 사람은 계속하고, 안 하던 사람은 계속 안 할 확률이 높죠.
하지만 35~54세가 많이 속해 있는 2인 이상 다인 가구는 나와 가족을 위해 요리라는 선택지를 고르고 지속할 가능성이 높으며, 가구 구성원이 많기 때문에 대량 구매를 하여 한 번에 만드는 밀프렙이라는 선택지가 보다 효율적일 것이죠.
그러면 밀프렙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이를 위해서는 보다 깊게 데이터를 살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밀프렙은 사실 굉장히 오랫동안 지속된 키워드입니다. 네이버 데이터랩에서는 2016년 데이터부터 확인할 수 있어서 나오지 않지만, 2014년부터 등장하기 시작하더니 2018년에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 유의미한 관심을 받은 적은 없습니다. 최근에서야 상승하고 있을 뿐이죠.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핵심은 결국 밀프렙을 만드는 것이 '귀찮기' 때문입니다. 1인가구가 증가하고 맞벌이 가구가 늘며 '요리'에 대한 니즈는 갈수록 감소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갈수록 밥을 간편하게 해결하고 싶어 합니다. 배달해서 먹거나, 요리를 해도 가정간편식이나 밀키트를 사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시간을 쓰고자 하는 것이죠. 이를 증명하듯 요리에 대한 검색량이 갈수록 감소하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고물가로 밀프렙이 주목받고 있지만, 한계는 뚜렷합니다. 썸트렌드로 밀크랩 관련 '감성어'를 살펴보면 바로 '귀찮다'가 등장합니다. 밀프렙 검색 데이터가 지지부진한 것은 결국 이유가 있는 것이죠. 귀찮은 행동은 결코 오래 지속될 수 없습니다.
물론 100세 시대에 사람들은 샐러드를 먹고 싶어 하고 좋아합니다. 그래서 '샐러드'는 건강 트렌드에 발맞춰 메가 키워드가 되었습니다. 요리와 정반대로 샐러드에 대한 검색량은 우상향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샐러드를 힘들게 먹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샐러드 전문점에 가서 샐러드를 먹습니다. 음식점에 가서 의식적으로 샐러드를 먹습니다. 아니면 샐러드를 배달해서 먹습니다. 그래서 밀프렙에 대한 검색량은 2018년 고점을 찍고 감소했는데, 샐러드에 대한 검색량은 증가한 것입니다.
샐러드를 즐기는 인원 중 일부가 환경의 변화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밀프렙'으로 이동했습니다. 하지만 영원할 수 없습니다. 고물가가 끝나면, 밀프렙을 준비하는 과정에 지치면, 샐러드에 질리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올 것입니다.
전형적인 생애 주기가 다원화되고, 맞춤 콘텐츠를 즐기는 초개인화시대입니다. 그 와중에 샐러드라는 메가 키워드는 존재합니다. 모두의 수명이 늘어났기 때문이죠. 하지만 즐기는 방법은 제각각 다릅니다.
누구는 만들어 먹고, 누구는 배달해 먹고, 누구는 사서 먹습니다. 취향이 분산될수록 각각의 키워드에 대한 데이터도 분산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은 사람들의 행동이 어떻게 변화하는지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통점이 무엇이냐는 것입니다.
이번에 찾은 공통점은 샐러드였습니다. 샐러드를 즐기는 행동 중 하나가 밀프렙이었고요. 행동은 변해도 매가 키워드는 변하지 않습니다. 그 말은 우리가 인공지능에 관심을 쏟듯, 샐러드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주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다양한 키워드에 주목하며, 트렌드에 대해서 알차게 소개해드리겠습니다.